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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 지역 인터넷신문 창간

사회의 밝은 면 다룰 <선샤인 뉴스>

'1인 저널리즘'으로 유명한 강준만 교수가 지역 인터넷신문을 창간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행운의 숫자 3개가 겹치는 7월7일 저녁 7시 재학생 및 졸업생들과 함께 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sunshinenews.co.kr)를 창간했다.

<선샤인뉴스〉는 지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목표로, 사이트 제목대로 지역의 밝은 뉴스를 생산해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학생들의 신선한 시각으로 뉴스를 제공하고, 여기에 시민기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꾸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강 교수는 발간사에서 "그간 사회의 밝은 면을 다루는 선샤인뉴스는 희소했다. 1년에 몇 차례 의미있는 날의 구색맞추기용으로 미담 기사를 생산해내는 수준에 불과했다"며 "그런데 과연 그런가? 이 세상은 어두움으로 가득 차 있는 가운데 미담은 그렇게 희소하게 일어나고 있는 게 우리의 진정한 현실인가? 그렇지 않다. 미담은 기존 저널리즘 패러다임에서 뉴스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 뿐으로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좇는 저널리즘 관행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뉴스가치의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한국인 대다수가 세상은 어둡고 살벌하다고 믿고 그러한 믿음에 따라 살다보면 세상은 정말 어둡고 살벌하게 된다"며 "그간 미처 보지 못했던 선샤인뉴스의 가치를 재평가하면서 새롭게 제시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강 교수의 창간사 전문.

지역 인터넷매체를 창간한 강준만 신방과 교수. ⓒ연합뉴스


강준만 교수 <선샤인뉴스> 창간사

지난해 12월 미국 AP통신은 조사기관 입소스(Ipsos)와 함께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멕시코 스페인 등 10개국 성인 1,000명씩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 81%가 자주 혹은 가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해 10개국 중 스트레스 호소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 4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한국 직장인의 스트레스 보유율은 95%로 미국(40%)과 일본(61%)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트레스 국가라는 건 이젠 상식이 되었다. 사실 스트레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화병(火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1996년 미국정신과의사협회는 화병(火病)을 “한국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분노증후군”으로 공식 인정했다. 병명도 한국어를 그대로 쓴 Hwa-byung이다.

심리학자 조긍호는 “서구인들은 분노를 일상생활에서 10번 느낀다면, 한국인은 50번을 느낀다. 서구인은 8번 표출하고, 한국인은 20번쯤 표출한다. 전체를 보면 억누르는 측면이 훨씬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화병은 분노를 억제해서 나타나는 신체 현상이다. 물론 화를 버럭 내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은 개인적인 분노의 표출보다는 집단적인 분노의 표출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한국은 ‘선진국’ 되는 걸 무슨 종교처럼 알고 그 목표를 향해 질주하면서, 실은 국민의 스트레스, 화병, 분노를 키워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선진국이며, 선진국의 정의는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왕이면 서울, 서울에서도 이왕이면 강남에 살고 싶어하는 한국인의 욕망도 스트레스를 키우는 주범 중의 하나다. 한국인들은 한국이 ‘좁은 땅’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도 괜한 말이다. 좁은 땅을 넓게 쓰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좁게 쓰려는 몸부림을 치면서 그걸 선진화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의 공동체 운동가인 켄 키즈는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공간과 관계가 있다”며 “사람들이 너무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균질화되고 공간 개념이 없어진다. 공간 개념이 없어지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다른 사람의 공간에 뛰어들어 서로 걸려 넘어진다”고 말했다.

그렇다. 좁은 공간을 더욱 좁게 쓰려는 경쟁이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키운다. 좁은 곳에 몰려사니 스트레스 커지고, 하지 않아도 될 경쟁을 치열하게 하느라 스트레스가 증폭된다. 바로 여기서 언론이 문제가 된다. 언론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는 건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지만, 지금처럼 한국인이 스트레스와 화병으로 신음하는 비정상적 상황에서도 과연 그렇게만 봐야 할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균형이다. 그간 사회의 밝은 면을 다루는 선샤인뉴스는 희소했다. 1년에 몇 차례 의미있는 날의 구색맞추기용으로 미담 기사를 생산해내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이 세상은 어두움으로 가득 차 있는 가운데 미담은 그렇게 희소하게 일어나고 있는 게 우리의 진정한 현실인가?

그렇지 않다. 미담은 기존 저널리즘 패러다임에서 뉴스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 뿐이다.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좇는 저널리즘 관행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뉴스가치의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한국인 대다수가 세상은 어둡고 살벌하다고 믿고 그러한 믿음에 따라 살다보면 세상은 정말 어둡고 살벌하게 된다. 이른바 ‘자기이행적 예언’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밝음과 어두움 사이의 균형을 위해 더 많은 선샤인뉴스가 필요하다. 의도적인 구색맞추기용이 아니라, 그간 미처 보지 못했던 선샤인뉴스의 가치를 재평가하면서 새롭게 제시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하루도 선샤인 없인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선샤인을 외면하고 어둡다고만 외치는 모습은 우습잖은가. 전북에서 선샤인뉴스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전북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강준만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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