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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찍어주니 우습게 아는 것 같아"

<현장> 성북을 유권자들 '한나라 추태'에 분노, “이번엔 '박풍'도 별로..."

‘수해 추태’, ‘호남 비하 발언’ 등 한나라당발 악재의 후폭풍이 심상찮다. 2004년 4월총선이래 2004년 6월, 2004년 10월, 2005년 4월, 2005년 10월 치러진 4번의 재보선에서 연전연승한 '한나라당 전승 신화'가 이번 7.26 재보선에선 위태로와 보이기 때문이다. 진원지는 서울 ‘성북을’이다.

조순형 민주당 후보가 초반의 10%대 열세를 극복하고 최수영 한나라당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뒤쫓고 있다고 한나라당조차 시인하고 있다. 민주당 자체 분석과 일부 언론보도에는 선거막판에 조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기 시작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사태가 다급하게 돌아가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바로 이 지역을 찾고 있는 한나라당 인사들의 면면이다. 지난 20일 이명박 전서울시장에 이어, 22일에는 박근혜 전대표까지 이 지역을 방문했다. 이 전시장은 24일 또다시 이곳을 찾았고 이재오 최고위원도 찾았다. 당의 '긴급 SOS' 때문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24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까지 가세해 "성북을 승리"를 외치고 있으나 조순형 민주당 후보의 지지세가 만만찮아 승리를 장담키 힘든 상황이다. ⓒ뷰스앤뉴스


"한나라당, 계속 찍어주니까 완전히 우습게 아는 것 같아"

박 전 대표는 지난 22일 이 곳을 다녀갔다. 그 이틀 뒤인 24일, 기자도 이 곳을 찾았다.

성북구 길음3동에서 만난 이모(48남, 자영업)씨는 한나라당의 수해 추태에 격노하고 있었다.

“성추행(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인가 뭔가, 솔직히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봤어. 근데 이번엔 뭐여? 그 수해 통에 골프를 치고 앉아 있질 않어. 그것들이 사람xx들이여? 완전히 정신이 나간 거지. 이번에는 몰라. 계속 찍어주니까 완전히 우습게 아는 것 같어...”

같은 동네에서 만난 윤모(39남, 자영업)씨는 이틀 전 이 곳을 다녀간 박 전 대표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박 대표가 다녀갔다. 근데 이번에는 아니다. 허구한 날 사고치고 ‘미안하다, 잘못했다, 기회를 달라’ 이제껏 이런 식 아닌가? 박 대표가 사람들 만나고 웃음으로 때우는 느낌이 든다. 우리 마누라는 그제 박 대표 왔다고 구경이라도 가겠다고 설치던데, 박풍도 안 통하는 날이 온다는 사실을 모르나 보다.”

성북구 숭인초교 앞에서 만난 박모(35여, 학원업)씨는 지역 민심을 놓고 꽤 전문가 같은 진단을 내놨다.

“한나라당이 이제껏 선거에서 이겨왔던 건 반사이익 아닌가. 노무현 정권의 실정이 승리의 근본원인인데, 한나라당만 그걸 모르나 보다. 아무런 컨텐츠 없이 정권 비판만 늘어놓으면 곧 밑천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박 대표도 아직 컨텐츠가 안보인다. 박 대표가 지금 여기 올 때인가. 수해현장에서 살아야지. 또 각종 망동-망언을 한 한나라당에 대해 준엄한 질타를 해야지. 그런데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진 않나.”

박풍의 위력 감소는 지지층의 투표 포기 사태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우모(35여, 주부)씨는 “한나라당을 지지했는데 이번에는 투표를 안 할 것 같다. 찍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투표 않겠다고 대답한 배경에는 역시 한나라당의 수해 골프 추태 사건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난리에 골프치고... 도저히 상식이 안 통한다. 그렇다고 조순형 찍기는 뭣하고 해서...”

무엇보다 박풍의 위력을 감소시키는 주범은 다름아닌 한나라당으로 보였다. 지원유세차 이 곳을 들른 권영세 의원은 이 날 오전 한나라당 윤리위원회가 내놓은 징계 수위를 두고 한마디 했다.

“통상적 기준으로 볼 때, 골프 한 번 친 거 가지고 제명에다가, 1년 당원 정지 조처를 취한 것은 당이 그만큼 민심의 명령을 엄중히 받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럼에도 호남 비하 발언을 한 이효선 광명시장에 대한 조치는 약하다. 수백번 골백번 광주 가면 뭐하나? 한방에 도로아미타불을 만드는데...”

백날 선거현장을 돌아다니며 고개 숙여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는 푸념이었다. 중앙당에서 '솜방망이 징계'나 하고 있으니, 박근혜 전대표가 아니라 고 육영수 여사가 살아돌아와도 민심을 돌리기가 어려워 보인다는 투였다.

