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사이버 공간에 악다구니만 넘쳐"
"무책임한 글쓰기가 광우병 괴담 만들어내" 주장
1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문열씨는 터키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방한중인 오르한 파무크와 13일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에서 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지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논란이 가장 큰 이슈"라며 "미국에서 (체제중인 2년반동안) 계속 쇠고기를 먹었는데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나도 왠지 찜찜해졌다"고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문열씨는 이어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도 비판받을 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이런 방식으로 비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인터넷이 그 소동의 중심에 있으며, 효순 미선양 사건과 유사한 맥락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무책임한 글쓰기가 괴담 같은 것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무크는 "그러나 익명은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을 보호해 주는 측면도 있다. 익명의 글쓰기에는 그것을 불가피하게 하는 사회적 공포가 내재돼 있다"며 "나는 장편소설 '눈'을 쓰기 위해 터키의 국경 도시로 취재를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어떤 사람이 '나는 이곳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익명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고 하더라. 내 이메일 계정에는 나를 욕하는 편지도 많이 오지만, '눈'을 쓸 때 만났던 사람을 떠올리며 참고 걸러내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문열씨는 그러자 "내 견해는 조금 다르다. 인터넷의 익명성은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의도에 의해 흉기로 사용될 수 있다"라며 "한국의 경우 사이버 공간은 대자보적인 흉기로 사용되는 측면이 있다. 사이버 공간은 논의의 품격이 떨어져 고상함이 사라지고 악다구니만 넘치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문열씨가 강력반발하자 파무크는 "인터넷은 분노를 표현하는 통로이고, 우리 안에 있는 악마를 사이버 공간으로 분출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나도 인터넷이라는 흉기에 당한 적이 있다. 다소 빗나가는 얘기지만 인터넷에서 저작권이 마구 도용당하는 것도 작가로서는 민감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더이상의 인터넷 글쓰기 논쟁을 멈췄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