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연대 제안에 대해 고건 전 총리는 ＂지방선거 차원의 연대는 내가 그동안 얘기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고 전총리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끊임없던 열린우리당의 구애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정 의장의 우리당내 위상 약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동영 호소에도 거부로 일관

고 전총리는 12일 시내 한 음식점에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오찬에서 정 의장의 지방선거 연대 제안을 일축했다.

고 전총리는 ＂(그동안) 중도실용주의세력의 연대를 얘기해왔는데 이는 선거차원이 아니고 국가적 차원에서 국정 아젠다인 민생경제의 회복과 미래에 대한 발전전략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모든 정당, 정파를 초월해서 협력하자는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 차원에서 연대하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얘기해왔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여러차례 ＂총리가 평화세력, 개혁세력, 미래세력의 연대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의 초대총리로서,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사람으로서 미래 3각편대에 같이 하셨으면 좋겠다＂, ＂정치는 아직 하고 있지 않다고 하시는데 앞으로 정치를 하시게 되면 배를 함께 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며 고 전총리에게 연대를 호소했다.

고 전총리는 그러나 지방선거 차원에서의 연대는 사실상 힘들다는 뜻을 일관되게 표명했다.

그는 또＂지방자치에 중앙정치가 너무 깊게 관여하는 것에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격돌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고 전총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해찬 총리의 골프 파문과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과 관련, ＂최근 사태에 대해 노래방이다 골프장이다 이런 데를 당리당략적인 차원에서 정치권이 검증한다는 것이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한다＂며 ＂전직 총리로서 민망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고 전총리는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을 하는 것과 경제교류를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기본정책은 옳다＂며 ＂그러나 ▲남북한 교류협력 및 지원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기본정책 목표와 연결돼야 한다 ▲북한과의 교류에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더 진전이 되려면 국민들의 동의를 얻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등의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방선거때 고건 전총리와 연대하려던 정동영 의장의 노력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으며, 정 의장은 앞으로 한층 어려운 선거운동을 치러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