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북-남간에 이런 분위기는 50년만에 처음"
<현장>"6.15평화세력이 집권하면 좋겠다"
"50여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북남간에 이런 분위기는 ..."
28일 북한 개성공단 현지에서 만난 한 북측 인사는 한반도 해빙무드에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은 정동영, 임동원, 박재규 등 전직 통일부 장관 3인이 남측 중소기업 관계자 관련 학계인사, 언론 등 80여명의 개성공단 방문단을 이끌고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2년 만에 1천만 달러 생산, 그러나 아직도 시범단지
정 전 장관은 특히 지난 2004년 12월 개성공단 현지에서 첫 생산된 개성냄비세트를 남한 행 트럭에 실어 보낸 장본인. 공단 본부 뜰에는 그가 그날 심은 소나무와 방문을 기록한 비석이 눈에 띄었다. 그로부터 만 2년이 훌쩍 지났다.
현재 개성공단 시범단지에는 속옷, 신발 등을 제조하는 남측 입주기업 22곳이 공장을 가동 중이고 12개도 곧 오픈한다. 또 오는 4월말이면 개성공단 1단계 53만평이 분양된다.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월 생산액은 지난해 말 1천만 달러를 넘었고 북측에서 투입한 노동인력도 1만명을 넘어 1만2천명에 달하고 있다.
다만 남북 양측은 모두 "개성공단의 미래는 한반도의 정세변화와 직결돼 있다"고 강조한다. 북측 김성혜 민족화해협의회 참사도 기자에게 "남측에서 잘 알면서 뭘 묻느냐. 북남관계야 늘 미국의 선택에 달려왔다"며 "그동안 적대시 정책만을 펴왔던 미국이 이제 스스로 갈 길을 깨달은 것 같다"고 현재 한반도 화해 분위기에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개성 공단은 아직 말 그대로 시범단지였다. 공단 입주기업 등을 총괄하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본부 앞마당에 들어서서 가장 눈에 띈 시설물은 개성공단에 지점을 낸 우리은행, 한국전력, 편의점 훼밀리마트. 하지만 이 편의점은 현지 일반 소비이용자들의 보다는 남측에서 방문한 인사들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북측 여성 노동자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장소로 더 활기가 넘쳤다.
방문단이 들어가 본 우리은행과 한국전력 지사도 몇 안 되는 북측 직원들이 직접 마이크를 들고 방북단에 업무를 소개하는 일에 능숙했다. 관리위원회단지를 벗어나면 길 양측으로 아파트 형 공장 단지들이 길에 늘어서 있다. 개성이라는 느낌보다는 국내 여느 공장단지를 보는 듯 했다.
모 연예인이 사장으로 있는 속옷 생산 업체 내부에서 정동영 전 장관이 작업장을 둘러보다 현장 체험을 했다. 정 전 장관은 "나도 대학 다닐 때 옷을 만들어 평화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며 능숙하게 재봉질을 했고 3백여명의 노동자들은 작업으로 한창 분주했다.
북측 공장 관계자는 "오늘 만든 상품은 두 시간이면 서울에 간다"고 말했다. 일행은 이날 신발제조공장과 인근에 있는 현대아산 지사도 방문했다.
개성공단에 현재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북측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더 많은 투자와 기업 진출"이라고 말했다.
장병남 민화협 부장은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들이 들어왔으면 한다"며 "그러면 개성공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북측 관계자는 "아직은 잘 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남측에서 최신 기술이 들어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노동자의 월임금은 약 50달러 정도다. 북측 공장 관계자는 "여기에 수당 등을 합치면 월 60달러 정도는 된다"며 "공단에 근무하지 않는 다른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높은 임금"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중국, 베트남에 비해 이같은 저임금때문에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개성공단 측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입주 기업의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북측에서 나오고 있다. 한 민화협 관계자는 본지와 만나 "남측에서 좀 더 작업 환경 개선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에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신발공장의 본드작업대 등의 환기시설 미비 등 앞서 둘러본 작업 환경을 예로 들기도 했다.
남측 보수언론에 강한 불만 쏟아내
북한측 관계자들은 국내 보수언론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북측 민화협 관계자는 "남측의 일부언론이 오면 열심히 통일을 위해 보도하겠다고 하고는 왜곡 기사를 쓰는데 우리는 북쪽에 있어 항의도 못한다"며 "얼마전 김근태 당의장이 개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손을 몇 번 든 일을 가지고 춤판 기사를 썼더라"고 보수언론 보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성혜 민화협 참사는 "남측의 모 신문은 과거 보천보 전투를 보도해 잘 간직하고 있는데 요즘은 왜곡만 하더라"고 <동아일보>를 겨냥해 힐난하기도 했다.
