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공개 안한 MBC가 더 문제다"
<기고> "정몽준, 잠 못 잤다고 아무나 얼굴 쓰다듬나"
통합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후보와 서울 동작을에서 맞붙고 있는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느닷없이 성희롱 사건에 휩싸였다.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MBC측과 여성단체, 정치권, 언론계 등이 일제히 정몽준 후보의 사과와 사퇴 등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정몽준 후보 측은 처음에 “어깨 툭 치려했는데, 본의 아니게 얼굴에 손 닿았다”며 혼잡한 유세 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그러나 파문이 거세게 일자, 여론에 떠밀려 3일 오후 MBC를 방문해 해당 여기자와 MBC측에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인 ‘성희롱’ 여부에 대해서는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사과에 그쳤다. 정몽준 의원 성희롱 사건, 과연 이렇게 끝날 일인가?
"정몽준, 잠 못 잤다고 아무나 얼굴 쓰다듬나"
필자는 언론에 보도된 여러 가지 정황을 봤을 때 정 후보가 목적의식적으로 ‘성희롱’을 가했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정 후보가 어떠한 의도로 손을 뻗어 MBC여기자의 볼을 쓰다듬었든간에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느끼고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면 정 후보가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몽준 후보는 공인이다. 그것도 차기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부각된 유력 정치인이다. 그 스스로 울산을 버리고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가 출마한 동작을에 승부수를 던질 정도의 전국 지명도 높은 거물급 정치인이다. 정 후보가 처신을 잘못했다. 오얏 밭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오해살 만한 행동은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의 행동은 그 선을 넘어버렸다. 인터뷰를 요청한 여기자에게 답변하기 싫은 질문이면 인터뷰에 응하지 말고 자리를 피하면 될 일이었다. 과도하게 여기자에게 신체접촉을 가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하는데, 잠을 못 잤다고 아무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있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
성희롱 가해자들의 특징은 거의 똑같다. 일단 자신의 행위를 전면 부인한다. 논란이 확산되면 ‘의도하지 않았다, 우발적인 일이었다’며 발뺌하면서 사과하는 척 한다. 그리고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어정쩡한 정책을 취한다. 정 후보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정 후보가 실수한 대목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사건 초기에 정 후보 측은 먼저 MBC측에 자신의 인터뷰 장면이 담긴 동영상의 즉각 공개를 요청했어야 한다. 모든 논란을 풀어줄 열쇠는 인터뷰 영상에 있다. 피하거나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화를 부를 뿐이다. 인터뷰 영상 화면을 보면, 정 후보가 오명을 뒤집어 썼는지, 부적절한 행위를 했는지 확인될 것이다. 사실(팩트)물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CCTV화면보다 수백배 고화질인 MBC 촬영 영상 안에 해답이 있다. 인터뷰 영상 공개를 통해서 자신이 직접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둘째 자초지종이야 어찌되었든간에 정몽준 후보는 초기에 깨끗이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이 길만이 다음 ‘대권’을 준비하는 해법이다. 지금 온 나라 안이 아동 성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식을 둔 부모들의 근심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집권여당의 차기 대권주자라 할 수 있는 정 후보의 성희롱 논란은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배신행위’요 ‘뒤통수를 때리는 일’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경우를 보라. 성희롱 논란 또는 성매매, 성범죄 논란에 휩싸인 유력 정치인들은 뒤끝없이 사퇴의 길을 걸었다. 미국을 최대 동맹국으로 여기는 한나라당과 정몽준 후보는 미국 정치인들의 털끝만도 못하단 말인가? 안쓰럽기 짝이 없다. 계속 부인하다가 여론에 떠밀린 사과는 진정한 사과라고 보기 어렵다.
총선을 6일 앞두고 벌어진 이번 정 후보의 성희롱 사건은 유권자들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요, 봉창 두드리는 소리처럼 난데없이 불거졌다. 안타까운 일이자, 유감스러운 사건이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사회의 정치, 언론, NGO계에 만연된 여성비하 차별문화와 남성-권력 위주의 성문화가 이번 정몽준 성희롱 사건의 저변에 깔린 유발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최연희 의원의 동아일보 여기자 성희롱 사건, 도대체 얼마나 되었는가? 이제 죄다 잊어버렸단 말인가? 최 의원은 이번 총선에 출마해 지역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다. 일부 국민의 의식정도가 이렇다. 이러한데 누굴 나무라겠는가?
