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 5년 만에 한국 승소 확정
미국 상소 포기로 작년 패널 판정 확정…세이프가드 남용에 '제동'
주 제네바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28일(현지시간) 오전 정례회의에서 한미 간 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에 대해 한국 측 손을 들어준 패널보고서를 채택했다.
패널보고서 채택은 승소 확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이 2018년 5월 미국 측 세탁기 수입 규제의 부당성을 따지기 위해 WTO에 제소한 지 5년 만이다.
2018년 2월 미국 정부는 수입 세탁기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자국 업계의 주장을 수용해 2018년 2월부터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시행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제품을 겨냥한 조치다. 한국산 세탁기의 연간 수입 물량을 제한하고 이를 넘으면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미국 측 세이프가드는 용량 10㎏ 이상 대형 세탁기에 대해 연간 120만대까지는 20%의 관세를 매기지만 이를 넘기면 5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세탁기 부품 역시 5만개를 넘기면 50%의 관세가 붙었다.
세이프가드는 해를 넘기면 관세율이 조정된다. 작년부터 적용됐던 5년 차 세이프가드는 세탁기 120만대 내 관세는 15%, 120만대를 넘긴 이후의 관세는 35%로 책정됐으며, 부품의 경우 11만개 이상부터 35%다.
한국은 WTO 제소 절차를 통해 지난해 2월 승소 판정을 받았다. 핵심 쟁점 5개 모두에서 미국의 조치가 WTO 협정에 어긋난다는 패널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5개 쟁점은 ▲ 수입 증가 및 산업 피해가 예견치 못한 전개 및 WTO 의무로 인한 것인지 ▲ 산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급격한 수입 증가가 있었는지 ▲ 국내 산업의 범위가 적절히 설정됐는지 ▲ 심각한 피해의 존재가 적절히 입증됐는지 ▲ 인과 관계의 존재가 적절히 입증됐는지다.
WTO 패널은 미국이 주장한 수입 증가 및 산업 피해 원인이 WTO 협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수입 물량 증가 분석이 논리적·적정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봤다.
또한 미국이 설정한 국내 산업 범위와 심각한 피해의 존재 입증이 부적절하며, 수입산 세탁기의 가격 효과 분석과 수입 물량과 산업 피해 간의 상관관계 분석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후 관건은 미국이 패널 판정에 대해 불복하고 상소를 제기할 것인지였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과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고, 미국 측에서 상소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결국 이날 패널보고서가 채택됐다.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는 한차례 연장을 거쳐 올해 2월 종료됐다. 이번 최종 승소가 효력을 내기 전에 세이프가드가 사실상 해제된 셈이다.
국내 업체들이 이미 수입 규제에 대응해 미국 내 현지 투자와 생산 물량을 늘린 상황이어서 세이프가드 해제에 따른 영향도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더라도 다른 나라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무리하게 세이프가드를 남용하는 관행에 국제 분쟁 절차를 통해 제동을 걸었고, 유리한 판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