김 참사는 남한의 연말 대선에 대한 질문에 "아마도 6.15 평화세력이 집권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북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남측 보도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며 "선생들도 내일 무슨 나쁜기사를 쓸지 모른다. 믿지 못하겠다 "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북측 관계자들이 개성의 유적 등을 남측 기자들에게 사진으로 소개하는 동안 또 다른 관계자는 "개성은 인삼닭곰(삼계탕)과 약과 그리고 오매기(찹쌀반죽을 기름에 튀겨 꿀을 묻힌)가 유명하다"고 개성의 별미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인삼이 고가고 개성상인들은 이 인삼을 취급하던 사람들이라 일제때까지 쓰던 99칸 짜리 집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1999년대 고난의 행군이 참 멀기도 했다"
방문단은 귀경 전 마지막 코스로 개성시내를 버스로 둘러봤다. 북한을 방문한 외부인들의 시내 사진촬영은 철저히 금지된 상태고 이를 위반할 시 벌금을 물게 된다. 이 같은 이유는 개성공단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는 순간 곧바로 해답이 풀렸다.
사방에 나무 한포기 없는 시뻘건 민둥산과 비포장도로 그리고 바로 얼마 전 시가전을 치른 듯 한 무너져가는 수많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3, 40년은 된 듯한 7, 8층 내외의 건물들은 창틀조차 없이 뚫려 있었고 특히 깨진 창문들 속에 뽀얗게 먼지 쌓인 유리창이 남아있는 건물이 낯설 정도였다. 또 낮이었지만 비가 내려 어두운 가운데에도 전 기불을 컨 건물은 가끔 눈에 띌 정도로 북한의 열악한 전력 사정을 보여줬다.
개성시내에 위치한 고려 성균관 터는 현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었으나 내부는 밖의 문을 얼어 놓지 않으면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간혹 지나는 시민들 중에는 우산 없이 비를 그대로 맞고 걷고 있었으며 방문단이 탄 차량이 신기한 듯 모두 버스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시내 곳곳에는 닭요리 음식점을 지칭하는 '닭곰집', 이미용실을 함께 운영하는 '미용리발', '식료품 상점', 통일 상점'등의 낡은 간판들이 눈길을 끌었다. 또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 "위대한 장군님만 계시면 우리는 이긴다"는 선전구호들이 곳곳에서 붙어있었다.
북측 관계자는 "1990년대 소련이 무너지면서 원조가 끊겼고 미국의 경제 봉쇄로 에너지 공급마저 중단됐다"며 "그 뒤부터는 석탄을 손으로 캐는 것도 어려웠고 공장들은 멈췄으며 고난의 행군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이런 시절(개성공단이 들어서는) 이 올 줄 알았겠느냐"며 "최근에 남측에서 수혜 지원구호물자나 비료 식량 등을 지원해 주면서 동포라는 것을 느낀다. 북남간 신뢰가 쌓여간다"고 말했다.
28일 북한 개성공단 현지에서 만난 한 북측 인사는 한반도 해빙무드에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은 정동영, 임동원, 박재규 등 전직 통일부 장관 3인이 남측 중소기업 관계자 관련 학계인사, 언론 등 80여명의 개성공단 방문단을 이끌고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2년 만에 1천만 달러 생산, 그러나 아직도 시범단지
정 전 장관은 특히 지난 2004년 12월 개성공단 현지에서 첫 생산된 개성냄비세트를 남한 행 트럭에 실어 보낸 장본인. 공단 본부 뜰에는 그가 그날 심은 소나무와 방문을 기록한 비석이 눈에 띄었다. 그로부터 만 2년이 훌쩍 지났다.
현재 개성공단 시범단지에는 속옷, 신발 등을 제조하는 남측 입주기업 22곳이 공장을 가동 중이고 12개도 곧 오픈한다. 또 오는 4월말이면 개성공단 1단계 53만평이 분양된다.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월 생산액은 지난해 말 1천만 달러를 넘었고 북측에서 투입한 노동인력도 1만명을 넘어 1만2천명에 달하고 있다.
다만 남북 양측은 모두 "개성공단의 미래는 한반도의 정세변화와 직결돼 있다"고 강조한다. 북측 김성혜 민족화해협의회 참사도 기자에게 "남측에서 잘 알면서 뭘 묻느냐. 북남관계야 늘 미국의 선택에 달려왔다"며 "그동안 적대시 정책만을 펴왔던 미국이 이제 스스로 갈 길을 깨달은 것 같다"고 현재 한반도 화해 분위기에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개성 공단은 아직 말 그대로 시범단지였다. 공단 입주기업 등을 총괄하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본부 앞마당에 들어서서 가장 눈에 띈 시설물은 개성공단에 지점을 낸 우리은행, 한국전력, 편의점 훼밀리마트. 하지만 이 편의점은 현지 일반 소비이용자들의 보다는 남측에서 방문한 인사들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북측 여성 노동자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장소로 더 활기가 넘쳤다.
방문단이 들어가 본 우리은행과 한국전력 지사도 몇 안 되는 북측 직원들이 직접 마이크를 들고 방북단에 업무를 소개하는 일에 능숙했다. 관리위원회단지를 벗어나면 길 양측으로 아파트 형 공장 단지들이 길에 늘어서 있다. 개성이라는 느낌보다는 국내 여느 공장단지를 보는 듯 했다.
