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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정주영의 꿈' 부활하나

'경부고속도로 복층화', '반값 아파트', 한나라 잇따라 차용

한나라당이 15년전 '대선 정적(政敵)'이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대선공약 베끼기 경쟁에 나섰다. '정주영의 꿈'이 화려한 부활을 시작한 양상이다.

정주영의 대표공약, '경부고속도로 복층화'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오는 26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경부고속도로 복층화' 토론회를 주최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동일기술공사의 김대하 박사가 주제 발표를 하고 조용주 건설교통부 도로기획관, 고승영 서울대 교수,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실장, 온기운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해, 경부고속도로 복층화의 경제성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대하 박사는 미리 배포한 '경부고속도로 복층화 타당성 검토'에서 "경부고속도로의 복층화는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비해 경제적 효과와 사업비, 환경적 측면에서 탁월하다"며 “현재 경부고속도로 한남-기흥까지의 구간을 복층으로 건설할 경우 경제적 타당성은 2.19로 매우 높으며, 향후 30년간 발생할 경제적 효과는 2조8천여 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심의원은 “최근 땅 값 상승으로 경부고속도로 대체도로를 신설하는 데 막대한 용지보상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용지보상비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복층화 사업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같은 '경부고속도로 복층화'는 심의원의 창작품이 아니라, 15년전인 1992년 대선때 정주영 국민당후보가 내세웠던 '대표 공약'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정주영 후보는 한국최대 건설통답게 새 고속도로 건설시 비용의 95%가 토지보상비로 들어가는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부고속도로 위에 2층으로 또하나의 고속도로를 지어 경비를 대폭 절감하자"고 제안해 범국민적 관심을 모으며 "역시 정주영답다"는 찬사를 받았었다.

그러나 당시 김영삼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정후보는 혹독한 핍박아래 정계에서 물러나야 했고, 그후 15년간 '경부고속도로 복층화' 공약은 캐피넷 속에서 길고긴 잠을 자야 했다. 이처럼 캐피넷 안에서 먼지에 가득찬 '정주영 공약'을 이번에 심의원이 끄집어낸 셈.

'경부고속도로 복층화'는 15년전 신한국당으로부터 황당무계한 발상이라고 비난을 받았으나, 대다수 건설전문가들은 "적극 검토해 볼만한 혁신적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어 이번 토론회 결과가 주목된다.

한나라의 '반값 아파트'도 원조는 정주영

한나라당의 대표적 주택공약인 '반값 아파트'도 엄격히 따지면 원조는 정주영이다.

정주영 후보는 1992년 대선때 "내가 대통령이 되면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해 역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당시는 88년부터 90년까지 3년간 치솟은 아파트값 폭등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던 시기였던 만큼 정주영의 '반값 아파트' 공약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물론 최근 한나라당이 내놓은 '반값 아파트'는 대지임대부라는 구체적 내용을 담은 것이어서, 정주영 후보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으나 '반값 아파트' 공약의 원조가 정주영 후보임을 부인할 길 없다.

지난 1992년 대통령선거 출마에 앞서 국민당을 창당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 ⓒ연합뉴스


남북철도도 원조는 정주영의 '남북 가스-광통신' 구상

엄격히 따져보면, 한나라당만 정주영 공약을 벤치마킹하는 게 아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대선출마 전인 1989년 국내기업인으론 최초로 북한의 금강산을 방문, 전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는 방북후 야심찬 남북경제협력 플랜을 내놓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러시아 사할린 지대의 무궁무진한 천연가스 등을 개발해 이를 가스관으로 연결해 북한을 관통해 남한까지 갖고 오자는 구상이었다. 아울러 가스관을 짓는 과정에 광통신망 등의 공사를 함께 진행하면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생각도 피력했다. 이렇게 되면 남한은 물론, 북한도 경제재건할 힘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임원진에게 이같은 구상을 밝히며 "남북을 관통하는 이 대역사를 성사만 시키면 현대그룹은 10년간 다른 일거리를 수주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이처럼 정 회장의 접근 동기는 철저히 기업인의 이윤추구였으나, 통일이라는 민족적 대업에도 더없는 순기능을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영국 사학자 E.H.카가 말한 유명한 역사법칙 '우연을 매개로 한 필연의 관철'인 셈.

그의 이 구상은 훗날 김대중 정권 집권후 '남북 관통철도 구상'이 나오는 데 결정적 토양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인'의 꿈이 비록 십수년이 지난 시점이기는 하나, 하나씩 한국경제의 든든한 자산으로 부활하는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박태견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6 14
    ㅋㅋ

    선거지나면 꽝이지
    해변족 한나라가 저런거 신경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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