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방글라데시, IMF에 45억달러 지원 요청
'신흥국 연쇄 디폴트' 위기 현실화. 한국도 완전 안전지대 아냐
27일 <다카트리뷴> 등 방글라데시 매체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 24일 IMF에 45억달러(약 5조9천억원)규모의 차관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방글라데시는 금리 등에서 까다로운 통제가 수반되는 구제금융 대신 IMF가 지난 5월 1일자로 신설한 회복지속가능성기금(RST)을 통해 지원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ST는 취약국 지원용 장기기금으로 10월부터 지원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달 중순 "IMF는 RST를 통해 450억달러의 양허성 자금을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RST에는 국가마다 할당 금액이 있으며 방글라데시는 10억달러가 상한선이어서, 과연 45억달러 모두를 RST로 지원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방글라데시가 이처럼 IMF에 손을 벌리고 나선 것은 외환보유고 부족 등 경제위기 심화였다.
방글라데시는 2016년 이후 연평균 7∼8%대의 고성장을 했으나 2019년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2020년 3.5%, 2021년 5.5% 등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물가 급등, 경상적자 확대에 따른 외환보유고 급감, 달러 초강세에 따른 타카화 평가 절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경상적자 규모는 172억달러로 1년 전 28억달러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방글라데시의 지난 20일 기준 외환 보유고는 397억달러로 1년 전 455억달러보다 60억달러 가까이 줄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미연준은 '자이언트스텝' 등 공격적 금리인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글로벌 달러 초강세는 계속되고, 그 결과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과 물가 급등, 외환보유고 급감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미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를 비롯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라오스 등은 이미 IMF에 긴급 지원을 요청한 상태이고, 엘살바도르, 가나, 튀니지 등 다른 신흥국들도 그 뒤를 따를 전망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30%의 신흥국 또는 개발도상국들이 채무 위기를 겪고 있고, 저개발국가들은 60%나 된다"며 신흥국 연쇄 디폴트를 우려했다.
한국은 이들 신흥국보다는 튼실한 실물경제, 외환보유고 등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나, 국제금융계에선 아직도 한국을 선진국에 포함시키지 않고 개도국으로 분류하고 있어 연쇄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원/달러 환율 추가급등 등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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