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장판사 "판사는 배설물 치우는 청소부"
"아내와 부모님 말마저 의삼하게 돼, 참 끔찍한 직업병"
고인은 지난해 12월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인터넷 게시판에 ‘판사들의 애환과 직업병’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글에서 “세간의 농담으로 ‘의사는 부인과 자식들이 좋고, 검사는 친인척들이 좋으며, 판사는 오직 자기 자신만이 좋다’고 하더라구요. 과연 그럴까요. 애환이나 직업병이 없을까요”라고 반문한 뒤, “기본적으로, 판사는 생산적인 직업이 아니다. 판사는 막말로 얘기하면 세상 사람들이 토하거나 배설한 물건들을 치우는 쓰레기 청소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사는 만능이 아니다. 재판에 있어서 진실을 아는 사람은 판사가 아니라 당사자 본인들”이라며 “자신들이 가장 잘 알면서 왜 판사에게 판단해 달라고 하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판사는 의심하는 직업"이라며 "의심과 마음의 저울이 사회생활에서, 대인관계에서, 가족관계에서도 드러나고 심지어 아내와 부모님 말마저 의심하게 한다. 참으로 한심하고 끔찍한 직업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울러, 판사라는 직업은 원고와 피고, 검사와 피고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재판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고독한 판사의 숙명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 그래도 자녀들을 판사 시키시겠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우리 아이들에 대하여는 판사가 되기를 강권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가 원하는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글의 말미에는 “나는 판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애로와 직업병을 겪기는 하지만, 참으로 보람된 일도 많더라"고 적었다.
그는 자살시 남긴 A4 4장분량의 유서를 통해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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