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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50~60년대 日 여야 정치인에 비자금 살포

친미파 정치인 양성 및 좌파 약화 위해 비밀 지원

미국정부가 1950년과 1960년대에 걸쳐 일본의 여당과 야당의 온건파를 대상으로 비밀리에 자금지원을 하는 등 일본 내 좌익세력을 약화시키고 친미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공작을 펼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 중앙정보국(CIA)이 중심이 돼 일본의 좌익세력을 약화시키고 보수 정권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자민당 간부와 야당 온건파를 대상으로 비자금을 뿌리며 대대적인 정치공작을 폈던 사실이 미 국무성 공개자료를 통해 공식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30년 경과 따라 비밀해제된 미 비밀 외교문서에서 공식 확인

19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과 <교도(共同)통신> <지지(時事)통신>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이날 공개한 미국 국무부의 외교 기밀 문서를 모은 외교사료집 ‘미국의 외교(FRUS,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에서 “CIA의 비자금 지원은 1950년대 후반에 시작돼 1964년까지 이어졌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CIA의 당시 공작에 대해 “(일본 내) 주요 친미 정치인에 대한 지원과 함께 좌파 야당 내에서 온건파를 분열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소규모였다”고 밝혔다. 당시 문서에 따르면 이같은 반좌익프로그램 아래 지원된 각종 자금 지원은 1958년 선거 당시 대부분 1인당 7만5천달러 선이었으며 이같은 액수 수준은 1960년대 중반까지도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CIA가 이같은 공작을 벌인 시기는 당시 일본 의회가 자민당과 사회당 양당의 격렬한 대립을 하던 시기로 당시 문서에서 친미 및 보수정치인으로 기록된 의원들은 자민당인 반면, 좌파 야당으로 기록된 정치인들은 사회당 소속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지지통신>은 밝혔다.

국무부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1958년 5월 일본의 의회 선거를 앞두고 CIA가 일본의 친미 정치인에 대한 비밀 자금 지원과 함께 선거에 대한 조언을 하도록 공식 허가를 했다”며 “이처럼 자금 및 선거관련 지원을 받았던 일본의 의원 선거 출마자들은 미국의 기업인들이 자금지원을 한다는 말만을 CIA로부터 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CIA가 더많은 친미 정치인과 ‘책임감 있는’ 야당 정치인을 등장시키겠다는 계획 아래 좌파 야당 중 온건파를 분리시키도록 하는 비밀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는 방안 역시 공식 허가를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日정치인에 비밀자금 지원과 함께 선거 조언 등 제공, 10여년간 지속돼

특히 일본 정치가에 대한 자금지원이 일부 중단된 가운데서도 반(反)공산주의 선전활동을 위한 CIA의 비밀작전은 1968년까지 계속된 것으로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서 밝혀졌으며, 특히 1964년에는 모두 45만달러가 지원된 것으로 공개됐다. 국무성 관계자는 “작전은 극히 소규모였지만 비자금 지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당시 린든 존슨 정권(1964∼68년)이 이 사실이 탄로날 경우의 파장을 우려해 1964년 이같은 공작을 중지시킨 뒤 여러 자민당 간부와 야당내의 온건파를 대상으로 한 자금 원조 등 미국 정부의 ‘비밀 지원 작전’이 50년대 후반부터 64년까지 존재한 것을 증명하는 대일 외교 문서집을 간행했으며, 미 국무부는 이날 관련 문서를 공개한 것으로 보도했다.

반면 <지지통신>은 존슨 행정부의 핵심 관료들이 꾸준한 미국의 공작으로 인해 일본 정치의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확신이 높아졌기 때문에 일본 정치인들에게 비밀 자금지원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자금지원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존슨 행정부 당시 CIA에 의한 자민당에의 자금 원조에 관해서는 미국의 <뉴욕타임즈>가 지난 94년 이미 보도했지만, 정부 공식문서에서 확인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야당의 일부에도 CIA로부터 자금지원이 행해진 것이 명백했다는 점에서 일본의 전후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지지통신>은 일본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펼친 CIA의 비밀프로그램은 이전에도 보도가 됐지만 미국 정부의 공식문서에 따라 그같은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이번에 공개된 간행물은 미 국무부가 기밀 해제 기간인 30년이 경과한 공식문서를 대상으로 차례대로 펴내고 있는 사료집 ‘미국의 외교(FRUS)’의 제29권 제2부에 해당된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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