언론사도 오십보백보
언론계는 어떠한가? 필자가 전에 근무했던 S신문 사주는 수년간 자신의 휘하 아래에 있는 NGO단체의 여간사를 성희롱했다. 결과는 어떠하였는가? 회사는 문을 닫았다. 그 사주는 이 사건의 실상을 보도한 기자들을 형사고소하고, 억대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둘다 원고 패소했다.
후일담이지만 당시 사건 때 한나라당 모 부대변인은 기자에게 전화를 해서 "(성희롱 사건을 용기있게 고백한) S신문 기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 시점은 최연희 의원의 동아일보 여기자 성희롱 사건이 불거졌던 시기 이후였다. 필자는 답했다. ”고마운 말씀이지만 한나라당은 각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력 언론사 내에서 성희롱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MBC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솜방망이 징계하고 넘어간다. 이런 사례가 있다. A일간지에서 여기자들을 성희롱한 모 편집국 간부가 문책당하고 회사를 한참만에 그만두었다. 그 간부는 얼마 후 다른 일간지로 옮겨가서 편집국 간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신문사에서도 여기자들을 성희롱했다는 제보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언론계가 이러한대 언론이 누굴 비판하고 욕을 할 수 있겠는가?
NGO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체가 그럴리는 없다. 일부이지만 여전히 시민단체 내부에서 심심찮게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불거져 나온다. 필자가 직접 확인한 사례만도 최근년도에 여러 건이었다. 대부분 해당 단체내에 극심한 논란과 갈등이 빚어진다. 그러다가 피해자가 해당 단체를 그만둔다. 가해자가 처벌을 받았다는 소리는 별로 들어보질 못했다. S신문 사주의 성희롱 사건 때 NGO계의 유력 인사가 보여준 행태는 두고두고 비판받고 있다.
그러나 성희롱을 고발하고, 가해자와 동조세력과 맞서온 이들은 그들 집단 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극심한 심적 고통, 해고 등의 생활적 괴로움까지 겪는다. 해당 업계가 양심적 내부 고발자들을 짓밟고 죽이는 것이다.
최연희 사건의 동아일보 여기자가 그 사건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가? 십중팔구 양심적 내부 고발자가 겪게 되는 어려운 길을 걸었을 것이다. 눈 앞에 발생한 정몽준 후보의 성희롱 논란 사건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성희롱을 당했다고 해당 여기자가 소리치는 순간, 그는 이미 내부 고발자들이 무수히 걸었을 가시밭길에 들어선 것이다. 자해 행위나 다름없는데 왜 해당 여기자는 "성희롱 하신 것"이라고 소리를 쳤을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여기자는 자녀를 둔 학부모로 알려지고 있다. 간단하다. 자신의 모성보호, 사회적 모성보호를 위해서 눈물겨운 길을 택한 것이다.
이번 정몽준 의원의 성희롱 사건 역시 형식적인 사과로 어물쩡 넘어가서는 안 된다. 사건의 실체를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 과연 성희롱인지, 아닌지 밝혀야 한다. MBC가 인터뷰 동영상을 공개하면 된다. 성희롱이 아닌데도 정 후보가 글자 글대로 여론의 압박에 밀려 사건의 실체와 무관하게 사과했다면 이 역시 비겁한 일이 된다.
그러나 여기자의 주장대로 성희롱이라고 느낄만한 부적절한 행위가 벌어졌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특히 여기자가 업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일이기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기자의 주장대로라면 일을 하다가 성희롱을 당한 것이다. 업무 현장에서 발생한 성희롱인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의 고질적 성희롱에 쐐기 박아야
이번 기회에 정치권 내의 고질적인 성희롱, 성범죄 논란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필자가 국회를 출입하면서 직접 겪은 일을 공개하고자 한다. 시점이 제법 지난 일이긴 하지만 모 정당의 거물급 정치인과 인터넷매체 기자간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당사자나 보는 기자들이 불쾌하게 여길 정도의 스킨십과 반말이 행해진 일이 있었다.
필자가 보기엔 상당히 불쾌하였다. 손으로 어깨와 허리 사이를 잡으며 자리를 권하는 모습이며 아무리 자식뻘 되는 나이라 하지만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여기자들을 상대로, “야, 너’ 등의 반말을 건네는 장면은 민망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참다못한 고참급 여기자가 항의를 했다.
“아니, 초등학생도 아닌 여기자에게 ‘야. 너’가 뭡니까?”
항의를 받은 거물급 정치인은 “아, 그게...”라며 말끝을 흐리며 그 다음부터는 반말을 하지 않았다. 스킨십을 가하는 일도 없었다.
