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선택진료비' 논쟁, 재점화
<토론회> 시민단체 “독소조항 폐지 마땅” vs 의학계 “폐지후 대안 있나”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의료공공성을 훼손시키는 요인으로 꼽혀왔던 ‘선택진료비’ 폐지 논쟁이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지난 1월 12일 ‘선택진료제에 부과되는 추가비용 징수금지’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실은 5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선택진료비 폐지’ 토론회를 열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논쟁을 재점화했다.
선택진료제는 지난 2000년 ‘특진’을 대신해 도입된 제도로 그동안 시민단체와 의학계가 추가비용 폐지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날 토론회 역시 ‘의료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병원 수지악화’로 반박하는 의학계의 지난 4년간의 논쟁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병원수익 보존제도로 전락한 선택진료비
선택진료제는 환자가 특정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 이외에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제도. 환자의 의사 선택권 보장이 당초 취지였지만 제정과정에서 선택진료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을 명시함에 따라 의료공공성을 훼손하고 의료양극화를 부추겨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나아가 제도 도입 이후 선택진료비가 환자 전액 본인부담인 비급여대상임을 악용한 의료기관들의 불법.편법운영이 만연해 이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호소하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때 국민의 88%(2002년 보건의료노조 여론조사)가 국립대병원의 선택진료제 폐지에 찬성하고 나설 정도로 여론이 악화됐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현애자 의원은 법안제안 설명에서 “선택진료비는 같은 병원 내에서도 의사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 전제에 따르면 일반 의사를 선택한 환자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현의원은 “특히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의 경우 의료이용의 접근성을 제한시켜 낮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선택진료에 따른 추가비용징수 금지를 주장했다.
시민단체 “의료양극화 부추기는 선택진료비”
발제에 나선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선택진료제는 우리나라 병원 수입체계의 왜곡을 가져왔고 환자에게 비용 부담을 떠넘기며 수입을 확대했다”며 “환자에게 사실상 선택권을 주지 않는 허울뿐인 제도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선택진료제 폐지 이후 특정병원, 특정의사에게 환자가 몰릴 것’이라는 의학계의 해묵은 반대 이유에도 “선택진료제가 특정병원에 환자가 몰릴 것을 우려해 만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집중현상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다른 제도로 방지해야한다”고 일축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도 “선택진료제는 일반진료와 별 차이도 없이 공공연한 병원 수익 보존방안이 되버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병원 경영이 어려워 폐지를 반대한다면 국민이 신뢰할 경영의 투명성을 먼저 확보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학계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 보전할 유일대책”
반면 토론자로 나선 의학계 관계자들은 시민단체의 폐지주장에 “일부 의료기관의 불법행위로 전체를 매도하지 말라”며 “무조건 폐지를 주장하기 전에 비현실적인 의료수가를 그나마 보존해주면서 양질의 진료서비스 제공하는 부차적 목적수단으로 봐야한다”고 반박했다.
정동선 대한병원협회 사무총장은 “선택진료제는 의사를 선택한 환자에게 책임을 지고 보답하려는 긍정적인 제도”라며 “과거 대학병원에 선택진료제 없을 때 보통 시민은 접근조차 되지 않았던 의료전달체계를 볼 때 이 제도는 반드시 존속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창일 연세대학병원 원장도 “우리나라의 의료의 질은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지만 수가는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며 “선택진료제가 폐지되면 그나마 경영악화로 의료의 질 저하는 물론 대부분의 병원 적자 못치 못한다. 전체적인 틀에서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 4월 가능할까?
이처럼 2000년 이후 시민사회와 의학계간 논쟁이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는 가운데 당장 오는 4월 의료법 재개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년간 해묵은 논쟁이 계속됨에 따라 개정안이 통과돼도 이후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선택진료비 폐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해 연말 구성된 ‘선택진료제도개선위원회’에서도 폐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유시민 장관을 비롯한 역대 참여정부 장관들은 시민사회단체의 폐지 요구에 ‘공감은 하나 폐지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혀오고 있다.
유시민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선택진료비 환자들 얘기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선택진료비는 필요악이 맞다”면서도 “매년 의료예산 필요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제도 폐지는 정부와 병원 모두에게 부담을 주게 돼 불가피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재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석현)에서도 통과 가능성은 낮다. 현재 복지위의 당적 분포도는 열린우리당이 이석현 위원장을 포함 11명, 한나라당 9명, 민주노동당 1명, 민주당 1명이다.
여당은 정부가 난색을 표명하는 제도를 굳이 무리해서 통과시킬 필요가 없고 의사협회 소속 의원들이 포진한 한나라당은 노골적으로 개정 저지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체계 개혁위한 논의 필요
이에 따라 개정안을 발의한 현애자 의원과 시민사회단체는 향후 병원수익의 타격을 보전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의료기관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의료공공성에 대한 사회여론을 환기시키는 ‘여론전’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선택진료제 폐지의 대안으로 ‘의료서비스 질 향상 지원제’를 제시했다. 이 제도는 신청병원에 한해 의료서비스 질 평가를 시행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정부의 예산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공개평가로 질적 향상을 도모하면서 정부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도 가능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의 의사 선택권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이로 인한 대기시간의 증가, 환자쏠림 현상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체계 전반의 개혁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를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12일 ‘선택진료제에 부과되는 추가비용 징수금지’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실은 5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선택진료비 폐지’ 토론회를 열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논쟁을 재점화했다.
