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그룹, 계열사 2곳만 입찰해 알펜시아 인수"
최문순 지사 궁지. KH그룹, 文정부 출범후 문어발식 기업확장
강원도 산하 공기업인 강원도개발공사는 지난 8월20일 KH강원개발과 알펜시아리조트를 7천115억원에 파는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했다. KH강원개발은 KH그룹 모기업인 KH필룩스가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회사(SPC)다.
문제는 당시 입찰에 참여한 다른 한곳도 KH그룹 산하 계열사라는 사실이 시민단체 노력과 KBS의 보도 등을 통해 최근 드러났다는 것.
가장 먼저 불법입찰 의혹을 제기해온 사단법인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21일 성명에서 "알펜시아 최종 입찰에 응찰한 2개 기업은 모두 KH 그룹 산하의 KH 강원개발과 KH 리츠(현 KH 농어촌산업)"라며 "두 법인은 알펜시아 제5차 입찰을 위해 설립됐다"고 밝혔다.
이어 "둘 다 KH 그룹사지만 KH 강원개발은 KH 필룩스가, KH 리츠는 KH 그룹의 방송 관련 업체인 IHQ가 각 만들어 입찰에 나섰다"며 "두 회사의 설립 목적은 모두 동일하고 각 회사의 최고위 임원은 단 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2개 응찰 기업의 실소유주가 '동일인'이라면 공정거래법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는 담합으로, 입찰 무효에 해당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KH 그룹 측은 즉각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KBS는 앞서 20일 "KH그룹은 계열사를 70개나 보유하고 있다. 취재팀은 알펜시아 입찰에 참여한 나머지 기업 하나를 찾기 위해 두 달 동안 이 기업들을 하나씩 조사했다"며 "그러다가 강원개발과 쌍둥이 회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회사를 하나 찾았는데, 이게 바로 옛 '평창리츠'였다"고 밝혔다. 평창리츠는 KH리츠가 입찰 참가직후 이름을 바꾼 회사다.
KBS는 "배상윤 KH그룹 총괄회장, 또 김 모 씨까지 최고위급 임원들이, 평창리츠와 강원개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며 "두 회사의 법인 설립 목적, 설립 자본금도 아예 똑같았다"고 전했다.
강원도는 그간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진 기업을 철저히 숨겨오며 "KH 계열사 두곳이 참여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7월 13일 심상화 국민의힘 도의원이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박천수 강원도 기획조정실장에게 “KH 관련사 두 곳이 입찰에 참여한 것이 맞냐”고 묻자, 박 실장은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하며 최초로 KH계열사 2곳만이 입찰했음을 실토했다.
국가계약법상 공공기관 자산 계약은 2인 이상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야 유효 입찰이 성립된다. 2인이 같은 계열사면 안된다와 규정은 별도로 존재하고 않으나 이들이 입찰가를 조율하는 등 담합 행위를 했다면 형사법상 입찰담합 및 입찰방해죄의 처벌을 받는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 10월14일 강원도의회 도정질의 답변에서 “대표자가 같은 사람만 아니면, 입찰에 다 유효하다”고 답변한 바 있어, 보도대로 입찰자 대표가 동일인일 경우 낙찰 취소까지 예상되고 있다.
배상윤 회장이 이끌고 있는 KH그룹은 KH필룩스를 필두로 KH일렉트론, KH E&T닥, 장원테크, IHQ(구 싸이더스) 등의 다수의 상장기업 등 7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곳이다. 지난해에는 남산의 그랜드하얏트 호텔을 인수해 재계를 놀라게 했으며 올해 알펜시아까지 인수해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다.
주목되는 것은 전남 영광 출신인 배 회장이 이처럼 M&A를 통해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한 것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후라는 대목이다. 그는 한 기업을 인수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다른 기업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문어발식으로 사세를 거침없이 확장해왔다.
그는 2018년엔 최근 야당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 쌍방울의 주가 조작사건으로 35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전력도 있다.
야당들은 대대적 공세에 나섰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이날 성명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알펜시아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를 정치 공세로만 치부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도지사 엄호에만 몰두했다"며 "최 지사는 더는 회피하지 말고 밝혀진 진실에 대해 정확한 견해를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최 지사를 질타했다.
국민의힘 강원도당도 논평을 통해 "최문순 도정의 무능과 불투명한 매각 진행으로 '특혜 매각' 의혹이 불거졌고, '입찰 담합' 논란까지 증폭됐다"며 "사법 당국은 신속하게 알펜시아리조트 불법 매각 관련 의혹을 엄중히 조사해 합당한 조처를 내려달라"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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