그렇다. 그 정도에서 끝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문제를 느끼면 기자들은 해당 정치인들에게 경고를 가해야 한다. 중지를 요구하고, ‘성희롱’이라고 느꼈다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면 1차로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면 된다. 더 큰 화를 막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이번 정몽준 의원의 경우, 해당 여기자와 MBC 등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정 의원은 한참이나 이를 외면하였다.
정치-언론-NGO계 할 것 없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희롱과 성범죄는 그들 집단 스스로 정화하지 못할 경우에 제2, 제3의 파국을 부른다. 아동 성범죄를 강력 비판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언론과 정치권은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의 부도덕함과 성희롱 불감증에 대해서 단죄를 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제2, 제3의 최연희, 정몽준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그 때마다 언론은 ‘성희롱 논란’이라고 제3의 시각에서 보도할 것인가? ‘성희롱’이면 인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논란’은 무엇인가? 유력 정치인은 사과만 하고 끝난다? 일반인은? 성희롱, 성폭력을 저지르면 사법처리된다. 형평성에 어긋난다.
MBC가 더 문제
끝으로 MBC 측에게 한마디 한다. 정몽준 의원보다 MBC 측이 더 문제다. 초기에 성폭력상담소나 전문가, 변호사 등의 자문을 받아서 정 의원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판단했어야 한다. 추정컨대 MBC는 이미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 정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을 것이다. MBC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인터뷰 영상 공개를 미룬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 의원의 사과 여부와 무관하게 자사 보도를 통해서 해당 인터뷰 장면을 공개했어야 한다. 성희롱 문제와 선거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상대방이 정몽준 의원이라서? 이 대목에서 MBC 스스로 먼저 권력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뷰 영상 공개에 이어서 MBC는 성폭력 사건 대처 매뉴얼에 따라서 자사 여기자를 보호하고, 그에게 2차 성폭력과 고용-인사 등에서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모든 남성의 어머니는 여성이다. 모성보호는 그 어떠한 정치적 행위와 권력자보다 위대한 것이다. 모성보호,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 MBC는 인터뷰 영상 공개라는 단호한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 오늘 오전에 필자가 겪은 일이지만 벌써부터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별 것도 아닌 일을 갖고 MBC가 성희롱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논평하고 있다. 성희롱 사건, 과연 이게 별 것도 아닌 일인가? 대충 사과만 하고 넘어갈 일인가? 아니면 보수우파의 주장대로 정말 별일도 아닌 사건이었단 말인가?
해답은 MBC의 정몽준 인터뷰 영상 화면에 담겨 있다. 동영상을 보고 싶다.
MBC측과 여성단체, 정치권, 언론계 등이 일제히 정몽준 후보의 사과와 사퇴 등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정몽준 후보 측은 처음에 “어깨 툭 치려했는데, 본의 아니게 얼굴에 손 닿았다”며 혼잡한 유세 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그러나 파문이 거세게 일자, 여론에 떠밀려 3일 오후 MBC를 방문해 해당 여기자와 MBC측에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인 ‘성희롱’ 여부에 대해서는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사과에 그쳤다. 정몽준 의원 성희롱 사건, 과연 이렇게 끝날 일인가?
"정몽준, 잠 못 잤다고 아무나 얼굴 쓰다듬나"
필자는 언론에 보도된 여러 가지 정황을 봤을 때 정 후보가 목적의식적으로 ‘성희롱’을 가했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정 후보가 어떠한 의도로 손을 뻗어 MBC여기자의 볼을 쓰다듬었든간에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느끼고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면 정 후보가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몽준 후보는 공인이다. 그것도 차기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부각된 유력 정치인이다. 그 스스로 울산을 버리고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가 출마한 동작을에 승부수를 던질 정도의 전국 지명도 높은 거물급 정치인이다. 정 후보가 처신을 잘못했다. 오얏 밭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오해살 만한 행동은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의 행동은 그 선을 넘어버렸다. 인터뷰를 요청한 여기자에게 답변하기 싫은 질문이면 인터뷰에 응하지 말고 자리를 피하면 될 일이었다. 과도하게 여기자에게 신체접촉을 가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하는데, 잠을 못 잤다고 아무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있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
성희롱 가해자들의 특징은 거의 똑같다. 일단 자신의 행위를 전면 부인한다. 논란이 확산되면 ‘의도하지 않았다, 우발적인 일이었다’며 발뺌하면서 사과하는 척 한다. 그리고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어정쩡한 정책을 취한다. 정 후보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정 후보가 실수한 대목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사건 초기에 정 후보 측은 먼저 MBC측에 자신의 인터뷰 장면이 담긴 동영상의 즉각 공개를 요청했어야 한다. 모든 논란을 풀어줄 열쇠는 인터뷰 영상에 있다. 피하거나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화를 부를 뿐이다. 인터뷰 영상 화면을 보면, 정 후보가 오명을 뒤집어 썼는지, 부적절한 행위를 했는지 확인될 것이다. 사실(팩트)물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CCTV화면보다 수백배 고화질인 MBC 촬영 영상 안에 해답이 있다. 인터뷰 영상 공개를 통해서 자신이 직접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둘째 자초지종이야 어찌되었든간에 정몽준 후보는 초기에 깨끗이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이 길만이 다음 ‘대권’을 준비하는 해법이다. 지금 온 나라 안이 아동 성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식을 둔 부모들의 근심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집권여당의 차기 대권주자라 할 수 있는 정 후보의 성희롱 논란은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배신행위’요 ‘뒤통수를 때리는 일’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경우를 보라. 성희롱 논란 또는 성매매, 성범죄 논란에 휩싸인 유력 정치인들은 뒤끝없이 사퇴의 길을 걸었다. 미국을 최대 동맹국으로 여기는 한나라당과 정몽준 후보는 미국 정치인들의 털끝만도 못하단 말인가? 안쓰럽기 짝이 없다. 계속 부인하다가 여론에 떠밀린 사과는 진정한 사과라고 보기 어렵다.
