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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한국 검찰, 깊은 바다에 침몰"

"이제 우리도 영-미처럼 검찰의 항소 제한해야"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가 12일 법원의 '한명숙 무죄판결'과 관련, "미네르바, 정연주 전 KBS 사장, MBC PD 수첩에 이어 또 하나의 무죄판결이 내려졌으니, 한국 검찰은 깊은 바다에 침몰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한국 검찰이 하는 일의 98%는 이 같은 ‘시국사건’과 관련이 없겠지만, 바로 2%(숫자가 아닌 상징적 의미로서 2%이다) 때문에 검찰의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이 손상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한 전 총리 사건은 ‘사실’을 확정하는 것이 중요한, 전형적인 형사재판이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책임은 검찰에 있다. 우리 법은 미국법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 유죄의 입증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한 전 총리 사건에서 검찰은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라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꼬집었다.

그는 검찰의 항소에 대해서도 "독일식의 형사소송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1심 판결의 무죄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할 수 있으며, 이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영미법에서는 1심 법원의 유죄판결에 대해 피고인은 항소할 수 있지만, 무죄판결에 대해 검찰은 원칙적으로 항소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원칙을 ‘이중처벌 금지 원칙’이라고 부른다"며 "검찰이 무죄판결에 대해 항소할 수 있는 경우는 법관의 부패 등으로 인한 재판무효(미국), 1심 판결 이후 새로운 분명한 증거가 나온 경우(영국) 등으로 국한되어 있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오면 사실상 사건은 종결되고 만다"고 전했다.

그는 "영미에서의 형사재판은 당사자주의에 입각한 배심재판이기 때문에, 1심 재판의 결과는 사실문제에 관한 한 최종재판과 같은 권위를 갖는 것"이며 "또한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을 또 다시 항소심 법정에 세우는 것은 자체로서 인권을 침해하기 측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결론적으로 "연이은 무죄판결에 대해 검찰이 승복할 수 없다면서 매번 항소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우리도 영미식의 ‘이중처벌 금지 원칙’을 도입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검찰의 무조건적 항소로 인해 1심 법원, 항소법원, 그리고 대법원에 의해 무죄판결을 세 번 받아야 비로소 완전한 무죄가 되는 우리의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무죄판결에 대해 항소할 수 없게 되면 검찰도 보다 확실한 증거를 갖고 1심 재판에 임하게 될 것"이라는 제언으로 글을 끝맺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한명숙 무죄 판결과 검찰의 항소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미네르바, 정연주 전 KBS 사장, MBC PD 수첩에 이어 또 하나의 무죄판결이 내려졌으니, 한국 검찰은 깊은 바다에 침몰한 셈이다. 한국 검찰이 하는 일의 98%는 이 같은 ‘시국사건’과 관련이 없겠지만, 바로 2%(숫자가 아닌 상징적 의미로서 2%이다) 때문에 검찰의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이 손상된 것이다.

미네르바, 정연주 씨, 그리고 PD 수첩 사건은 사실은 분명한 것이라서 나는 “어떻게 이런 사안을 기소하는가”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는 사실에 대해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전직 총리를 기소할 정도라면 검찰이 무언가 갖고 있지 않겠는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면 대체로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앞서 사건과 달리 한 전 총리 사건은 ‘사실’을 확정하는 것이 중요한, 전형적인 형사재판이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책임은 검찰에 있다. 우리 법은 미국법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beyond reasonable doubt’) 유죄의 입증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확실한 직접증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직접증거가 없더라고 여러 가지 정황증거로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의심할 여지가 없이 유죄라고 생각되면 법원은 유죄로 판결할 수 있다. 한 전 총리 사건에서 검찰은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한 전 총리의 무죄판결에 대해서도 검찰은 승복할 수 없다면서 항소를 했다. 독일식의 형사소송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1심 판결의 무죄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할 수 있으며, 이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미법에서는 1심 법원의 유죄판결에 대해 피고인은 항소할 수 있지만, 무죄판결에 대해 검찰은 원칙적으로 항소를 할 수 없다. 이 원칙을 ‘이중처벌 금지 원칙’(‘double jeopardy rule’)이라고 부른다. 검찰이 무죄판결에 대해 항소할 수 있는 경우는 법관의 부패 등으로 인한 재판무효(미국), 1심 판결 이후 새로운 분명한 증거가 나온 경우(영국) 등으로 국한되어 있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오면 사실상 사건은 종결되고 만다.

