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신부 '사상검증'후 지원자 3명 탈락
김관진 장관 "군종장교도 국가관 확실히 검증하라" 지시
12일 <가톡릭뉴스 지금 여기>에 따르면, 국방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군종장교 선발에서 천주교 군종사제 지원자 9명 가운데 3명을 탈락시켰다. 천주교 사제가 군종 심사에서 탈락한 것은 군종사제 파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군종장교에 지원한 사제들은 광주, 대구, 수원, 안동, 인천교구 등에서 지원한 9명이다. 이들은 면접 당일이었던 지난 1월 31일 신체검사를 거쳐 5명과 4명으로 나뉘어 면접을 치렀다.
탈락자들은 광주, 대구, 안동교구의 사제 3명이며, 이들은 1월 31일 저녁과 다음날인 2월 1일 선배 군종 신부와 해당 교구 사무(국)처를 통해 불합격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에 대해 면접관으로 참관했던 천주교 군종 사제는 "각 종단 군종 장교들은 면접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불합격 결정은 면접관으로 참관한 영관급 장교들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종이 아닌 일반 장교들은 지난해 선발부터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이는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지난 해 “군종장교를 포함한 모든 장교들의 국가관을 확실하게 검증하라”고 지시한 것에 따른 것이다.
군종 교구 측으로부터 탈락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탈락 사유는 A 신부의 경우 “국가안보의식에 현격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으며, B 신부는 해당 교구 사무처를 통해 “괘씸죄”라고 탈락 이유를 들었다. C 신부는 자신의 탈락 원인이 되었다는 답변 내용은 ‘자신이 직접 받지 않은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면접에서는 먼저 서면 질의서를 통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입장과 사목 계획 등을 물은 후 이후 애국가 가사, 연평도 포격 사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탈락자들은 “면접관들은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사건 등에 대해 ‘북한의 일방적 공격 또는 잘못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 답변을 유도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사제로서 남한이나 북한을 탓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이며,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는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A 신부는 “군종과장이 ‘하나님의 뜻일 수도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해, 정책 자체보다는 이행 과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며 이는 교회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자연과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과연 하느님의 뜻일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군복무를 겸해서 군종장교로 입대하는 개신교, 불교의 군종목사나 법사의 경우와 달리, 천주교 군종사제들은 이미 신학생 시절 군복무를 마친 이들로서 일정 기간 동안만 군대 사목을 위해 파견된다. 따라서 군종사제들은 군인이라기보다 사제라는 정체성이 더 강한 편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가톨릭뉴스>에 “병역을 이미 마친 상태에서 사목을 위해 파견되는 천주교의 군종사목 특성에도 불구하고, ‘사목자’가 아닌 ‘군인’을 평가하는 기준을 똑같이 적용한 것이 문제”라며 “사목과 관계없는 정치적 평가는 군종 사목을 위축시킬뿐더러 당사자 스스로 사상검증을 하도록 만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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