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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공천파문 계기로 의원들 물갈이해야"

<인터뷰> 박응격 교수 "공천비리 '쓴약' 돼야 집권 가능"

김덕룡, 박성범 의원의 공천비리 파문이 한나라당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당내 정풍(整風)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 일을 계기로 구습에 물든 의원들을 물갈이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응격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원장은 <뷰스앤뉴스>와 인터뷰에서 “ 한나라당은 공천비리 파문이 5 · 31 지방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 눈앞의 계산에 연연해하지 말고 이번 일을 빌미로 노회한 정객들을 물갈이하는 계기로 삼아 정치환경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며 파문을 차단하느라 전전긍긍하는 한나라당 일부 지도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박 소장은 이어 “고도의 정치인들이 그냥 나가려고 하겠느냐”며 “여· 야 모두 이번 일을 정치판을 확 뜯어고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정치권을 향해 강도 높은 주문을 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공천비리 파문, 악재만은 아니다

박응격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원장은 "한나라당은 당장 눈앞에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이번 기회를 당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당내 정풍운동에 의미를 부여했다.ⓒ정경희 기자


한나라당의 공천파문이 5. 31 지방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약이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자만심에서 중앙당이 공천권 일체를 시도당위원회로 일임했는데 이는 실수였다”며 “중앙당이 인재를 등용하는 차원에서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는 유능한 인재를 영입 전략공천을 하고,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 단체장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아닌 친정어머니와 딸과 같은 사이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음은 지난 14일 행한 인터뷰 전문.

뷰스앤뉴스 여야가 작년 6월 임시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지방자치 단체장에서부터 기초 지방의회의원까지 모든 후보에 대해 정당 공천제를 도입했다. 사실 이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공천비리를 말해왔다.

박응격' 예견했던 것보다 정도가 심한 것 같다. 지방의회 의원 신분이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제로 바뀐 탓이다. 이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당으로 몰리다보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쏠림현상 때문에 나타나는 피해다.

뷰스 한나라당의 이번 공천파문은 모든 후보를 중앙당 공천심사위에서 결정하던 종래 방식에서 시 · 도당 공천심사위가 전권을 갖는 분권형으로 바꿨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잡음과 비리가 있지만 이양 자체는 자치 · 지방분권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 아닌가.

넘긴 것까지는 좋았다. 헌데 간과한 것 있다. 입후보자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장치가 미약했다. 중앙당 통제가 사라지자 각 지역구 의원이나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옛 지구당 위원장)의 입김이 너무 커졌다. (그들이) 자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은 게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뷰스 광역의원 및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인가.

공천권은 잘 쓰면 약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생명을 앗아가는 독약과 같다. 지역구 의원은 공천권을 행사할 때 지역주민의 여론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천에 따른 잡음과 부정부패를 방지할 수 있고, 비 자격자들 간 경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이번 파문은 공천권을 단 번에 이양했기 때문이다. 중앙당이 제동 장치를 좀 더 가졌어야 한다. 투명한 공천은 중앙당이 인정하고 잡음이 1%라도 있으면 중앙당 직권으로 공천권의 인정하지 말았어야 한다. 헌데 지금 한나라당은 시 · 도당 공천심사위가 심사해서 결정하면 추인만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같은 경우가 그런 예다. 강남구 지역 의원이 두 명인데 각각 추천하는 구청장 후보가 다르다. 그 때문에 잡음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조정이 끝까지 안 될 경우 중앙당이 직권으로 제 3의 후보를 선택하는 식의 조정 기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네 정치는 지역구도가 강해 정당 공천이 곧 당선인 경우가 많다. 그런 지역일수록 유능한 사람이 후보가 될 확률은 낮다. 공천권을 가진 해당 지역구 의원이 미래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유능한 사람보다는 믿을 수 있는,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자고로 호랑이 새끼는 키우지 않는 법이다.

요즘 각 당이 지방선거 공천자를 발표하고 있는데 그중 국회의원 보좌관, 비서관 경력을 지닌 후보가 의외로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방자치는 업그레이드가 아닌 다운그레이드 된다. 이런 시스템 아래에서는 교수, 기업체 CEO 같은 전문직 종사자가 후보로 나서지 않는다. 공천을 받으려면 때에 따라서는 진흙탕 속에도 들어가야 하는데 하려하겠는가.

대학에서 교수를 채용할 때 원칙적으로는 공개모집을 한다. 그러나 국제적인 명성이 있고, 연구 실적이 뛰어난 분은 공개모집하지 않고 바로 초빙교수로 모신다. 그런 장치가 있어야 한다. 현재 시 · 도지사 16인, 기초단체장 2백46명인데 그 중 절반정도는 중앙당이 직권으로 미래의 지방자치를 이끌어갈 인재를 추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뷰스 공천에 따른 후유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텐데 왜 다 주었다고 보는가.