의외로 높은 조순형 인지도

박 전 대표에 이어 이 날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이 곳을 찾았다. 지난 20일에 이어 두번째 지원유세다.

이 전 시장이 지원유세를 위해 성북구 월곡 4동 두산아파트 상가 앞을 찾은 오후 5시 40분께, 한나라당 소장파도 총출동했다. 권영세, 정병국, 고진화, 정두언, 박진, 박찬숙 의원 등이 미리 이 곳에 나와 이 전 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선 갈등으로 가능한 한 두문불출하던 이재오 최고위원까지 오후 5시께 이 곳에 들렀다.

박 전 대표, 이 전 시장 등 대권주자들의 방문은 어느 정도 분위기 메이커 노릇은 한 듯하다. 주민들은 유세현장에서 인기 스타들의 나들이에 반짝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박모(66남. 소매업)씨는 “이명박 시장 온다기에 한번 본 거지 뭐. 그런데 난 조순형 찍을 거여...”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이 시장이 대통령 감이라 좋긴 하지만 민주당 조 후보가 강직하고 때가 덜 탄 것 같아 꼭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씨 말에서 알 수 있듯, 이 곳 성북을 지역에는 조순형 민주당 후보의 지지세가 예상밖으로 두텨웠다. 이 지역은 호남출신이 30% 가까이 된다.

한모(58여, 주부)씨는 그러나 꼭 호남표만이 조 후보를 선호하는 게 아니라 했다. “호남출신이라 찍나? 예전에는 이 곳에 호남세가 강했다고 해도 지금은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해서 안그래. 나같은 사람들이 조순형 찍는 이유야, 아 찍을 만한 인물이 없잖아. 들어본 사람은 조순형 뿐이야.”

조 후보의 높은 인지도는 과거 수십년간 공을 들인 결과다. 조후보는 의원 재직시절에도 지구당 사무실이 없기로 유명했다. 지구당을 유지하려면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러면 신세를 갚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그는 주말마다 지역구민들의 '공짜 주례'를 서왔다. 많을 때에는 하루 5,6차례나 할 정도였다. 그만의 '돈 안드는 지역구 관리방법'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중장년층이 많을 수밖에.

민주당 “우리 조후보가 앞서기 시작했다”

초조한 한나라당과 대조적으로 민주당은 희희낙낙이다. 이날 오후 1시 40분께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성북구 길음3동을 찾았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 승리에 힘입어 향후 정계개편 논의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뷰스앤뉴스


지지연설 전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한 대표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한 대표는 곁에 있던 이낙연 원내대표와 손봉숙 의원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어제밤 우리당 자체 ARS조사에서 조 후보가 최 후보를 1.3%포인트 앞섰다고 한다”고 웃었다.

한 대표는 “이는 오만한 한나라당을 견제할 세력이 우리밖에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또 향후 정계개편을 민주당이 주축으로해서 하라는 국민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원내대표 역시 “미시적으로 보면 (조순형 후보가 승리할 경우) 재작년 3월 탄핵 여파가 노 정권의 실정에 힘입어 상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제 탄핵은 상쇄됐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제발 조순형 만큼은...”

반면 가장 곤혹스러운 쪽은 열린우리당으로 보였다. 한나라당 악재의 여파가 열린우리당이 아닌 탄핵 주역 조순형 후보쪽으로 쏠리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탄핵주역 조 후보에게 진다는 것은 열린우리당에겐 상상하기조차 싫은 '악몽'이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제발 조순형만큼은 안된다"며 조순형 불가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뷰스앤뉴스


김근태 의장은 이 날 오후 성북구 장위시장을 돌며 “탄핵 주역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역사를 희화화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지금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다. 과거 수구적 탄핵세력을 모아 틈새를 노리고 있다”고 수차례 조순형 불가론을 외쳤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손모(45남. 부동산중개업)씨는 “열린우리당 후보(조재희)는 솔직히 이름도 모른다. 여당이 잘한 게 있어야 이쁘게 보이지”라고 말했다.

김 의장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김 의장이 건네는 손을 외면하고 지나치는 시민들의 차가운 반응이, 곁에서 지켜보는 기자까지 무안하게 만들 지경이었다.

성북을에서 목격된 민심은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한심하다"는 것이었다. 조순형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 또한 "민주당이 낫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민심은 지금 한국정치의 한심한 현주소에 또다시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었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9 11
    조순형

    그래 우습게 안다
    원래 한나라당은 민심을 우습게 알지.
    근데 조순형 되면 탄핵은 정당화 된다말?
    ㅋㅋ
    이래저래 노통 골치 아푸겠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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