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70~80% 휴가 반납. 폭염 속 공정 재개
"원청-하청 선박 생산 같은 목표, 더 갈등 없길"…지역 상권도 기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업체 노동조합)가 농성을 끝낸 대우조선해양 1독(dock·선박건조장)은 25일 모처럼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5주간 진수 지연으로 바짝 말랐던 독 바닥은 선박을 이동시키려고 채운 바닷물로 넘실댔다.
대우조선은 하청노조가 점거 농성을 마친 다음날인 지난 23일 1독에서 30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척을 빼냈다.
다음으로 진수할 선박은 하청노조가 점거했던 또 다른 초대형 원유운반선.
진수 전 하청노조가 점거했던 반선(半船)을 나머지 반쪽과 이어붙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선박탑재1부에 근무하는 심재영 반장은 "선미와 선수를 이어붙이는 작업을 마치면 80∼90% 공정은 마친 것"이라고 굵은 땀을 흘리며 설명했다.
평소라면 5∼6주 걸리는 작업이지만, 가능한 한 한달 내로 조립 작업을 마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를 만드는 과정은 한 공정이 중단되면 선·후행 공정이 뒤따라 멈추는 '컨베이어 벨트'와 비슷하다.
1독에서 작업이 불가능해지면서 부품 조립 공정도 자연스럽게 멈췄다.
직전 주까지 대우조선은 조립하지 못한 부품이 쌓여 포화상태에 가까웠다.
작업이 재개되자 멀뚱히 자리만 지키던 대우조선에서 가장 큰 '골리앗 크레인'은 밀린 부품을 옮기느라 바빠졌다.
여름휴가도 잊고 기꺼이 출근한 작업자들의 이마에서도 쉴 새 없이 구슬땀이 흘렀다.
현장 곳곳에서는 귓가를 때리는 용접 음이 계속됐다.
1독에서 근무하는 한 작업자는 "지연된 공정을 만회하기 위해 모든 직원이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고 있다"며 "조급하게 일하다가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그 부분도 유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작업자는 "하청노조의 파업은 파업이고, 원청과 하청은 모두 선박 생산이라는 같은 목표로 일하는 거니 갈등 없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잘 해냈으면 좋겠다"며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직원의 70∼80%는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정상화를 위해 뛰어들었다.
휴가로 예년 이 시기면 한산하던 구내식당도 수저 부딪히는 소리와 대화 소리로 북적였다.
구내식당 영양사는 "대부분 직원이 정상 출근하는 것으로 전달받고, 평소와 같은 양의 음식을 준비했다"며 "확실히 보통 여름휴가보다 출근한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하청노조 파업으로 위기감이 일었던 지역 상권도 한시름 놓은 모양새다.
대우조선 인근 식당 점주 50대 A씨는 "파업 기간 대우조선 회식은 없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분위기가 좀 풀린 것 같다"며 "지역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지만, 파업 때보단 낫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진수가 5주나 밀렸기 때문에 인도를 제때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나 최대한 공기를 맞추기 위해 특근 등 인력을 배치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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