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러시아에 에어콘 판 비결은?
[시 읽는 CEO] 지금 요구되는 인재는 '지혜형 인간'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고두현)
잊지 말라.
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
한 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쉽게 열리는 문은
쉽게 닫히는 법.
들어올 땐 좁지만
나갈 땐 넓은 거란다.
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
넓어지고 깊어지느니
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
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
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
바깥 풍경을 내다보기보다
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
생각이 막힐 때마다
창가에 앉아 고요히 사색하라.
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
어느 집에 불이 켜지는지
먼 하늘의 별이 어떻게 반짝이는지
그 빛이 내게로 와서
어떤 삶의 그림자를 만드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앉아 너를 돌아보라.
그리고 세상의 창문이 되어라.
창가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늘 한발 앞서간다. 아는 것만큼 보이니, 보이는 것만큼 먼저 이루게 된다. 하지만 지식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정보와 식견이 한걸음 앞서가는 무기가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세상을 이끌게 될 것이다. 지혜는 지식보다 입체적이며,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요체로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필요한 인재는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Ⅰ’자형 인재였다. 그 다음에는 인접 분야까지 잘 아는 ‘T’자형 인재가 인정받았다. 다음에는 지식과 경험의 높낮이를 갖춘 ‘十’자형 인재가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하좌우와 앞뒤, 근본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입체형 인재’가 절실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관점을 하나로 모으는 접점에 있는 것이 바로 ‘지혜형 인간’이다.
지혜형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머리’와 ‘가슴’을 유연하게 연결하는 ‘창의력’이다. ‘창의’는 ‘창조’와는 다른 의미다. 창조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창의는 유·무형의 한계조차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힘을 말한다. 우리 인간은 여러 개의 창을 통해 세상을 보며 그 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완성한다.
지금부터 몸과 마음의 집에 창의의 창문을 만들고 틈날 때마다 그 창가에 앉아보자. 나와 나, 나와 상대, 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한 모든 사유가 그곳에서 꽃 피우고 열매 맺게 될 것이다. 시인이나 철학자, 구도자처럼 창가를 생각의 정원으로 만들고, 그 생각의 밀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마음의 질량이 어떤 저울을 통해 시적 에스프리자유로운 정신로 승화되는지를 지켜보자.
창의력은 이처럼, 창가에 앉아 그 느낌의 실체를 확인하고 체득하는 힘이다.
창조는 최선에서 태어난다
전 세계 전기면도기 시장의 4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필립스의 성공 비결은 바로 ‘역발상의 창의력’이었다. 필립스만의 창의력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면도기의 고객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점이다. 면도는 남자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그런데 술값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면도기 살 돈은 아까워하는 게 남자들이다. 게다가 전기면도기는 보통의 습식면도기보다 비싸지 않은가. 이 부분을 고민하던 필립스는 마케팅 포인트를 뒤집었다. 다름 아닌 여자 고객을 겨냥한 것이다. 평소 짠순이처럼 굴던 여자들도 사랑하는 남자나 아버지의 선물을 살 때는 쉽게 지갑을 연다. 현재 필립스 면도기의 51퍼센트가 이른바 ‘선물용’으로 팔리고 있다.
LG전자가 러시아에 에어컨을 판 얘기도 재미있다. 모두들 러시아는 추운 나라이니 에어컨이 필요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LG전자는 이 같은 상식을 깨고 창의력의 승리를 일궈냈다. 러시아 시장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일단 LG전자는 시장조사를 통해 1년에 45일 정도 여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추위에는 강해도 더위는 참지 못한다는 사실까지 간파했다. 그리고 즉각 러시아 판매 전략을 세우고 에어컨 수출에 나섰다. 그 결과, 러시아 에어컨 시장의 35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한국야쿠르트의 ‘윌’의 성공 과정도 창의적인 발상의 결과였다. 요구르트는 장이 나쁜 사람들에게 좋은 음료로 알려졌지만, 한국야쿠르트는 위에 좋은 유산균 요구르트로 승부를 걸었다. ‘요구르트=장’이라는 등식을 깬 것이다. ‘윌’은 연 매출 2,00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발효유 사상 최고의 대박상품이 됐다.
그렇다면 창의력을 기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창의력 전문가인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케이스 소여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실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 사용하는 두뇌 영역은,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고민할 때 쓰는 두뇌 영역과 동일하다.”
이는 보통 사람들도 얼마든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창의력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어떤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매개로 형성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끼리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서로의 지식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질적 변화를 거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케이스 소여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가능한 모든 것을 배워라. 예를 들어 여러 개의 뮤직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예기치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시인, 1988년 입사 후 주로 문화부에서 문학, 출판 분야 담당. 한경닷컴에 '고두현의 그래 이 책이야!' 칼럼 연재.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저서 <독서가 행복한 회사>. 제10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잊지 말라.
