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언빌리버블", 세번째는 누가?
<뷰스칼럼> "이해찬, 한명숙, 이재정 모두 지방선거 나가라"
"언빌리버블!(Unbelievable)!"
2002년 11월 25일, 정몽준 대표가 여론조사 결과에 깨끗이 승복, 노무현 후보와 후보단일화가 성사됐을 때 미국생활을 오래 한 김경재 민주당 의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듯 영어로 터트린 환호성이다. "믿을 수 없다"는 이 감동은 국민 다수가 느끼던 감정이었다.
노무현 후보가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언빌리버블의 힘'이었다. 당시 10%대 도토리 키재기식 다툼을 벌이던 두 사람의 인기는 이 감동을 계기로 수직상승하기 시작했고, 노 후보는 '대세론'에 사로잡혀 있던 이회창 후보를 순식간에 추월했다.
그 후 투표 전날 밤 정몽준 대표가 판을 깨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듯 싶었으나, '언빌리버블의 감동'에 대한 정 대표의 배신은 도리어 노무현 후보에 대한 막판 몰표를 자극해 노 후보에게 극적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로부터 5년 뒤, 또 한차례 비슷한 풍광이 펼쳐졌다.
2007년 8월20일, 사실상의 대선이었던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근소한 표차로 이명박 후보에게 분루를 삼켜야 했다. 문제로 삼을 수도 있는 표차였다. 모든 부문에서 다 이기고 여론조사 한곳에서만 분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상에 오른 박 전 대표는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고 말했다. 시쳇말로 '쿨한 승복'이었다.
이 순간을 지켜보던 국민들의 뇌리에는 5년 전의 "언빌리버블"이란 탄사가 연상됐고, 그 순간 박 전 대표는 단지 '박정희의 딸'이 아닌 대중정치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후 기복은 있으나 박 전 대표가 차기대선 주자 경쟁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 불러 일으킨 감동 때문이다.
"이해찬, 한명숙, 이재정...모두 지방선거 출마하라"
며칠 전인 지난 16일, 재야인사들 사이에 비공개 토론회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작금의 꽉 막힌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까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박승옥 풀뿌리공제운동연구소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유명한 사람들은 다 지방선거에 출마해야 한다.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은 구로구에서, 한명숙 전 총리는 고양시에서, 이해찬 전 총리는 관악구에서 모두 출마해야 한다."
요컨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 이상을 지낸 유명인사들은 예외 없이 총선이나 대선에 대한 욕심을 거두고 지방선거에 출마하라는 거였다. 그것도 서울시장이나 도지사 같은 큰 자리가 아닌 구청장 등으로 목표치를 낮춰서. 한마디로 기득권을 버리는 헌신적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이었다.
박승옥 대표는 몇 년 전엔 대기업 중심의 노동운동을 신랄하게 비판해 진보진영 내 대논쟁을 이끌어냈던, '할 말'을 하는 전력의 소유자다. 그는 유명인사들의 헌신적 기득권 포기야말로 앞뒤로 꽉 막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 해법으로 보는 것이다. 범민주진영이 국민에게 다시 "언빌리버블"의 감동을 줄 수 있는 '감동의 연대'를 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세번째 "언빌리버블"은 누가
2006년 말~2007년 초, 범여권에는 야권의 이명박 후보나 박근혜 후보를 이길만한 후보가 없었다. 잠룡들은 많았으나 모두가 고만고만했고, 누가 나가도 안된다는 게 지배적 평가였다. 필연적으로 '외부 영입론'이 나왔다.
그 무렵, 여러 명의 범여권 잠룡들과 따로따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조언을 해달라 했다. 한마디만 해줬다. "후보 사퇴선언을 하면서 대신 신선한 외부인사를 내세워라."
모두가 앞에선 고개를 끄덕였으나, 결국 아무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고, 네거티브 선거로 국민 짜증만 키웠다. 그 결과가 530만 표차의 대패였다.
'그때 그 인물들'이 지금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530만 표차 대패에 관련, 자신의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 'MB 실정'의 반사이익만 노리는듯한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범야권의 활로는 지난 몇 년간 두 차례 국민을 움직였던 두 차례 "언빌리버블"에 이은 '세 번째 언빌리버블'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록 투박하기는 하나 앞서 박승옥 대표의 문제제기는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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