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10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역대 전직 대통령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회동을 할 예정이어서 '햇볕정책' 포기를 놓고 노대통령과 김 전대통령간 갈등이 예상된다. 정가에서는 노대통령의 햇볕정책 포기로 노대통령과 김 전대통령측은 되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노무현-김대중 10일 오찬 회동
이날 회동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3인이 참석하고, 청와대에서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과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배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노태우 전 대통령과 최규화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 국정 운영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은 지난 2004년 1월13일 이후 2년 9개월만의 일이다.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노대통령의 햇볕정책 포기 선언으로 사실상 결별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盧-DJ, 완전결별 예고
이날 모임이 주목받는 것은 햇볕정책의 후계자임을 자처해온 노대통령이 북한 핵실험 직후 사실상 햇볕정책 포기를 선언한 직후 햇볕정책 원조인 김대중 전대통령과 회동이 성사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9일 한일 정상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포용정책을 계속 주장하기 어렵고 포용정책이 효용성이 있다고 더 주장하기도 어렵다"며 햇볕정책 포기를 선언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햇볕정책 포기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후 대북정책의 기조를 이뤄온 햇볕정책의 고사 위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김대중 전대통령측의 강한 반발을 낳고 있다.
김 전대통령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노대통령의 대북정책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해왔다. 김 전대통령은 특히 지난 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햇볕정책의 유용성을 강조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내정은 물론,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 바 있다.
김 전대통령은 “전체적으로 외교가 별로 안 좋은 거 같다"며 "우리나라는 4대국에 포위된 유일한 나라인데 상당히 걱정스러운 면들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 전대통령은 "우리가 베트남 파병하고 이라크 파병도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이 하고, 미 2사단을 전방에서 뽑아내는 것도 동의해주고, 일본도 안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다"며 "(그런데) 내줄 거 다 내주면서 미국과 싸운 독일만큼도 대접을 안 해주고 있다. 이건 굉장히 우리 외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노무현 외교의 아마츄어성을 질타했다.
김 전대통령은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가 '한국은 네마리 코끼리 다리 사이에 끼어 있으니까 운신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미국 갔다온 사람들이 전부 미국이 우리보고 나쁘다고만 한다는데 우리 외교당국과 국민, 여야 모두가 좀 더 우리 입장도 세워서 따지는 게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재차 노무현 외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전대통령은 북한 핵실험으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나 그렇다고 '기다렸다는듯' 즉각 포용정책 포기를 선언하고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에 전폭 지지입장을 밝힌 노대통령에게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원칙없는 대북정책으로 갈팡질팡하다가 햇볕정책 자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결코 햇볕정책의 진정한 후계자가 아니었다는 게 김 전대통령측 판단인 것이다. 이로써 노 대통령과 김 전대통령은 되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고, 향후 대선 등 정치역학관계에도 커다란 후폭풍이 몰아닥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