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주전 "회담 무조건 복귀" 지시
[6자회담 복귀 막전막후] 중국, 중재 아닌 압력 행사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중국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11월 중에 6자회담에 참여 할 것이란 배경을 이렇게 전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서 경제나 돈 문제를 풀어 달라는 요구는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핵 보유 국가로서 오직 핵 문제만 가지고 이야기 할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무성에 더이상 구질구질한 문제는 말하지 말라고 지시하셨다.
2차 핵실험은 하지 않는다. 2차 핵실험을 하게 되면 전세계 여론이 너무 거세게 몰아쳐 북한이 너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방위원장은 이제 핵실험은 성공했으니 국방예산을 줄이고 이것을 인민들에게 돌리라고 지시하셨고, 인민들은 이를 알게 되어 인민들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
북한의 내부 방침이 이렇게 정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의 6자회담 복귀는 어느 나라의 중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자발적 귀환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 중국이 일정한 메신저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은 중국이란 중재자를 북한이 절박하게 필요로 해서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 신호를 받고 북한이 만일 6자회담에 복귀를 하게 된다면 6자회담장에서 대북금융제재문제를 얼마든지 해결할수 있고, 이 문제가 북측의 입장에서 호의적으로 풀려 나가도록 중국이 충분히 협력하겠다는 언질과 확약을 북측에 준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미국의 압박이 더욱 장기화되고 중국까지 본격 압력을 가하기 시작하자 더이상 자신들의 체제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절박하게 느끼기 시작했고, 이런 시점에 자신들이 6자회담에 복귀하게 되면 중국이 일정한 책임(미국의 대북금융제재해제)을 담보할 수 있다는 중국측 언질에 전격 복귀를 결심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심은 미국과 중국의 대북 제재가 결정적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더욱 엄격하게 분석한다면, 중국의 중재가 아니라 중국의 압박과 대북제재가 북한으로 하여금 6자회담에 복귀를 결심케 만들었던 것이다.
북한의 전격 6자회담 복귀선언은 북한이 먼저 중국에 아무런 전제조건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의사를 중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함으로써 이뤄졌는데, 그럼 왜 북한은 극적으로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중국의 '미국식 압박과 제재'가 본격화될 것에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이번 북한의 6자회담 복귀는 중국의 중재역할이 컸었던 것이 아니라 중국의 대북 제재역할이 컸다고 하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미사일 실험 발사와 핵실험을 통해 중국에 국제적 망신을 주었다. 그리고 중국을 더이상 믿기 어렵다는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바로 이런 북한의 대중 불신이 깊어감에 따라 북한은 잠시 자신들의 관심을 러시아쪽으로 돌리면서 중국을 안달나게 만들었고, 그렇게 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자신들의 외교적 지렛대를 더욱 높여가면서 중국을 자신들의 입장으로 끌어 들이는 외교적 행보를 계속해 왔었다.
이런 북한의 대중외교는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반면 이에 불쾌함을 느낀 중국이 대북제재를 강화시켜 나가자 내심 매우 당혹해 했다. 북한은 중국의 대북제재가 악화되거나 장기화할 경우엔 매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위협을 느꼈던 것으로 분석된다.
둘째, 북한은 미사일과 핵실험을 통해 미국과 직접 대화를 원했지만 미국이 이에 응해 주지 않아 북-미 직접 회담을 갖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와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을 해제시키기 위해 북한은 그동안 끊임없이 미국을 상대로 직접 담판을 희망해 왔지만 북한의 이런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고 북한 또한 미국과의 직접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이 유엔을 동원하여 본격 제재를 가하려는 시점에 이 국면을 돌파하지 않고 미국과의 접촉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미국의 대북경제제재와 압박은 강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의 경제난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북한은 또다른 고난의 행군을 피하기 위해서 전격 복귀선언을 한 것이다.
북한의 복귀 의도는 이렇다.
기존에 북한은 자신들에게 가해져 오는 미국의 경제제재를 해제시키기 위해 6자회담 복귀 문제의 전제조건으로 대북경제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해 왔었다. 북한이 핵문제와 자신들에 대한 경제제재문제를 일체화시킨 것은 경제제재문제를 거둬내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는 미국이 핵문제 해결을 경제제재문제보다 훨씬 위급하고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란 전제를 가정한 전략이었다. 북한의 이런 인식은 옳았다. 그러나 전략적 실수였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이나 보유보다는 핵물질의 확산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었고, 본질적으로는 핵 폐기에 관심이 있었다. 자신들이 막을 수 없고 폐기할 수 있는 외교를 하기 싫다면 차라리 핵을 보유하는 것을 인정하되 다만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 문제와 북한이 미국의 달러 위조지폐를 만들어 국제시장에 통용해 왔던 문제는 별개라는 점을 고수해 왔다. 그래서 북한으로 하여금 무조건적인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해 온 것이다.