총선을 6일 앞두고 벌어진 이번 정 후보의 성희롱 사건은 유권자들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요, 봉창 두드리는 소리처럼 난데없이 불거졌다. 안타까운 일이자, 유감스러운 사건이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사회의 정치, 언론, NGO계에 만연된 여성비하 차별문화와 남성-권력 위주의 성문화가 이번 정몽준 성희롱 사건의 저변에 깔린 유발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최연희 의원의 동아일보 여기자 성희롱 사건, 도대체 얼마나 되었는가? 이제 죄다 잊어버렸단 말인가? 최 의원은 이번 총선에 출마해 지역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다. 일부 국민의 의식정도가 이렇다. 이러한데 누굴 나무라겠는가?
언론사도 오십보백보
언론계는 어떠한가? 필자가 전에 근무했던 S신문 사주는 수년간 자신의 휘하 아래에 있는 NGO단체의 여간사를 성희롱했다. 결과는 어떠하였는가? 회사는 문을 닫았다. 그 사주는 이 사건의 실상을 보도한 기자들을 형사고소하고, 억대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둘다 원고 패소했다.
후일담이지만 당시 사건 때 한나라당 모 부대변인은 기자에게 전화를 해서 "(성희롱 사건을 용기있게 고백한) S신문 기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 시점은 최연희 의원의 동아일보 여기자 성희롱 사건이 불거졌던 시기 이후였다. 필자는 답했다. ”고마운 말씀이지만 한나라당은 각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력 언론사 내에서 성희롱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MBC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솜방망이 징계하고 넘어간다. 이런 사례가 있다. A일간지에서 여기자들을 성희롱한 모 편집국 간부가 문책당하고 회사를 한참만에 그만두었다. 그 간부는 얼마 후 다른 일간지로 옮겨가서 편집국 간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신문사에서도 여기자들을 성희롱했다는 제보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언론계가 이러한대 언론이 누굴 비판하고 욕을 할 수 있겠는가?
NGO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체가 그럴리는 없다. 일부이지만 여전히 시민단체 내부에서 심심찮게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불거져 나온다. 필자가 직접 확인한 사례만도 최근년도에 여러 건이었다. 대부분 해당 단체내에 극심한 논란과 갈등이 빚어진다. 그러다가 피해자가 해당 단체를 그만둔다. 가해자가 처벌을 받았다는 소리는 별로 들어보질 못했다. S신문 사주의 성희롱 사건 때 NGO계의 유력 인사가 보여준 행태는 두고두고 비판받고 있다.
그러나 성희롱을 고발하고, 가해자와 동조세력과 맞서온 이들은 그들 집단 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극심한 심적 고통, 해고 등의 생활적 괴로움까지 겪는다. 해당 업계가 양심적 내부 고발자들을 짓밟고 죽이는 것이다.
최연희 사건의 동아일보 여기자가 그 사건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가? 십중팔구 양심적 내부 고발자가 겪게 되는 어려운 길을 걸었을 것이다. 눈 앞에 발생한 정몽준 후보의 성희롱 논란 사건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성희롱을 당했다고 해당 여기자가 소리치는 순간, 그는 이미 내부 고발자들이 무수히 걸었을 가시밭길에 들어선 것이다. 자해 행위나 다름없는데 왜 해당 여기자는 "성희롱 하신 것"이라고 소리를 쳤을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여기자는 자녀를 둔 학부모로 알려지고 있다. 간단하다. 자신의 모성보호, 사회적 모성보호를 위해서 눈물겨운 길을 택한 것이다.
