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의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김행의 '여론 속으로'] <6> 盧의 8.6회동 메시지
노무현 대통령은 6일 김근태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정권재창출에 관한 그의 속내를 드러냈다. “지금 상황이 어렵지만 우리당이 너무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 당은 큰 배다. 지금 비록 선장이 눈에 잘 안 띈다고 해서 하선하려고 해서야 되겠냐. 각자 최선을 다한다면, 바깥에서도 선장이 배에 오를 수 있고, 우리 내부에도 좋은 사람이 많으니 공정한 조건에서 경선을 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당도 부인했다.
열린우리당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생연후’에 ‘살타’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무현식 승부수다. 그는 ‘무’에서 출발했다. 자신의 전부를 ‘몰방’해 정권을 잡았다.
盧, 우리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하지만 여전히 ‘큰배’임을 강조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열린우리당이라는 자산도 생겼다. 비록 민심의 외면을 당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여전히 집권여당이다. 큰 배다. 2002년과 비교하면 엄청난 부자다. 그런데도 당은 패배주의에 빠져있다. 하선하려는 자도 있고, 고건 전 국무총리를 기웃거리는 자도 있다. 한심했을 것이다.
우선 ‘배를 지켜야 산다’는 것이 노무현식 계산법이다. 터무니없는 계산이 아니다. 필자는 이미 그의 노림수를 몇달 전 <월간조선 3월호>에 기고한 바 있다. 어차피 선거는 몇 명의 후보가 나와도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 세력의 1 : 1 싸움이다.
그렇다면 반한세력을 모아 출항할 수 있는 큰 배를 띄워야 한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반한세력을 담을 수 있는 가장 큰 배다. 물론 이와 관련,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당장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걸림돌이다. 지난달 31일 실시된 CBS와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율이 46.1%인데 비해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22.3%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노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24.1%에 불과했다.
그러나 민심은 변하는 것이다. 대선까지는 1년 반이나 남았다. 지방정권을 완벽하게 장악한 한나라당에게 지방정권이 화살로 돌아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노대통령 노림수, 우리당 수성하며 정계개편 주도해 정권 재창출
열린우리당이 과연 정계개편을 주도할 동력이 있는지 의심하는 층도 있다. 무엇보다 당내 대권주자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중앙일보와 리서치&리서치(R&R)의 조사를 보면,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정동영 전 의장 5.6%, 이해찬 전 국무총리 3.7%, 김근태 의장 3.6% 등으로 열린우리당 주자들이 바닥을 기고 있다.
이에 비해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은 독보적이다. 같은 조사에서 고 전 총리는 23.0%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21.4%, 이명박 전 서울시장 21.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대결구도에서 고건 대 박근혜는 44.3% 대 38.5%, 고건 대 이명박은 39.8% 대 40.7%로 고 전 총리의 선전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민주당과 고건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비노(非盧) 정계개편’이 이뤄지는 경우 열린우리당이 중심세력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 판단에 자신감을 잃을 필요는 없다. 원내의석수 11석의 민주당이 조순형 의원의 당선으로 1석을 추가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도 못 미치는 미니정당이다.
고건 전 총리는 ‘희망한국 국민연대’의 출범에 계속 차질을 빚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그가 범여권통합후보가 되지 않는 한 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열린우리당을 굳건히 지켜내는 것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지름길일 수 있다. 노대통령의 수는 정확히 이 점을 노리고 있다. 그는 목표를 앞에 두고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盧 ‘최악의 경우’ 자신의 정치철학 계승하는 야당이라도 남기려 해
노 대통령은 당장의 실리보다 명분과 철학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최우선으로 당의 정체성을 자신이 지키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그는 “배를 갈아타면 그 배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정책노선도 수정하게 된다”며 “배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배에는 그의 대북, 대미 외교철학과 양극화 해소방안이 들어 있다. 그는 이 전가의 보도로 90%의 ‘상대적 박탈자’를 공략할 것이다. ‘10%의 가진 자’와 웰빙정당 한나라당을 공격할 것이다. 대선은 결국 50만표~100만표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구상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와도 교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6일의 발언은 노대통령 자신이 적극적으로 외부인사 및 외부 정치세력의 영입 그리고 당내 대선주자들 사이의 경선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과연 고건 외에 노대통령의 러브콜을 받아들일 외부인사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대선때 가만히 있을 그가 아니다. 타협이나 이합집산 같은 ‘정치적 꼼수’는 노무현식 게임이 아니다. 잘하면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그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계승할 야당이라도 남기려는 야심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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