심지어 북한이 6자회담장에 복귀를 하게 되면 그제서야 6자회담 틀내에서 대북 금융제재 해제 문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던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6자회담장에 복귀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미국을 직접 상대로 한 대북경제제재 해제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6자회담장으로 전격 복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럼 어떻게 북한이 자신들에 대한 경제제재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가이다.
북한은 핵회담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협상 전략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 협상전략은 핵을 폐기해 나가는 단계적 협상을 진행하면서 북한이 미측에 요구할 몇 가지 요구사항에 경제제재 해제 문제를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가장 우선적인 요구사항은 핵을 폐기하겠다는 북측의 의사가 나옴과 동시에 미국에 대북 경제제재 해제 문제와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돼 있는 문제의 돈을 풀어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유엔의 제재도 해제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군사훈련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핵확산방지구상 논의 자체를 중단해 달라고 할 것이다.
이렇듯 핵협상을 단계적으로 진행함에 따라 서로 주고받고 하는 과정속에 금융제재문제를 집어 넣어 이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셋째,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공개적으로 세계 여론을 환기시켰고, 미국과 서방 핵클럽국가들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핵 보유국가로 공인된 셈이다.
북한이 핵실험에 돌입하기 전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공개천명한 것도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공개적인 여론작업이었던 것이다.
이제 이 과정은 끝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넷째, 북한 핵카드의 목적은 크게 미국의 군사공격에 대한 억지적 효과와 경제적 이익을 위한 협상적 수단이란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 핵실험으로 첫번째 목적은 이미 달성된 상황에서 나머지 두번째 목적 달성을 위해 전력 질주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다섯째, 미국의 대북 정책이 핵보유를 막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핵물질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에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북한은 자신들의 핵실험이 더 이상 미국의 핵협상에 새로운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는 더욱 가치있는 협상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오히려 핵실험을 함으로 인해서 미국의 대북 제재와 봉쇄 그리고 고립과 압박만 가중된 상황이 엄습해 오고 있고, 체제유지에 대한 또다른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위험한 상황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대북 핵정책이 자신들의 핵프로그램 저지에 있는 것인줄 착각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보다는 북한 핵물질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것에 더욱 깊은 관심을 두어 왔었다. 그리고 북한이 핵프로그램 개발의 악세레이터를 거세게 밟으면 밟을수록 미국 또한 압박을 강화해 왔었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북 핵문제 해결 방안은 북한과의 외교를 통한 방식이 아니라 북한체제를 붕괴시킴으로써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감에 따라 북한은 나름의 체제위기의식을 느꼈고, 여기에 중국까지 무차별적으로 대북제재에 발동을 걸고 나섬으로써 북측 입장에선 극적으로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번 6자회담 복귀인 셈이다.
이제 문제는 미국인데 과연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북한의 이런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백번 양보해서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동결되어 있는 북한의 달러와 경제제재를 해제시켜 준다면 앞으로 미국은 무엇으로 북한에 영향을 미쳐 나갈 것인가? 과연 미국이 이 지렛대를 놓으려 할까? 혹시 북한이 핵협상에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해제문제를 협상 이슈로 포함시킬 경우 미국이 과연 이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줄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미국은 북한을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그것은 북한이 핵실험을 마친 상태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도 보유하고 경제적 이득도 챙기는 이중목적으로 핵을 갖고 장난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계기를 통해 미국은 북한을 어떻게 다뤄 나가야 한다는 방법론을 확실히 터득한 셈이다. 북한은 역시 압박과 고립정책을 공세적으로 그것도 강하게 취해 나갈 때만 자신들의 요구와 의도대로 요리해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미국인데, 북한이 조건없이 6자회담에 복귀했다 해서 북한이 조건을 내세우지 않으리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북한은 틀림없이 자신들의 조건을 그 어디엔가 숨겨 가지고 올 것으로 생각할까? 미국 생각은 후자 쪽일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의 핵문제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 계획의 상관성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위협이 커지면 커질수록 미사일 방어체제의 구축 계획의 정당성을 강조해 왔었다. 특히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와 핵무기 제조기술 그리고 이들을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술등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계획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해 주고 있다.
만약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게 된다면 미국은 핵공격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고, 핵을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패권국가의 위치에서 군사력에 의한 세계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지금 벌이고 있는 북한과의 핵협상의 거시적 의미는 미국 중심의 세계 패권적 군사질서를 구축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북한의 핵실험이 지금 그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북한의 핵 무기의 위협을 부각시키고 그 문제를 장기화함으로써 미사일 방어망 체제구축을 위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외교적 해결 방안을 강조하되, 그 해결에 있어서는 적극적이지 않는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핵정책이 군사패권을 통한 일극체제의 구축이라는 세계 전략과 연결되어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문제가 왜 쉽게 풀릴수 없는 문제인지 그래도 모를까?
북한의 정면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얻게 될 지 주목된다. 북한이 완전한 항복선언(완전핵폐기 선언)을 하기 전까지 워싱턴 네오콘들은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만을 외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장성민씨는 현재 평화방송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를 진행하는 동시에,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한반도문제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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