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10일 "앞에서 오는 화살은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지만 등 뒤에서 오는 화살은 막을 방법도 없고 참으로 아프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열린우리당을 맹비난했다. 이 전실장은 이런 주장을 펴는 과정에 노 대통령을 '위인'에 비유하는 '노비어천가'를 주창하기도 했다.
이정우 "노대통령은 인기에 초연, 열린우리당은 인기영합주의"
이 전 실장(현 경북대교수)은 이날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이 주도하는 '신진보연대'(공동대표 이원영. 신동근)의 창립 1주년 맞이 기념행사에 강연자로 참여해 "참여정부의 각종 위원회들이 개혁을 추진해 왔으나 보수언론과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까지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총공세를 가했다"며 열린우리당을 맹성토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 각종 위원회 출범을 주도했던 그는 위원회들을 조선시대 혁신세력이던 사림파(士林派)에 빗대 "해방이후 한 번도 사림파가 등장한 적이 없었고 참여정부 들어 처음 각종 위원회가 개혁추진 세력으로 등장했었다"며 "결국 위원회는 후퇴, 약화되고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부의 성격에 대해 "현재 정부는 우파에게선 '무능,아마추어리즘, 좌파, 민족주의'라고 공격받고 좌파로부턴 '신자유주의, 프로그램 없음' 등으로 비판받는다"며 "그러나 진실은 좌도 우도 아닌 중도정부란 거다. 좌파로 오인받는 이유는 최초의 비우파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가 국민에게 인기 없는 이유와 관련해선 “예전 같은 ‘잘 살아보세’ 식의, 얕지만 피부에 와 닿는 구호가 없었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이 과정에 “수구적 생각에 젖어 국민의 삶을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이 정부 중추 요직을 맡았다”며, 자신을 밀어낸 경제관료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네탓 공방'에 가세, 빈축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盧대통령 지금은 인기 없지만 나중에 역사에서 평가받게 될 위인"
이 전실장은 이처럼 참여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과정에 노대통령을 '위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는 인기영합주의 면에서는 다소 복잡했으나 대통령은 인기에 초연했다"며 "하지만 당은 손발이 안 맞고 정책 일관성이 부족했으며 이를 본 국민은 개혁 피로증이 아니라 개혁에 대한 일관성 없음에 더 큰 실망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노 대통령에 대해 "지금은 인기가 없지만 그러나 그 정책의 성패는 나중에 역사에서 평가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대성은 바로 거기에서 발견되고 위인전에 나온 사람들도 다 그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노 대통령을 '위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반면에 열린우리당에 대해선 "참여정부도 잘잘못이 있지만 인기영합주의와 손을 끊고 (개혁을 완성할) 호기를 맞았는데 (당내 일부가) 인기와 지역구 득표를 생각해 잘 만들어 놓은 정책을 후퇴시킨 적은 없는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그런 점이 우선 당장은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행동은 역사의 심판을 피해 갈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런 대표적 예로 최근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사학법 재개정 주장을 들었다. 그는 "사학법은 사학 부패비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제어장치인데 이를 끊임없이 되돌리려는 시도가 우리당 안에 있다"며 "들어간 골을 골로 인정하지 않고 공을 끄집어내려 한다면 이는 축구가 아니다"는 비유를 들어 열린우리당을 비난했다.
이 교수는 또 '민주개혁 세력이 먹고사는 문제에는 무능했다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겸손한 표현이긴 하지만 동의하기는 어렵다"며 "보수세력이 집권하면 민생이 더욱 도탄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자신을 포함한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수석 등 참여정부 출신 고위관료들이 최근 잇따른 참여정부를 비판해 정부여당의 반발을 사는 것과 관련해선, "이 같은 비판이야 말로 참여정부를 살리고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며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배신을 하는 것과도 다른 길이고 학문과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 "이라고 강변했다.
자신의 참여정부 비판과 열린우리당의 비판은 질적으로 차원을 달리한다는 식의 주장이었다.
이정우, 아파트값 폭등 방관한 아마추어
이 전실장의 비판은 외견상 노대통령은 '원칙'을 갖고 국정을 펼치려 했으나 열린우리당과 관료들의 딴지로 개혁이 좌절 위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으로 요약가능하다. 아울러 자신의 청와대 재직시에는 각종 위원회를 통해 개혁 청사진을 만들려 했으나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무력화됐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이 전실장에게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표적 예로 그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경제정책 전권을 행사할 때 아파트값이 단군이래 최악으로 폭등, 노대통령 지지기반인 서민-중산층의 몰락과 지지철회를 초래했다. 당시 노대통령은 전국민 90%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대해 "열배 남는 장사도, 열배 손해보는 장사도 있다"는 논리로 일축했고, 이 전실장은 당시 침묵했다.
아울러 그가 만든 각종 위원회는 집권전에 만들었어야 할 기구들이지, 집권후 위원회를 무더기로 만든 것은 참여정권에게 집권후 곧바로 집행할 개혁 청사진 및 개혁 역량이 부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비판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 전실장이 열린우리당 비판의 한 근거로 든 사학법 문제는 노대통령 등 청와대가 먼저 열린우리당에 대해 재개정을 압박하고 열린우리당은 아직도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전실장 주장은 또하나의 '네탓 타령'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