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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의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김행의 '여론 속으로'] <6> 盧의 8.6회동 메시지

바둑판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먼저 나를 살리고 나서 상대를 공격한다는 뜻이다. 상대 돌을 잡으려다 오히려 자기 돌이 죽을 수 있음에 대한 경고다. 특히 실력이 약할수록 자기 돌은 개의치 않고 막무가내로 상대 돌을 잡으려 드는 경우가 많으나, 먼저 스스로를 돌본 다음에 상대 돌을 공격하는 것이 순서라는 가르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6일 김근태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정권재창출에 관한 그의 속내를 드러냈다. “지금 상황이 어렵지만 우리당이 너무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 당은 큰 배다. 지금 비록 선장이 눈에 잘 안 띈다고 해서 하선하려고 해서야 되겠냐. 각자 최선을 다한다면, 바깥에서도 선장이 배에 오를 수 있고, 우리 내부에도 좋은 사람이 많으니 공정한 조건에서 경선을 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당도 부인했다.

열린우리당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생연후’에 ‘살타’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무현식 승부수다. 그는 ‘무’에서 출발했다. 자신의 전부를 ‘몰방’해 정권을 잡았다.

盧, 우리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하지만 여전히 ‘큰배’임을 강조

김행씨는 타협이나 이합집산과 같은 '정치적 꼼수'는 노무현식 게임의 법칙이 아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철학을 계승할 야당이라도 남기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뉴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열린우리당이라는 자산도 생겼다. 비록 민심의 외면을 당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여전히 집권여당이다. 큰 배다. 2002년과 비교하면 엄청난 부자다. 그런데도 당은 패배주의에 빠져있다. 하선하려는 자도 있고, 고건 전 국무총리를 기웃거리는 자도 있다. 한심했을 것이다.

우선 ‘배를 지켜야 산다’는 것이 노무현식 계산법이다. 터무니없는 계산이 아니다. 필자는 이미 그의 노림수를 몇달 전 <월간조선 3월호>에 기고한 바 있다. 어차피 선거는 몇 명의 후보가 나와도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 세력의 1 : 1 싸움이다.

그렇다면 반한세력을 모아 출항할 수 있는 큰 배를 띄워야 한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반한세력을 담을 수 있는 가장 큰 배다. 물론 이와 관련,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당장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걸림돌이다. 지난달 31일 실시된 CBS와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 지지율이 46.1%인데 비해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22.3%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노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24.1%에 불과했다.

그러나 민심은 변하는 것이다. 대선까지는 1년 반이나 남았다. 지방정권을 완벽하게 장악한 한나라당에게 지방정권이 화살로 돌아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노대통령 노림수, 우리당 수성하며 정계개편 주도해 정권 재창출

열린우리당이 과연 정계개편을 주도할 동력이 있는지 의심하는 층도 있다. 무엇보다 당내 대권주자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중앙일보와 리서치&리서치(R&R)의 조사를 보면,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정동영 전 의장 5.6%, 이해찬 전 국무총리 3.7%, 김근태 의장 3.6% 등으로 열린우리당 주자들이 바닥을 기고 있다.

이에 비해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은 독보적이다. 같은 조사에서 고 전 총리는 23.0%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21.4%, 이명박 전 서울시장 21.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대결구도에서 고건 대 박근혜는 44.3% 대 38.5%, 고건 대 이명박은 39.8% 대 40.7%로 고 전 총리의 선전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민주당과 고건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비노(非盧) 정계개편’이 이뤄지는 경우 열린우리당이 중심세력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 판단에 자신감을 잃을 필요는 없다. 원내의석수 11석의 민주당이 조순형 의원의 당선으로 1석을 추가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도 못 미치는 미니정당이다.