선택진료제는 지난 2000년 ‘특진’을 대신해 도입된 제도로 그동안 시민단체와 의학계가 추가비용 폐지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이날 토론회 역시 ‘의료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병원 수지악화’로 반박하는 의학계의 지난 4년간의 논쟁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병원수익 보존제도로 전락한 선택진료비
선택진료제는 환자가 특정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 이외에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제도. 환자의 의사 선택권 보장이 당초 취지였지만 제정과정에서 선택진료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을 명시함에 따라 의료공공성을 훼손하고 의료양극화를 부추겨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나아가 제도 도입 이후 선택진료비가 환자 전액 본인부담인 비급여대상임을 악용한 의료기관들의 불법.편법운영이 만연해 이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호소하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때 국민의 88%(2002년 보건의료노조 여론조사)가 국립대병원의 선택진료제 폐지에 찬성하고 나설 정도로 여론이 악화됐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현애자 의원은 법안제안 설명에서 “선택진료비는 같은 병원 내에서도 의사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 전제에 따르면 일반 의사를 선택한 환자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현의원은 “특히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의 경우 의료이용의 접근성을 제한시켜 낮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선택진료에 따른 추가비용징수 금지를 주장했다.
시민단체 “의료양극화 부추기는 선택진료비”
발제에 나선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선택진료제는 우리나라 병원 수입체계의 왜곡을 가져왔고 환자에게 비용 부담을 떠넘기며 수입을 확대했다”며 “환자에게 사실상 선택권을 주지 않는 허울뿐인 제도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선택진료제 폐지 이후 특정병원, 특정의사에게 환자가 몰릴 것’이라는 의학계의 해묵은 반대 이유에도 “선택진료제가 특정병원에 환자가 몰릴 것을 우려해 만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집중현상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다른 제도로 방지해야한다”고 일축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도 “선택진료제는 일반진료와 별 차이도 없이 공공연한 병원 수익 보존방안이 되버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병원 경영이 어려워 폐지를 반대한다면 국민이 신뢰할 경영의 투명성을 먼저 확보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학계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 보전할 유일대책”
반면 토론자로 나선 의학계 관계자들은 시민단체의 폐지주장에 “일부 의료기관의 불법행위로 전체를 매도하지 말라”며 “무조건 폐지를 주장하기 전에 비현실적인 의료수가를 그나마 보존해주면서 양질의 진료서비스 제공하는 부차적 목적수단으로 봐야한다”고 반박했다.
정동선 대한병원협회 사무총장은 “선택진료제는 의사를 선택한 환자에게 책임을 지고 보답하려는 긍정적인 제도”라며 “과거 대학병원에 선택진료제 없을 때 보통 시민은 접근조차 되지 않았던 의료전달체계를 볼 때 이 제도는 반드시 존속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창일 연세대학병원 원장도 “우리나라의 의료의 질은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지만 수가는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며 “선택진료제가 폐지되면 그나마 경영악화로 의료의 질 저하는 물론 대부분의 병원 적자 못치 못한다. 전체적인 틀에서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 4월 가능할까?
이처럼 2000년 이후 시민사회와 의학계간 논쟁이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는 가운데 당장 오는 4월 의료법 재개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년간 해묵은 논쟁이 계속됨에 따라 개정안이 통과돼도 이후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선택진료비 폐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해 연말 구성된 ‘선택진료제도개선위원회’에서도 폐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유시민 장관을 비롯한 역대 참여정부 장관들은 시민사회단체의 폐지 요구에 ‘공감은 하나 폐지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혀오고 있다.
유시민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선택진료비 환자들 얘기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선택진료비는 필요악이 맞다”면서도 “매년 의료예산 필요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제도 폐지는 정부와 병원 모두에게 부담을 주게 돼 불가피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재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이석현)에서도 통과 가능성은 낮다. 현재 복지위의 당적 분포도는 열린우리당이 이석현 위원장을 포함 11명, 한나라당 9명, 민주노동당 1명, 민주당 1명이다.
여당은 정부가 난색을 표명하는 제도를 굳이 무리해서 통과시킬 필요가 없고 의사협회 소속 의원들이 포진한 한나라당은 노골적으로 개정 저지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체계 개혁위한 논의 필요
이에 따라 개정안을 발의한 현애자 의원과 시민사회단체는 향후 병원수익의 타격을 보전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의료기관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의료공공성에 대한 사회여론을 환기시키는 ‘여론전’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선택진료제 폐지의 대안으로 ‘의료서비스 질 향상 지원제’를 제시했다. 이 제도는 신청병원에 한해 의료서비스 질 평가를 시행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정부의 예산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공개평가로 질적 향상을 도모하면서 정부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도 가능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의 의사 선택권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이로 인한 대기시간의 증가, 환자쏠림 현상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체계 전반의 개혁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를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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