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7조달러 '텍스 헤이븐'과 전쟁 선언
<분석> 오바마, 과연 미국의 생명줄 '헤지펀드' 옭아맬까
현재 스위스 비밀금고에는 2조달러, 전세계 35여개 텍스 헤이븐에는 7조달러의 막대한 검은 자금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메르켈 "헤지펀드-신용평가사-조세회피지 감독 받아야"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은 22일(현지시간)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초청으로 베를린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조세 회피지 단속 강화, 헤지펀드-신용평가사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7개항의 합의를 도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은 이를 오는 4월 G20 정상회의에서 제안하기로 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금융시장과 상품, 그리고 조직적 위험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민간투자그룹을 포함한 시장 참여자들은 예외없이, 또 국적과 관계없이 적절한 감독과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조세 회피지 및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회의를 소집한 메르켈 독일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위기는 최근 수십년동안 유례가 없었던 상황으로, 아직 회복되지 않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모든 헤지펀드와 신용평가사들이 감독을 받아야 하고 조세 회피지에 대한 제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지구촌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동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위기의 강도와 깊이는 실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자본주의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더욱 도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들은 당면한 최대 현안인 동유럽 디폴트 위기와 관련해선, 개별국가 지원 방식 대신에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지원을 하기로 하고 회원국들의 분담금을 2배로 늘려 최소한 5천억달러의 기금을 창설하기로 했다. 각국이 모두 제 코가 석자인 까닭인 IMF 기금 증액에 참석하는 선에서 지원을 하기로 한 셈이나, 이 정도 갖고 위기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게 지배적 반응이다.
이날 회의에는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체코, 룩셈부르크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그리고 각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했다.
미국, 과연 헤지펀드 규제에 찬성할까
유럽국가들이 헤지펀드-신용평가사 및 조세회피지에 대한 공세를 펴고 나온 것은 오바마 미정부가 스위스 비밀금고에 대한 공세와 시점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이번 세계금융위기를 계기로 부패-비밀자금에 대한 글로벌 공세가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제금융당국은 스위스금고에 2조달러, 전세계의 조세회피지에 7조달러의 검은 돈이 암약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패한 개도국 집권세력 및 전세계 부유층 탈세세력의 자금인 이들 검은 돈은 그동안 헤지펀드 등의 형태로 투기행위를 일삼아, 오늘날 금융위기를 초래한 전세계 자산거품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받아왔다.
문제는 미국이 과연 유럽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이다. 현재 오바마 새정부는 5만2천여명의 미국 부유층 명단 제출을 스위스 UBS에 요구하는 등 미국의 탈세세력 척결에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연 헤지펀드와 조세회피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강도로 개혁을 추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헤지펀드의 익명성과 탈세 등을 보장해온 것은 다름아닌 미국 정부였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미국의 '어둠의 자식'이었다
헤지펀드는 100명 미만의 부자 투자자들로 구성된 사모펀드를 가리킨다. 미국금융당국은 100명 이상의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정보공개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사실상 헤지펀드는 감독권밖의 초법적 존재로 암약해왔다.
미국 역대정권은 헤지펀드를 적극 감싸왔다. 헤지펀드 규제를 포기한 레이건 시절의 공화당 정권은 물론이고, 클린턴 민주당 정권때도 90년대말 아시아 외환위기후 헤지펀드 규제론이 빗발치자 로버트 루빈 당시 미 재무장관은 '규제 절대반대' 입장을 밝혔고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연준(FRB) 의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린스펀은 퇴임후 한 헤지펀드 회장으로 옮겨가 모럴해저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처럼 헤지펀드 규제에 강력 반대한 것은 헤지펀드의 90% 이상을 미국 월가가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즉 전세계에서 몰려든 검은 돈을 월가가 쥐락펴락함으로써 그동안 세계금융계 황제 노릇을 해온 셈이다.
그러나 세계금융위기 발발후 헤지펀드 등에 대한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미국도 외형상으론 헤지펀드 등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미국이 어느 정도 적극성을 갖고 임할지는 의문이며, 미국의 속내는 오는 4월 런던 G20 정상회의때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란 게 지배적 관측이다.
만약 유럽과 미국이 정면충돌할 경우 자칫 G20 회의가 도리어 세계금융위기를 한층 파국적 상황으로 몰고갈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이래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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