이번 정몽준 의원의 성희롱 사건 역시 형식적인 사과로 어물쩡 넘어가서는 안 된다. 사건의 실체를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 과연 성희롱인지, 아닌지 밝혀야 한다. MBC가 인터뷰 동영상을 공개하면 된다. 성희롱이 아닌데도 정 후보가 글자 글대로 여론의 압박에 밀려 사건의 실체와 무관하게 사과했다면 이 역시 비겁한 일이 된다.
그러나 여기자의 주장대로 성희롱이라고 느낄만한 부적절한 행위가 벌어졌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특히 여기자가 업무를 수행하다 발생한 일이기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기자의 주장대로라면 일을 하다가 성희롱을 당한 것이다. 업무 현장에서 발생한 성희롱인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의 고질적 성희롱에 쐐기 박아야
이번 기회에 정치권 내의 고질적인 성희롱, 성범죄 논란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필자가 국회를 출입하면서 직접 겪은 일을 공개하고자 한다. 시점이 제법 지난 일이긴 하지만 모 정당의 거물급 정치인과 인터넷매체 기자간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당사자나 보는 기자들이 불쾌하게 여길 정도의 스킨십과 반말이 행해진 일이 있었다.
필자가 보기엔 상당히 불쾌하였다. 손으로 어깨와 허리 사이를 잡으며 자리를 권하는 모습이며 아무리 자식뻘 되는 나이라 하지만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여기자들을 상대로, “야, 너’ 등의 반말을 건네는 장면은 민망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참다못한 고참급 여기자가 항의를 했다.
“아니, 초등학생도 아닌 여기자에게 ‘야. 너’가 뭡니까?”
항의를 받은 거물급 정치인은 “아, 그게...”라며 말끝을 흐리며 그 다음부터는 반말을 하지 않았다. 스킨십을 가하는 일도 없었다.
그렇다. 그 정도에서 끝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문제를 느끼면 기자들은 해당 정치인들에게 경고를 가해야 한다. 중지를 요구하고, ‘성희롱’이라고 느꼈다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면 1차로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면 된다. 더 큰 화를 막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이번 정몽준 의원의 경우, 해당 여기자와 MBC 등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정 의원은 한참이나 이를 외면하였다.
정치-언론-NGO계 할 것 없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희롱과 성범죄는 그들 집단 스스로 정화하지 못할 경우에 제2, 제3의 파국을 부른다. 아동 성범죄를 강력 비판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언론과 정치권은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의 부도덕함과 성희롱 불감증에 대해서 단죄를 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제2, 제3의 최연희, 정몽준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그 때마다 언론은 ‘성희롱 논란’이라고 제3의 시각에서 보도할 것인가? ‘성희롱’이면 인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논란’은 무엇인가? 유력 정치인은 사과만 하고 끝난다? 일반인은? 성희롱, 성폭력을 저지르면 사법처리된다. 형평성에 어긋난다.
MBC가 더 문제
끝으로 MBC 측에게 한마디 한다. 정몽준 의원보다 MBC 측이 더 문제다. 초기에 성폭력상담소나 전문가, 변호사 등의 자문을 받아서 정 의원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판단했어야 한다. 추정컨대 MBC는 이미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 정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을 것이다. MBC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인터뷰 영상 공개를 미룬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 의원의 사과 여부와 무관하게 자사 보도를 통해서 해당 인터뷰 장면을 공개했어야 한다. 성희롱 문제와 선거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상대방이 정몽준 의원이라서? 이 대목에서 MBC 스스로 먼저 권력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뷰 영상 공개에 이어서 MBC는 성폭력 사건 대처 매뉴얼에 따라서 자사 여기자를 보호하고, 그에게 2차 성폭력과 고용-인사 등에서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모든 남성의 어머니는 여성이다. 모성보호는 그 어떠한 정치적 행위와 권력자보다 위대한 것이다. 모성보호,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 MBC는 인터뷰 영상 공개라는 단호한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 오늘 오전에 필자가 겪은 일이지만 벌써부터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별 것도 아닌 일을 갖고 MBC가 성희롱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논평하고 있다. 성희롱 사건, 과연 이게 별 것도 아닌 일인가? 대충 사과만 하고 넘어갈 일인가? 아니면 보수우파의 주장대로 정말 별일도 아닌 사건이었단 말인가?
해답은 MBC의 정몽준 인터뷰 영상 화면에 담겨 있다. 동영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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