전처(前妻)와 그의 정부(情夫)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던 O. J. 심슨이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곧 자유의 몸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검찰측 증인’(‘Witness for the Prosecution’)에선 무죄판결을 받은 주인공이 자기가 사실은 살인을 했다고 법정에서 자랑스럽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 세계에서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 장면이 영미식 이중처벌 금지 원칙을 잘 보여준다. 영미에서의 형사재판은 당사자주의에 입각한 배심재판이기 때문에, 1심 재판의 결과는 사실문제에 관한 한 최종재판과 같은 권위를 갖는 것이다. 또한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을 또 다시 항소심 법정에 세우는 것은 자체로서 인권을 침해하기 측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미의 제도는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항소한다고 해서 사실관계를 다투어서 무죄로 번복되는 경우도 드물다. 억만장자 상속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살인죄 유죄판결을 받은 클라우스 반뷸로우가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 그런 드문 경우다. (항소심에서 변호를 한 하버드 로스쿨의 앨런 더쇼비치 교수 덕분에 번복되었는데, 이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 ‘행운의 번복’이다.)

연이은 무죄판결에 대해 검찰이 승복할 수 없다면서 매번 항소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우리도 영미식의 ‘이중처벌 금지 원칙’을 도입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검찰의 항소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1심 재판의 신뢰성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1심 형사재판을 보다 경험 많은 법관이 다루도록 하겠다는 법원 개혁안이 대법원에 의해서 나와 있는데, 그렇다면 이에 부응해서 검찰의 항소도 제한해야 마땅하다. 검찰의 무조건적 항소로 인해 1심 법원, 항소법원, 그리고 대법원에 의해 무죄판결을 세 번 받아야 비로소 완전한 무죄가 되는 우리의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무죄판결에 대해 항소할 수 없게 되면 검찰도 보다 확실한 증거를 갖고 1심 재판에 임하게 될 것이다.
엄수아 기자

댓글이 22 개 있습니다.

  • 3 0
    녹명

    이 교수님을 욕하기 전에 그런 상황을 만든 정부를 먼저 비판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다른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부인하면 결국 남는건 한자기 밖에 없습니다. 그걸 발표한걸 가지고 이제와서 결론이 틀렸다고 야단부리는 건 트집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꼭꼭꼭님 누가 북한 어뢰맞고 침몰했다고 했나요? 아직 정부발표 없었는데.

  • 3 0
    녹명

    확실한 물증을 가지지 않고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하에서는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그에 기초한 일반적인 추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추론이 맞지 않았다고 해서 막말을 하면서 댓글을 달아야 합니까? 그럼 님께서는 어느 경제학과 교수가 연초에 경제성장률 같은거 예측했다가 틀리면 그렇게 욕합니까?

  • 3 0
    녹명

    '꼭꼭꼭'님! 우리 국민과 국토를 지켜줄 군대가 군함이 침몰했는데 어떤 원인인지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북한공격은 아니다', '우리기뢰도 아니다', '부폭발 가능성도 없다' 등등 피로파괴로 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서 해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잇어서 특히, 해군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닌 이교수께서 그렇게 추론한 것을 무슨 대단한 역적 행위나 한 처럼 말씀하십니까?

  • 3 0
    베이스타스

    이상돈 교수님의 말씀은 틀린말이 하나도 없어.....

  • 0 4
    꼭꼭꼭

    상돈아
    피로파괴 아니란다
    북한 어뢰맞고 침몰했단다
    멘트 꼭 꼭 꼭 부탁한다

  • 1 0
    천하여장군

    천안함 사고 원인, 군에서 더 이상 변명할 수 없는 대박 분석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484632

  • 11 1
    ㅉㅉ

    참 말씀마다 주옥같은 말씀입니다.....덜 떨어진 보수놈들 좀 혼내줘서 인간 좀 만들어 주세요....

  • 13 0
    소고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검찰권력이 너무 강해서
    무죄판결 나오면
    곧바로 항소하는건
    대부분 시국사건이지요
    일반 범죄에서는
    항소하는 경우 많지 않아요
    이것만 봐도 검사의 항소권 남용은
    이제 규제되어야만 합니다

  • 15 1
    ㅋㅋㅋ

    침몰은 무슨!!!
    원래 정권에 딸랑거리는 것들인데
    침몰은 무슨....
    정권 바뀌면 또 거기에 붙어서 딸랑딸랑 하면 다 해결되는 거지.
    -
    -
    정치검사 새퀴들은 퇴직 후에 변호사도 못하게 해야한다.