공천만 하면 된다는 자만심의 결과다. 한나라당은 제 무덤을 스스로 판 것이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는 것만 생각하고, 그에 따른 반사이익만 계산한 탓이다.

뷰스 공천 잡음이 있는 곳을 보면 이른바 한나라당 텃밭이다. 게다가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낮아 공천이 곧 당선인 곳이다. 이를 뒤집으면 우리당 지지율이 높은 곳에서도 공천 잡음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 우리당은 중앙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 때문에 지원자가 없어서, 수요가 없어서 그런 것뿐이다. 모든 일에는 수요 공급의 법칙이 적용된다. 한나라당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고, 우리당은 공급이 미약해서 잠잠할 뿐이다.

또 하나는 기존 보수 정객들의 오랜 관행과 구습 탓이다.

정치자금법으로 인해 요즘은 과거보다 훨씬 돈 안 드는 선거를 한다. 유권자 대부분이 후보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으면 50배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 알고 있다. 표몰이 유세도 없어졌고, 제도도 선진화되었고, 제도를 지키려는 시민의식도 성숙해졌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도 상당히 공정해졌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도 그에 걸맞게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보수 정객들은) 구습에 빠져 관행을 쉽게 버리질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한나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전부 교체되어야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습에 물든 국회의원들을 바뀌는 계기로 삼으면 장기적으로 볼 때 한나라당에게 이번 일은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물도 고이면 섞는다. 2, 30년 국회의원을 했으면 얼마나 많이 섞었겠는가. 원로, 중진 따지지 말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 고도의 뿌리 깊은 노 정객들이 그냥 나가려고 하겠는가.

뷰스 분권형 공천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인데 어떻게 보완해야 한다고 보는가.

일단 지방자치 단체장은 3선까지 할 수 있는데 임기 중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한 계속성 원칙에 따라 공천권자가 이를 존중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공천권을 가진 지역 의원과 지역 단체장과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원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체장들은 모든 일을 지역 주민과 함께 하기 때문에 지역 내 인지도 면에서는 의원을 능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의원들은 불안하게 만든다. 미래의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단체장이 지역 발전 위해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지역 의원은 견제구를 찾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 단체장 간 신사협정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 지역 의원은 지방 자치에 관한 업무는 가급적 간섭하지 않고, 단체장은 3선 이후에 자기 영향력 행사해서 의원직을 넘겨다보는 일을 자제한다는 식으로.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역단체장 사이에 최소한의 윤리와 존중이 있어야 한다.

뷰스 제도화해야 된다고 보는가.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정의 당사자로서 국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지방 자치단체장은 해당 자치단체 주민 복리에 열중하는 역할 구분이 명확히 되면 가능할 수도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중 2/3 이상은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으면 해당 지자체 소속 공무원 월급조차 줄 수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국회의원은 해당 지자체를 위해 중앙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 교부금, 양여금 등을 따내는 역할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단체장과 의원과 막역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그들 사이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묘한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겉으로는 아껴주면서도 뒤에서는 흉보는.

뷰스 한나라당의 공천파문이 5. 31 지방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호재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 후보가 16개 시 · 도 단체장 중 한두 곳만 빼고 다 당선되면 유권자들은 ‘표를 너무 많이 몰아 준 것 아닌가’ 싶어 다음 선거에 견제구를 던진다. 그런데 다음 선거가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따라서 길게 봐서 ‘싹쓸이’ 안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에게 이번 일은 '약'이 될 수 있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우리 지방정치 중 가장 잘못된 것이 지방자치 또한 중앙정치처럼 지역정당화 되었다는 거다. 영남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단체장에 시군구 의원까지, 전라도에서는 민주당 국회의원에 단체장에 시군구 의원까지. 이런 모습은 공산권 국가에서도 없는 1당 독재지방자치다.

지방자치는 중앙자치를 견제하고,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지방의회는 단체장을 견제해야 하는데 다 한통속이니 반쪽 지방자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대안은 무소속이 많이 나와 한다. 무소속이 지방 자치단체장 및 의회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

그들이 한나라당, 우리당 등을 견제해야 한다. 무소속이 연합해서 제동장치 없는 기관차처럼 달려가는 그들을 견제해야 한다. 단 그들은 절대 정당화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중앙정치와 똑같아 진다. 그들은 주민만 바라보면 된다. 지방자치의 힘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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