고건 전 총리는 ‘희망한국 국민연대’의 출범에 계속 차질을 빚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그가 범여권통합후보가 되지 않는 한 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열린우리당을 굳건히 지켜내는 것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지름길일 수 있다. 노대통령의 수는 정확히 이 점을 노리고 있다. 그는 목표를 앞에 두고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盧 ‘최악의 경우’ 자신의 정치철학 계승하는 야당이라도 남기려 해

노 대통령은 당장의 실리보다 명분과 철학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최우선으로 당의 정체성을 자신이 지키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그는 “배를 갈아타면 그 배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정책노선도 수정하게 된다”며 “배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배에는 그의 대북, 대미 외교철학과 양극화 해소방안이 들어 있다. 그는 이 전가의 보도로 90%의 ‘상대적 박탈자’를 공략할 것이다. ‘10%의 가진 자’와 웰빙정당 한나라당을 공격할 것이다. 대선은 결국 50만표~100만표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구상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와도 교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6일의 발언은 노대통령 자신이 적극적으로 외부인사 및 외부 정치세력의 영입 그리고 당내 대선주자들 사이의 경선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과연 고건 외에 노대통령의 러브콜을 받아들일 외부인사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대선때 가만히 있을 그가 아니다. 타협이나 이합집산 같은 ‘정치적 꼼수’는 노무현식 게임이 아니다. 잘하면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그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계승할 야당이라도 남기려는 야심가이다.
김행 여론조사 전문가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22 35
    거사

    핵심 꿰&#46623;었다
    노의 본심이다. 맞다. 노의 측근들 특히 이강철 특보, 김두관, 유시민 등 소위 영남파들의 정치철학은 노와 일치한다. 선거에서 지고 이기는 게 중요하지 않고 이런 얘기들은 이미 그들 입에서 흘러나온지 옛날이다. 그들만의 파벌을 형성해 만년 노빠당을 이어어가는게 목적이다. 정권재창출이라면 더 좋고...

  • 24 45
    오상희

    김행의 "기사"는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까???
    김행의 기사를 읽어보면 2002년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노무현에게 패배한 앙심을 품고 글을 쓰는것 같다.
    독기(毒氣)가 느껴진다.
    노무현은 그 당시에 자기가 양보할 것은 대부분 양보를 하고 단일화 조건을 받아들였다.
    예컨대, 여론조사 질문에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넣자는 정몽준후보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노무현은 자기의 기득권(국민경선 선출후보)을 버렸다.
    정몽준은 월드컵 4강신화를 바탕으로 한 반짝스타였다.
    두 사람은 격(格)이 달랐지만, 노무현은 자기의 기득권을 모두 버렸다.
    그리고, 승리했다.
    김행기자가 노무현에게 억하심정을 갖을 이유가 전혀 없다.
    한(恨)을 품을 이유도 없다.
    노무현의 기득권포기는 다른 정치인같으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이기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노무현의 지지율이 낮지만, 국정수행지지도는 20%에 육박한다.
    집권 4년차시절에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생각해봐라.!!
    노무현의 지지율은 낮은것이 아니다..
    나는 김행기자의 "여론속으로"라는 칼럼이 한국정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줄 모르겠다.
    그냥 "경마식 칼럼"인것 같다.
    누가 이기는지, 누가 1등을 하는지 누가 승리를 하는지만이 중요한것처럼 보도한다.
    경마장에서 아나운서가 하는 말이 생각난다..
    ""1번마 앞서간다,,,,그 다음은 5번마 뒤쫓는다. 1번마...1번마,,,,5번마,,그 다음은 6번마..""
    언론은 이렇게 경마식으로 보도를 하면 안된다..
    가치(밸류)를 언급해야 한다.
    한국에 도움에 되는 가치(VALUE)를 꼭 언급해야 한다.
    ...그 배에는 그의 대북, 대미 외교철학과 양극화 해소방안이 들어 있다. 그는 이 전가의 보도로 90%의 ‘상대적 박탈자’를 공략할 것이다. ‘10%의 가진 자’와 웰빙정당 한나라당을 공격할 것이다. 대선은 결국 50만표~100만표 싸움이기 때문이다.....
    김행은 양극화를 심화됐다고 노무현을 공격했던 "조중동"의 보도를 못 보았는가??
    정당이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법을 도모하면 안되는것인가??
    양극화해소를 왜 부정적으로 쓰는가??...
    김행은 도대체 무엇이 못마땅한가??
    양극화해소가 나쁘다면 차라리 김행기자는 "양극화는 자본주의의 당연한 산물이다"라고 솔직히 고백하라.!
    양극화해소가 나쁘다면 차라리 김행기자는 양극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해라.!!
    양극화 현상을 옹호하고 싶지 않다면 양극화해소하려는 노력을 비아냥대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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