  • 12 0
    떡찰들

    지난 6일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전국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의 두목 이강환(67)씨가 8일 새벽 검사지휘로 석방됐다.이것이 현정부 검찰이다 이런검사를 잘했다고 칭찬할 국민이 있을까 죄인이 내형제라도 나는 검찰을 욕하겠다
    .

  • 6 0
    사변

    2% 미꾸라지들이 우물물 전체를 오염시키는 법이다.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일부 정치적으로 오염된 정치검사들을 숙청하지 않는다면 외부의 힘을 가해서라도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들 그리고 무엇보다 검찰 자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 11 0
    다시 개가 된 검찰

    이제 검찰은 필요없다. 검찰이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가에 회의가 든다. 내가 낸 세금이 아깝다. 2003년 3월 검사와의 대화시 권력이 검찰권을 휘둘루지 않는다고 약속하니 권력에 대해서도 검찰권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정권에서 다시 개가 되었다.

  • 12 0
    다시 개가 된 검찰

    신사를 자처했던 김준규 총장은 이제 옷을 벗어야 한다. “세상은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도 과거 60년의 수사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신사다운 수사',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 진실을 밝히는'정확한 수사'로 패러다임을 바꿉시다.” 라고 말한 총장은 이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계속)

  • 9 0
    할말 없음

    언제나 필요한 말씀만 하시고, 핵심만 말씀하시니.... 영미법에서, '검사의 항고제한', '검사의 항고가 이중처벌에 해당되어 그 자체가 인권유린'이라는 사실...새로 알게된 내용입니다. 사법제도 개혁에 반영되었으면 좋겠네요...

  • 1 8
    잠수함

    김정일이 너그들 다 침몰시켜줄테니 더 퍼줘

  • 23 0
    녹명

    그리고 오죽했으면 법학 교수님이 천안함 관련 분석을 했겠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지금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어느정도인지 아세요? 그런건 하나도 지적안하면서 특정인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내는 이유가 뭡니까? 님이야말로 진짜 '문외한'이시면 의견이고 댓글이고 달지 말고 그냥 구경만하세요.

  • 16 0
    녹명

    문외한님! 법대교수는 법에 대해서만 논해야한다는 해괴한 논리가 어디 있습니까? 그럼 문외한님은 전공이 댓글 다는 것입니까? 언론학부 교수님이라도 되세요? 법학 교수라도 사회적 이슈에 대한 나름대로의 추리나 분석이 가능합니다. 정치하는 사람은 전부 정치학과 졸업해야하는거 아니잔아요.

  • 32 0
    자본가

    1심에서 무죄인 경우 검찰은 항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다. 검찰이 자기의 정치적 입맛에 맞추어 기소권을 독점한 상태에서 기소를 남발하여 국민과 야당 정치인을 무차별하게 공격하고 있다. 이는 분명 권력의 남용이다. 그리고 공비처를 빨리 만들자. 그리하여 정치검사도 공비처에서 수사하자!!

  • 25 0
    자본가

    지금까지 보수적 가치를 가지신 분이 상식적이고 국민의 입장에 서서 말씀하신 경우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출세와 경제적 이익을 챙기키 위해 아세곡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교수님은 매우 존경스럽다.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은 이교수님의 말씀에 경청하여야 하며, 특히 사법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이다. (계속)

  • 25 0
    자본가

    모름지기 지성인(지식인)이라면 사회의 잘못된 행위와 정권의 무소불위의 힘으로 국민의 입과 귀와 눈을 막으려하는 것에 올곧은 말씀을 하는 것이 참된 지성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상돈 교수님은 보수적 사고를 갖는 분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지성인을 대변하는 교수님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계속)

  • 1 45
    문외한

    맞는 말이다. 법대교수는 법에 대해 논해야 한다.
    쓸데없이 언론의 굿거리 장단에 놀아난..천안합 피격사태에 법학자로서 쓸데없는 추론은 삼가해야한다. 전공분야만 논하라 !

  • 41 2
    쥐새끼 척살

    몰랐네요. 그러네요. 아주 옛날 유신시대 때 헌법, 형사법 읽어봐서 고것은 몰랏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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