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발 금융패닉, "한국은 아직 변두리!"
<뷰스칼럼> 대형토목 중단하고 '재정 건전성' 사수할 때
얼마 전 정부·재계·언론 등이 온통 핑크빛 낙관론에 빠져 있을 때, 통화당국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27일 금융시장은 그의 말대로였다.
27일 금융시장 패닉의 의미, "한국은 아직 변두리다"
26일 코스피지수는 막판에 12포인트가 빠졌다. 두바이 모라토리움(채무지불유예) 선언 때문이었다. 건설주가 주로 빠졌다. 애널리스트나 일부 언론은 "두바이 모라토리움 충격이 한국에는 거의 없을 것"이라 분석했다.
그런데 웬 일? 27일 코스피지수는 75.02포인트, 4.69%나 폭락했다. 올 들어 최대 폭락이다. 코스닥도 4.67% 폭락하면서 7개월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20.2원 폭등한 1175.5원까지 급등했다. 외국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 현물시장에서 2천억원, 선물에서 1조4천억원 등 총 1조6천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거의 투매 수준이었다.
이는 이날 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화에 비해 14년래 최고강세를 보인 것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국이 아직 '주변부', 즉 변두리임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두바이 국가파산, 예견된 재앙
두바이 모라토리움은 사실상 예견된 재앙이었다. 서방 핫머니자본이 만든 두바이 환상은 처음부터 '모래 바벨탑'이었다. 다른 중동국가들과는 달리 석유도 나오지 않고, 변변한 공장도 없는 두바이는 핫머니자본이 빠져나가기만 하면 언제든 폭삭할 운명이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후 그 악몽이 현실이 됐다.
그후 세계 각국이 공격적 재정투입으로 최악의 파국을 막으려 애썼고 한국 같은 경우는 건실한 제조업이 존재하는 까닭에 환율효과까지 교미해 상대적으로 외형상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나, 두바이는 달랐다. 두바이의 공식 외채는 800억달러. 그러나 재정 투명성이 안개속 같은 까닭에 전문가들은 1천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지 않은 외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두바이의 GDP(국내총생산)과 비교하면 GDP의 148~20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핫머니는 두바이를 차갑게 외면했고, 결국 국가파산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두바이는 반년후 모라토리움에서 벗어나겠다고 말하고 있다. 엄청나게 돈을 쏟아부은 부동산 등 국내외 자산들을 팔면 충분히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IMF사태때 우리가 뼈 저리게 겪었듯, 부도난 두바이 자산을 제값 쳐주고 살 자본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헐값 매각이 불 보듯 훤하고 결국 두바이는 쪽박 찬 신세가 될 것이다.
아직도 정신 못차린 한국
"두바이 다음은 어디냐?"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국언론들이 벌써부터 시작한 '못된 짓'이다. 동유럽, 터키, 남아공 같은 구체적 고유명사도 거론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난 연말연초와는 달리, 아직 한국을 거론하는 외국언론들은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한국을 극찬했으니, 그럴 거다. 또 환율효과로 막대한 경상흑자도 기록하고, 외환보유고도 원대복귀시켜 놓았으니 그렇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럴지, 낙관은 금물이다. 벌써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템플턴자산운용사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가 신흥시장의 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다른 신흥국가들과 함께 묻어서 헐값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자본은 본디 간사하다. 약점을 보이면 날로 먹으려 덤비게 마련이다. 절대로 약점을 보여선 안된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가 영 엉망이다.
한 예로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그런 대표적 케이스다. 그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 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국가를 파산 위기로 몰아갈 뻔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유야무야 없던 일처럼 국책은행장인 그를 인책도 안했다. 그런 민 행장이 최근 또다시 사고를 치려 하고 있다. 대우건설을 말도 안되는 조건으로 정체불명의 외국 투기자본에게 팔려 하고 있는 것이다. 투기자본에게 산은이 1조원을 꿔주려 하는가 하면, '풋백 옵션' '콜 옵션' 등 각종 특혜를 주려 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런 특혜라면 국내기업들도 앞다퉈 사려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풋백 옵션' 등을 강력 통제하겠다던 금융당국은 꿀먹은 벙어리다.
대우건설 매각만 그런 게 아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도 연내에 팔겠다고 다시 나섰다. 불과 두어달 전, 효성 빼고 다른 국내기업들이 모두 외면했던 기업이다. 하이닉스를 연내 매각하려 하면 사갈 곳은 뻔하다. 외국 투기자본 뿐이다.
도대체 왜 이런 상식밖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일각에서 의심하듯, 정부가 이들 매각을 통해 4대강 사업 등으로 급속 악화되고 있는 재정을 보충하려 하는 건 아닐까. 또다른 어두운 이유가 있는 건가.
다시 바짝 긴장할 때다. 재정을 더 풀고 환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신용'과 '건전성'을 관리할 때란 얘기다. 두바이가 무너진 것도 재정건전성 붕괴 때문이다. 국민적 저항과 분열을 낳는 대형토목 등은 즉각 중단하고 2차 금융위기때 우리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 건전성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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