모 연예인이 사장으로 있는 속옷 생산 업체 내부에서 정동영 전 장관이 작업장을 둘러보다 현장 체험을 했다. 정 전 장관은 "나도 대학 다닐 때 옷을 만들어 평화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며 능숙하게 재봉질을 했고 3백여명의 노동자들은 작업으로 한창 분주했다.
북측 공장 관계자는 "오늘 만든 상품은 두 시간이면 서울에 간다"고 말했다. 일행은 이날 신발제조공장과 인근에 있는 현대아산 지사도 방문했다.
개성공단에 현재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북측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더 많은 투자와 기업 진출"이라고 말했다.
장병남 민화협 부장은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들이 들어왔으면 한다"며 "그러면 개성공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북측 관계자는 "아직은 잘 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남측에서 최신 기술이 들어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노동자의 월임금은 약 50달러 정도다. 북측 공장 관계자는 "여기에 수당 등을 합치면 월 60달러 정도는 된다"며 "공단에 근무하지 않는 다른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높은 임금"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중국, 베트남에 비해 이같은 저임금때문에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개성공단 측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입주 기업의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북측에서 나오고 있다. 한 민화협 관계자는 본지와 만나 "남측에서 좀 더 작업 환경 개선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에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신발공장의 본드작업대 등의 환기시설 미비 등 앞서 둘러본 작업 환경을 예로 들기도 했다.
남측 보수언론에 강한 불만 쏟아내
북한측 관계자들은 국내 보수언론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북측 민화협 관계자는 "남측의 일부언론이 오면 열심히 통일을 위해 보도하겠다고 하고는 왜곡 기사를 쓰는데 우리는 북쪽에 있어 항의도 못한다"며 "얼마전 김근태 당의장이 개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손을 몇 번 든 일을 가지고 춤판 기사를 썼더라"고 보수언론 보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성혜 민화협 참사는 "남측의 모 신문은 과거 보천보 전투를 보도해 잘 간직하고 있는데 요즘은 왜곡만 하더라"고 <동아일보>를 겨냥해 힐난하기도 했다.
김 참사는 남한의 연말 대선에 대한 질문에 "아마도 6.15 평화세력이 집권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북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남측 보도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며 "선생들도 내일 무슨 나쁜기사를 쓸지 모른다. 믿지 못하겠다 "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북측 관계자들이 개성의 유적 등을 남측 기자들에게 사진으로 소개하는 동안 또 다른 관계자는 "개성은 인삼닭곰(삼계탕)과 약과 그리고 오매기(찹쌀반죽을 기름에 튀겨 꿀을 묻힌)가 유명하다"고 개성의 별미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인삼이 고가고 개성상인들은 이 인삼을 취급하던 사람들이라 일제때까지 쓰던 99칸 짜리 집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1999년대 고난의 행군이 참 멀기도 했다"
방문단은 귀경 전 마지막 코스로 개성시내를 버스로 둘러봤다. 북한을 방문한 외부인들의 시내 사진촬영은 철저히 금지된 상태고 이를 위반할 시 벌금을 물게 된다. 이 같은 이유는 개성공단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는 순간 곧바로 해답이 풀렸다.
사방에 나무 한포기 없는 시뻘건 민둥산과 비포장도로 그리고 바로 얼마 전 시가전을 치른 듯 한 무너져가는 수많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3, 40년은 된 듯한 7, 8층 내외의 건물들은 창틀조차 없이 뚫려 있었고 특히 깨진 창문들 속에 뽀얗게 먼지 쌓인 유리창이 남아있는 건물이 낯설 정도였다. 또 낮이었지만 비가 내려 어두운 가운데에도 전 기불을 컨 건물은 가끔 눈에 띌 정도로 북한의 열악한 전력 사정을 보여줬다.
개성시내에 위치한 고려 성균관 터는 현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었으나 내부는 밖의 문을 얼어 놓지 않으면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간혹 지나는 시민들 중에는 우산 없이 비를 그대로 맞고 걷고 있었으며 방문단이 탄 차량이 신기한 듯 모두 버스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시내 곳곳에는 닭요리 음식점을 지칭하는 '닭곰집', 이미용실을 함께 운영하는 '미용리발', '식료품 상점', 통일 상점'등의 낡은 간판들이 눈길을 끌었다. 또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 "위대한 장군님만 계시면 우리는 이긴다"는 선전구호들이 곳곳에서 붙어있었다.
북측 관계자는 "1990년대 소련이 무너지면서 원조가 끊겼고 미국의 경제 봉쇄로 에너지 공급마저 중단됐다"며 "그 뒤부터는 석탄을 손으로 캐는 것도 어려웠고 공장들은 멈췄으며 고난의 행군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이런 시절(개성공단이 들어서는) 이 올 줄 알았겠느냐"며 "최근에 남측에서 수혜 지원구호물자나 비료 식량 등을 지원해 주면서 동포라는 것을 느낀다. 북남간 신뢰가 쌓여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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