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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부장판사 "판사는 배설물 치우는 청소부"

"아내와 부모님 말마저 의삼하게 돼, 참 끔찍한 직업병"

지난달 31일 우울증에 시달리다 투신자살한 대구지방법원의 A모 부장판사가 평소 판사 생활에 심한 회의를 느꼈음을 보여주는 글이 확인됐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인터넷 게시판에 ‘판사들의 애환과 직업병’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글에서 “세간의 농담으로 ‘의사는 부인과 자식들이 좋고, 검사는 친인척들이 좋으며, 판사는 오직 자기 자신만이 좋다’고 하더라구요. 과연 그럴까요. 애환이나 직업병이 없을까요”라고 반문한 뒤, “기본적으로, 판사는 생산적인 직업이 아니다. 판사는 막말로 얘기하면 세상 사람들이 토하거나 배설한 물건들을 치우는 쓰레기 청소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사는 만능이 아니다. 재판에 있어서 진실을 아는 사람은 판사가 아니라 당사자 본인들”이라며 “자신들이 가장 잘 알면서 왜 판사에게 판단해 달라고 하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판사는 의심하는 직업"이라며 "의심과 마음의 저울이 사회생활에서, 대인관계에서, 가족관계에서도 드러나고 심지어 아내와 부모님 말마저 의심하게 한다. 참으로 한심하고 끔찍한 직업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울러, 판사라는 직업은 원고와 피고, 검사와 피고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재판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고독한 판사의 숙명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 그래도 자녀들을 판사 시키시겠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우리 아이들에 대하여는 판사가 되기를 강권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가 원하는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글의 말미에는 “나는 판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애로와 직업병을 겪기는 하지만, 참으로 보람된 일도 많더라"고 적었다.

그는 자살시 남긴 A4 4장분량의 유서를 통해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혜영 기자

댓글이 17 개 있습니다.

  • 0 0
    나준수

    말(법)한마디가 죽이고 살리는 판결입니다.
    오직 진실은 당사자만이 알고 있지만........문제의 답을 풀기위해 법원에 갑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 0
    최영함

    판사도 가족이 있다. 앞으로 판사는 바람직하고 좋은법조인이 되어야하며 권익보호받는게
    긍정적이다. 아주 안타까운일이며 고인의 명복을 빌겠다.

  • 2 0
    최영함

    김혜영기자님 힘내기를! 좋은보도기사였다.
    앞으로 경찰과 검찰도 명예회복했으면 좋겠다. 국민과 함께할수있도록!
    무엇보다 여자언론인에 대한 명예회복과 처우개선 필요하다.
    파이팅!

  • 2 0
    최영함

    아주 안타까운일 두번다시 이런불행 있어서는 안된다.
    모든사법기관 사법변호사단체 명예회복 필요한상황 대안마련되기를 빌겠다.
    무엇보다 판사권익 존중되어야하며 경찰 검찰에서 했던 진술이 일치하면 무죄 무혐의로 구형해서 법원무죄선고까지 직접연결되어야한다. 공소사실 모두인정하면 무죄 사법부 명예위해 항소와 상고는 적절하게 제한하고 규제해야 서로상처되는일

  • 3 0
    병원근무자

    술먹고 취해서 또는 아파서 실제로 토하는 구토물을,,, 게다가 진짜로 사람똥을 치워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이세상 버티며 살아갑니다.

  • 2 0
    녹명

    모 신문에는 오 모 판사로 되어 있는데 대구지방법원에 오 모 부장판사가 한명 있네.

  • 2 0
    우울증 치료

    우울증은 빨리 치료해야 하는 병입니다.

  • 28 0
    성질이뻗쳐서

    세상에는 사라져야 할 인간들이 뻔뻔스럽게도 화려한 둥지를 틀고 들어앉아있다. 이처럼 인간미 넘치는 판사가 자살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뜯어고쳐야 한다. 사법부 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학자, 사업가, 농부, 자영업자, 노동자들도 언제든지 자살충동을 느끼는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 근원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5 3
    제이슨

    투신한 끔직한 시체 치우는 청소부보단 행복할걸?

  • 7 1
    조중동식의 제목장사질

    내용의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대로 기사 제목좀 뽑아라

    이건 뭐 조중동문식의 제목뽑기 비슷하니깐..
    나름대로 우리나라 판사치고는 인간적이신 분이었고만

  • 15 0
    그래도 착하게 삽시다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가 되어야 함.
    이 시대를 살아가는 판사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 볼 대목

    이런 고민도 안해봤으면 반인륜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우리나라에선 아마도 착한 사람은 판사하기 힘들것임

  • 7 0
    명복

    참으로 의식이 투명한 분이셨군요. 명복을 빕니다.

  • 5 0
    ㅂㅂㅂ

    배심원제로 가야겠네
    판사가 만능은 아니지

  • 10 2
    참고 견뎌야지 그래도

    원래 판사가 남들 가지 않는 자리를 가는 자리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그 자리를 맡아야 하거늘.
    판사를 하면서 돈과 권력은 별로일지라도
    대단히 자부심을 느껴야 하거늘...

    늘 번뇌와 인간적 갈등을 갖는 자리인데,
    이같은 일로 낙심해서 죽으면 시민들은 누굴 믿어요.
    관리만되어온 사람만이 판사직에만 살아남으면 그건 너무 불행

  • 6 3
    나여

    맨날 도둑,사기꾼,강도 이런놈들하고 증거니 알리바이니 따지는 직입인거 몰랐냐? 일류 요리사들도 설거지부터 시작한다. 배부른 소리마라

  • 2 3
    111

    미국 지역 법관 주민들 직접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의 친딸이 최근
    지역 매체에 자신의 아버지를 뽑지 말라며 비방하는 광고를 냇다
    -

  • 17 0
    in2funny

    스스로 만족도가 높은 직업 1위가 사진작가 꼴찌가 의사라고 하는걸 보면
    아직도 남에대한 시선이 많은 나라에서 직업이 그사람을 판단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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