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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BS, '수신료 인상' 본격 드라이브

<KBS스페셜> "한국 수신료 턱없이 낮아", 국민시선은 냉랭

정연주 사장이 사장 재임때 공언한대로 KBS가 '수신료 인상' 드라이브를 본격화했다.

KBS "수신료는 반드시 내야할 세금. 월 2천5백원 너무 적어"

<KBS 스페셜>은 4일 밤 '공영방송을 말한다'를 통해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적 재원이 마련돼야 한다"며 영국, 스웨덴 등의 예를 들어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KBS는 상업방송 천국인 미국의 문제점과, 베를루스쿠니 정권시절 공영방송이 맥을 못춘 이탈리아 등을 비판적으로 소개한 뒤, 반면에 스웨덴과 영국의 경우를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하며 26년째 월 2천5백원으로 동결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KBS가 '공신력-영향력 1위매체'임을 강조한 KBS는 이 과정에 한 신방과 교수의 말을 빌어 "수신료는 시청료가 아니라, 교육세처럼 TV수상기를 가진 사람은 보든 안보든 반드시 내야할 일종의 세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보수진영에서 본격화된 '수신료 거부운동'을 의식한 반격인 셈.

KBS는 "각 나라의 수신료는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정기적으로 인상,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도 2007년 수신료를 3% 인상, 한해 135.5파운드(약 25만원)로 책정했다"며 "하지만 우리의 수신료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KBS는 "우리나라의 수신료는 월 2천5백원은 1981년 컬러 방송을 시작하면서 책정된 것으로 책정 당시의 기준은 신문 한 달 구독료였다"며 "이후 26년이 흐르는 사이 신문 구독료는 1만2천원으로 올랐지만 수신료는 여전히 2천5백원"이라며 수신료 대폭 인상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KBS는 이 과정에 최근 국회를 통과한, KBS에 대한 예산 감시를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운영법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또한 방통위원회 위원 5명 모두를 대통령이 임명하기로 한 대목도 비난하며 "공영방송이 아닌 국영방송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각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장 연임에 성공한 정연주 KBS사장이 본격적으로 수신료 인상 드라이브를 걸어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KBS 경영위기 악화일로

KBS의 수신료 인상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시에 수신료 인상을 바라보는 국민시선도 변함없이 싸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가 간판 프로그램을 통해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나선 것은 경영상황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KBS의 지난해 순이익은 2백42억원. 전년의 576억원보다 58% 줄어든 액수. 그러나 이 또한 지난해 월드컵 특수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간신히 달성한 액수다.

더욱이 실제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지난해 영업이익은 더 형편없어, 전년도 2백47억원 흑자에서 1백7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사실상 KBS는 지난 수년전부터 만성적자 상태로 빠져든 상태다. 2004년 6백3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05년도 원래는 적자가 예상됐으나 국세청의 법인세 환급 및 정부의 제작지원 등으로 간신히 숫자만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방송계에서는 최근 케이블TV의 약진 등으로 방송광고 시장도 치열한 경쟁상태에 빠져들고, 올해 경제가 작년보다 악화될 것이 확실함에 따라 올해도 KBS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KBS 매출을 보면 수신료 5천3백4억원에 광고수입 6천6백75억원. 따라서 광고수입을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인상을 적극 추진하기에 이른 셈이다.

KBS는 지난달 보도본부의 한 기자를 제작비 7백90만원 횡령 혐의로 해고하는 등, 수신료 인상 드라이브에 앞서 여론 무마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정치 독립성' '경영 쇄신' 선행돼야

문제는 KBS의 수신료 인상 주장을 바라보는 국민시선이 냉랭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지 부담금이 늘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4일 <KBS스페셜>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공영방송이 왜 필요한가를 역설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정연주 KBS체제'는 바로 정치독립성 논란에 휘말려있는 상태다. KBS노조도 정연주 재임을 '청와대 낙하산 인사'로 규정한 뒤 지난해말 치열한 사장 연임 반대투쟁을 편 바 있다. 이런 마당에 '정연주 체제'하의 KBS가 정치 독립성을 명분으로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국민적 설득력이 낮다.

또한 국민 다수는 만성 적자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KBS의 자정노력에도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KBS스페셜>은 영국 등의 예를 들어 물가상승분이상 해마다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옆나라 일본이 방만한 NHK 개혁에 착수, 수신료를 20% 낮추고 연예-스포츠 분야 등의 폐지를 추진하는 사실은 소개하지 않았다. 보도의 형평성을 상실한 셈.

국민 다수는 KBS가 수신료 인상을 역설하기에 앞서 현재의 KBS의 고임금 구조와 방만경영부터 손을 봐야 하며, 정치적 중립성과 보도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기요금과 함께 강제로 내야하는 월 수신료 2천5백원은 있는 사람들에겐 별 것 아닌 돈이겠으나, 하루하루 살기 힘든 서민들에겐 결코 간단한 액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태견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5 10
    지나가다

    하지만 수신료를 올리는 대신 광고 수입을 줄이겠다고 하면요?
    박태견 기자님,
    한국방송이 내놓는 방안이 수신료를 올리고 대신 기업들한테 받는 광고 수입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라면요? 광고 수입을 줄여 정치권력보다 더 막강한 자본 권력 영향을 벗어나 공영 방송을 지키겠다는 얘기라면요? 그래서 대신 국민들이 수신료를 좀더 부담해달라는 얘기라면, 이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영성 차원에서 지지해줘야 할 얘기가 될 거라고 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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