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면접때 입을 양복 못사줘 자살하려던 아버지
설득하던 경찰관, 함께 손잡고 울어
목수일을 하던 일용직 노동자 노모씨(53)는 지난 11일 밤 군산시 나운동 고층 건물 난간에 서서 투신자살을 기도했으나 출동한 나운지구대 경찰관의 설득으로 1시간 만에 내려왔다. 당시 자살을 막은 유기봉 군산경찰서 나운지구대 경위는 1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소상히 전했다.
유기봉 경위는 "11일 밤 23시 19분 경에 군산에 26빌딩이라고 있는데 그 옥탑에서 한 사람이 자살을 하려고 한다고 저희한테 그래서 신속하게 출동을 했었죠"라며 "그분이 손에 소주 PET병 한 병을 들고 난간에 서서 술을 마시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 난간에 서서"라고 전했다.
유 경위는 "비도 오고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 저보고 더 이상 접근하면 뛰어내릴 테니까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한 5m 정도에서부터 저를 못오게 하더라고요"라며 "그래서 조심스럽게 제가 '경찰관이 우리 선생님한테 도움을 주러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경찰관인 저한테 얘기하면 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접근해서 한 1.5m 앞까지 갔어요. 그랬더니 서 있으니까 위험하잖아요. 앉아서 얘기합시다 하면서 난간에서 앉을 수 있게 유도를 했죠. 그랬더니 자기도 거기 앉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다가가서 거기 앉았죠"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난간에 앉아서 얘기를 하니까 아들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들내미가 회사 면접 시험을 보는데 변변한 옷이 없어서 아버지한테 ‘아버지, 양복 한 벌 사주면 안 돼요’ 그렇게 얘기를 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아버지가 돈이 있으면 바로 사줬을 텐데 그걸 사주지 못하니까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참 초라해 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못해 주는 마음이 울컥한 심경까지 이어져서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 하는 그런 마음에서 거기를 자살하려고 올라왔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노모씨의 말을 전했다.
그는 "그래서 나도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나도 참 돈 못 벌었을 때 우리 아들이 아파서 병원 가려고 했는데 병원비가 없어서 난감한 적도 있다, 나도 그런 적도 있어서 지금 오늘의 현재까지 있었듯이 우리 선생님도 더 좋은 날이 많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벌써부터 이러시면 되냐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까 아버지로서의 공감대가 형성이 된 것 같아요"라며 "조금 진정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손을 잡았죠. 우리 아버지로서 돌아가고 우리 같이 돌아가자고. 그랬더니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참 손 잡아줘서 고맙다고, 울먹이면서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같은 아버지로서 마음이 짠해지고 같이 눈물 흘릴 수밖에 없죠, 사람이"며 같이 눈물을 흘렸음을 밝혔다.
그는 이어 "더 이상 최악의 선택보다는 지금 다시 시작하면 될 거 아니겠냐고 손도 길고 짧은 것이 있듯이 인생살이가 다 그런 거 아니겠냐고 그러면서 훈훈하게 또 얘기하면서 내려왔죠"라고 덧붙였다.
유 경위는 노씨의 어려운 처지가 알려진 뒤 돕겠다는 온정의 손길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온정의 손길이 많이 와요. 40명이 넘는 전화를 발췌를 해 왔어요. 도와주시겠다는 분들, 양복을 해 주고 싶으시다는 분, 금품으로 조금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오신 분들 그런데 또 그분 마음이 그걸 어떻게 받아드리냐가 문제잖아요"라면서 "그래서 아침에 통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좀 당혹스럽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통화했는데 그 이후로 지금은 통화를 안 받아요"라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로서의 역할 못한 것도 참 힘들고 버거웠는데 다른 분들의 온정의 손길도 손쉽게 받는 것도 자기가 좀 부담스럽다고 그러더라고요, 일단은. 그래서 복지가분들한테 연락만 받아놓은 상태예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씨에게 방송을 통해 "우리 복지가 분들이 순수한 마음에서 도와드리려고 하는데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 아버님이 도움을 조금 받으시면 어떨까 싶은데 연락 좀 받았으면 쓰겠어요"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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