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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신당 창당' 수순밟기 시작했나

충청 지방선거 지원유세 본격화, 5.31후 '우익신당 창당' 관측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자신의 고향인 충청을 중심으로 5·31 지방선거 측면지원에 적극 나서 5.31후 전개될 급격한 정치지형 변화에 대비한 행보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이 전총재는 휴일인 오는 21일 한나라당이 역전을 꿈꾸는 '대전' 지역을 방문, 한나라당을 지원사격할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회창 "선거법 때문에 말은 못하나 간절한 바람 있다"

이 전 총재는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18일 오전 10시30분께 승용차 편으로 고향인 충남 예산에 도착, 예산읍 사직리와 신양면 녹문리 선영을 잇따라 참배한 뒤 인근식당에서 지지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어 충남 예산역 광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이완구 충남지사 후보의 유세장에 나와 "선거법 문제로 여러 말씀은 못 드리겠으나 마음에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답게 선거법이라는 법망을 교묘하게 넘나든 사실상의 선거지원 유세였다. 강창희 한나라당 대전시당 위원장을 만나 격려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한나라당 최승우 예산군수 후보와 이종건 홍성군수 후보의 사무실을 잇달아 방문해 최·이 후보와 선거 관계자를 격려했다. 최승우 후보는 16대 총선때 당시 총재였던 이회창씨가 직접 공천했던 측근이다.

이날 방문은 홍문표 의원(홍성.예산)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이 전총재 방문후 이 전총재가 충청을 여러 번 더 찾을 것임을 암시했다.

휴일엔 대전 방문, '대전 대역전' 꿈꾸나

이 전총재는 실제로 오는 21일엔 대전과 천안을 방문할 예정이다.

외형상 이 전 총재의 ‘대전행’은 과거 측근이던 정용기 대덕구청장 후보를 배려한 것이다. 정 후보는 2002년 대선 때 이 전 총재 부인 한인옥씨 수행을 맡았던 핵심 보좌역 중 한명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 한나라당이 대역전을 꿈꾸고 있는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성효 후보도 만나 격려할 계획이다.

대전은 박근혜 대표가 '대역전'을 꿈꾸는 지역이다. 18일에도 박 대표는 5.18광주민주화운동 26주기 기념식에 참가한 뒤 곧바로 올라와 유세를 벌인 지역이다. 현재까지는 염홍철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큰 표차로 한나라당 후보가 뒤처져 있으나, 박 대표는 이 지역 부동층이 많다는 점에 중시하며 바람을 일으켜 역전을 꿈꾸고 있다. 대전에서까지 역전에 성공할 경우 박 대표의 당내 위상은 더욱 공고해지리라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박 대표와 한나라당이 총력을 기울이는 대전에 이회창 전총재가 출현하려 하는 것이다. 만약 대전에서 역전극이 발생한다면, 이 전총재는 '자신의 기여'를 주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신당 창당 수순밟기인가

외형상 이 전 총재의 행보는 지난해 10·26 재선거에 출마한 측근 유승민 의원을 도우려고 대구에 내려간 것과 성격이 비슷해 보이며, 이 전총재 측도 이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주장한다. 측근들에 대한 '보은' 성격의 방문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정치권에 드물다.

이 전 총재는 특히 대구·경북과 경남·북,경기 지역 등 방문을 요청해온 전국 광역단체장 후보를 격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으로 알려져 이같은 해석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5.31후를 대비한 '사전 포석'의 의미가 강해보인다는 해석이다.

'포스트 5.31'과 관련해선, 이 전총재가 모종의 역할을 꿈꾸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한나라당 안팎에 많다.

그는 지난달 4월13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극동포럼 주최 ‘자유민주주의와 우리의 나아갈 길’이란 주제 강연 말미에 “주님, 저는 주님의 활입니다. 저를 그대로 놔두어 썩게 하지 마시고 당기소서. 그러나 너무 세게 당기진 마소서. 부러질까 두렵습니다. 아니, 세게 당기소서. 당신이 원하신다면 부러져도 좋습니다”라고 말해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최근 일련의 행보로 본격적인 정치재개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이날 “현실정치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제게 할일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며"자유민주주의와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몸이 부서지는 일이 있더라도 할 것”이라고 말해, 조갑제 <월간조선> 전대표,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 등 최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극우진영과 행보를 같이 할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최근 조갑제,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등이 한나라당을 신랄히 비판하며 '골수우파 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있는 대목과의 연계성이 주목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공개리에 이 전총재를 비판한 바 있고, 박근혜 대표도 후선지원 이상의 역할은 바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가에서는 5.31후 한나라당에서 대권투쟁이 본격화할 경우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이 전총재를 앞세워 '제3 정당'을 출범시키려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원로답게 신중하게 처신하라"

대전 지역을 향한 이 전총재의 행보에 당연히 열린우리당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대전은 전북과 더불어 열린우리당이 유일하게 우세를 보이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규의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이회창 전 총재가 어제 지방선거 선거운동 공식 첫날 예산을 전격적으로 방문해서 또다시 자신의 정치행보를 재개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혹스러운 행보를 하고 나섰다"며 "한나라당이 정계를 은퇴한 이 전 총재까지 불러들여서 지방선거를 싹쓸이 해나겠다는 행위를 보이고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 부대변인은 "이회창 전 총재에게 묻는다"며 "본인이 정치를 재개하시려거든 이런 형태로 정치를 재개하지 말고, 원로 정치인답게 신중한 처신을 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부탁한다"고 주문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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