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
한 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쉽게 열리는 문은
쉽게 닫히는 법.
들어올 땐 좁지만
나갈 땐 넓은 거란다.
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
넓어지고 깊어지느니
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
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
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
바깥 풍경을 내다보기보다
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
생각이 막힐 때마다
창가에 앉아 고요히 사색하라.
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
어느 집에 불이 켜지는지
먼 하늘의 별이 어떻게 반짝이는지
그 빛이 내게로 와서
어떤 삶의 그림자를 만드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앉아 너를 돌아보라.
그리고 세상의 창문이 되어라.
창가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늘 한발 앞서간다. 아는 것만큼 보이니, 보이는 것만큼 먼저 이루게 된다. 하지만 지식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정보와 식견이 한걸음 앞서가는 무기가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세상을 이끌게 될 것이다. 지혜는 지식보다 입체적이며,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요체로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필요한 인재는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Ⅰ’자형 인재였다. 그 다음에는 인접 분야까지 잘 아는 ‘T’자형 인재가 인정받았다. 다음에는 지식과 경험의 높낮이를 갖춘 ‘十’자형 인재가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하좌우와 앞뒤, 근본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입체형 인재’가 절실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관점을 하나로 모으는 접점에 있는 것이 바로 ‘지혜형 인간’이다.
지혜형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머리’와 ‘가슴’을 유연하게 연결하는 ‘창의력’이다. ‘창의’는 ‘창조’와는 다른 의미다. 창조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창의는 유·무형의 한계조차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힘을 말한다. 우리 인간은 여러 개의 창을 통해 세상을 보며 그 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완성한다.
지금부터 몸과 마음의 집에 창의의 창문을 만들고 틈날 때마다 그 창가에 앉아보자. 나와 나, 나와 상대, 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한 모든 사유가 그곳에서 꽃 피우고 열매 맺게 될 것이다. 시인이나 철학자, 구도자처럼 창가를 생각의 정원으로 만들고, 그 생각의 밀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마음의 질량이 어떤 저울을 통해 시적 에스프리자유로운 정신로 승화되는지를 지켜보자.
창의력은 이처럼, 창가에 앉아 그 느낌의 실체를 확인하고 체득하는 힘이다.
창조는 최선에서 태어난다
전 세계 전기면도기 시장의 4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필립스의 성공 비결은 바로 ‘역발상의 창의력’이었다. 필립스만의 창의력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면도기의 고객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점이다. 면도는 남자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그런데 술값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면도기 살 돈은 아까워하는 게 남자들이다. 게다가 전기면도기는 보통의 습식면도기보다 비싸지 않은가. 이 부분을 고민하던 필립스는 마케팅 포인트를 뒤집었다. 다름 아닌 여자 고객을 겨냥한 것이다. 평소 짠순이처럼 굴던 여자들도 사랑하는 남자나 아버지의 선물을 살 때는 쉽게 지갑을 연다. 현재 필립스 면도기의 51퍼센트가 이른바 ‘선물용’으로 팔리고 있다.
LG전자가 러시아에 에어컨을 판 얘기도 재미있다. 모두들 러시아는 추운 나라이니 에어컨이 필요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LG전자는 이 같은 상식을 깨고 창의력의 승리를 일궈냈다. 러시아 시장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일단 LG전자는 시장조사를 통해 1년에 45일 정도 여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추위에는 강해도 더위는 참지 못한다는 사실까지 간파했다. 그리고 즉각 러시아 판매 전략을 세우고 에어컨 수출에 나섰다. 그 결과, 러시아 에어컨 시장의 35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한국야쿠르트의 ‘윌’의 성공 과정도 창의적인 발상의 결과였다. 요구르트는 장이 나쁜 사람들에게 좋은 음료로 알려졌지만, 한국야쿠르트는 위에 좋은 유산균 요구르트로 승부를 걸었다. ‘요구르트=장’이라는 등식을 깬 것이다. ‘윌’은 연 매출 2,00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발효유 사상 최고의 대박상품이 됐다.
그렇다면 창의력을 기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창의력 전문가인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케이스 소여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실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 사용하는 두뇌 영역은,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고민할 때 쓰는 두뇌 영역과 동일하다.”
이는 보통 사람들도 얼마든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창의력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어떤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매개로 형성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끼리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서로의 지식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질적 변화를 거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케이스 소여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가능한 모든 것을 배워라. 예를 들어 여러 개의 뮤직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예기치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시인, 1988년 입사 후 주로 문화부에서 문학, 출판 분야 담당. 한경닷컴에 '고두현의 그래 이 책이야!' 칼럼 연재.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저서 <독서가 행복한 회사>. 제10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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