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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盧 지시' 거부, 당청 격돌

정동영-강금실 "수용불가", 의원들 "盧발언은 제2의 연정 제안"

사학법을 양보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를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비롯한 상당수 지도부와 대다수 열린우리당 의원이 거부의사를 밝혔다.

정동영 의장, "사학법 근간 훼손은 있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30일 노 대통령의 사립학교법 재개정안 수용 권유와 관련, "사학법의 근간 훼손은 있을 수 없다"면서 "사립법 무효화, 무력화는 있을 수 없다는 데 전체 의원들이 뜻을 같이했다"고, 사실상 노 대통령 지시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인천에서 열린 최기선 인천시장 후보 입당식 및 필승결의대회에 참석, "(한나라당의) 사학법 무력화, 무효화 전술에는 절대 끌려가지 않겠다"면서 "사학법은 사학의 투명화를 통해 우리 사회를 전진시키고자 하는 법으로 국민 절대 다수가 찬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어 전날 긴급 의총 결과에 대해서도 "지도부는 의원들의 절대 다수의 뜻을 모아서 부동산 입법은 입법대로 모든 협상력과 동원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서 노력하고 동시에 사학법은 사학법대로 지켜간다는 결의를 다졌다는 보고를 올린다"고 밝혀, 이같은 자신의 방침이 의원 다수의 중론임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여당으로서 대통령의 불안과 걱정, 국정표류에 대한 걱정을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서 "어제 의원총회를 통해 과반수에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노력해서 3.30 부동산대책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데 총체적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혀, 노 대통령과의 정면 대립 모양새는 피하려 애썼다.

그러면 우리당에서는 정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의 노대통령 지시 거부로, 위기때마다 승부사 기질을 보여왔던 정 의장이 또한차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 의장측은 노대통령 지시를 수용할 경우 5.31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정의장의 정치적 생명이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30일 노무현대통령의 사학법 재개정안 수용 지시를 거부하는 또한차례 승부수를 던져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우리당 의총 치열한 난상토론, 다수 의견은 '수용불가'

열린우리당은 이에 앞서 전날인 29일 밤 8시 소집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밤 11시까지 3시간 동안 보좌관까지 퇴장시킨 뒤 비공개로 치열한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 의총에는 90여명의 참석자 가운데 20여명이 발언에 나서 노 대통령 제안 수용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며, 다수 의견은 정동영 의장이 밝혔듯 수용불가 쪽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사학법에 대한 우리당의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면서도 "지도부가 위임받아 30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좀 더 심사숙고하기로 했다"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지도부의 결론이 사학법 '양보불가'냐는 질문에 그는 "최종판단은 아직 안내려 물 건너갔다고 하면 안 된다. 큰 틀의 방향은 기울었으나 결정은 안났다"며 "최종판단은 내일 할 것"이라고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이와 관련, 교육위 간사인 정봉주 의원은 "사학법 양보 불가는 이미 결론이 났고 지도부에 위임키로 한 것은 이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한 것이 아니다"라며 "왜 그런 식으로 브리핑을 했는지 모르지만 아마 결론이 뒤집어지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에게 '당신이 잘못했다'라고 의총 결론을 내릴 수는 없어 기술적으로 이 같은 애매한 결론을 내린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임종인 우원식 의원도 "이날 의총결론은 사학법 재개정 불가"라고 말했다. 임종인 의원은 "국민이 개혁을 하라고 우리에게 정권과 국회 다수 의석을 주었는데 지금껏 이룬 것이 몇이나 되느냐"며 "대통령의 발언은 제 2의 대연정 제안으로 절대로 수용 할 수 없다"고 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송영길 김영춘 의원은 "지도부에 위임했다"며 "브리핑을 들어보라"고 구체적 업급을 피했다. 이날 토론과정에 침묵한 상당수 의원들은 노대통령 권유를 정면 거부할 경우 내분이 발발하면서, 최악의 경우 노 대통령이 우리당을 탈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웅 의원은 "상당수 의원들의 의견은 양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민생법안 처리 등에 대한 해법이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전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이날 비밀투표를 했다면 해법이 없어 양보안이 결국 수용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수 의견은 노 대통령 지시를 받아들일 경우 열린우리당은 '사이비 개혁세력'으로 전락하면서, 5.31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에서도 참패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사학법 재개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쪽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금실,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치를 해선 안돼"

가뜩이나 오세훈 바람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노 대통령 발언에 펄쩍 뛰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강 후보는 이날 의총 전에 오영식 대변인을 통해 "사학법 개정안은 옳았다"며 "사학법 핵심내용인 개방형 이사제의 추천 요건 완화는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열린우리당의 자기 정체성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노 대통령 지시에 반기를 들고 나섬에 따라 당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전망이며, 당초 5.31지방선거후로 예상되던 노 대통령의 우리당 탈당이 선거 이전에 단행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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