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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굉장히 건방진 결정...왜 사라를 탄압하나"

[인터뷰] ‘즐거운사라’ 이후 또 도마오른 마광수 교수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 교수의 새 시집 ‘야하디 얄라숑’(도서출판 해냄)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 의해 ‘유해출판물’로 판정났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제1분과위원회(도서, 전자출판물 담당)는 13일, 지난 5일 출간된 마 교수의 시집에 대해 청소년 유해간행물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배포 및 판매금지’까지 가능한 ‘유해 출판물’로 판정해 줄 것을 상급위원회인 소위원회에 권고했다.

소위원회가 유해 출판물로 최종 결정할 경우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문화관광부 장관의 위임을 받아 이미 제작.배포된 시집에 대해서도 전량을 수거.폐기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판매금지’ 조치도 배제할 수 없다.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 이후 14년만에 또다시 마 교수는 한국사회의 ‘벽’에 부딪히게 된 셈이다. 이러한 윤리위 결정에 대해 <뷰스앤뉴스>는 마 교수를 만나 최근 심경을 들었다.

“제인은 되고 사라는 안된다? 어찌그리 14년전과 똑같나”

마 교수는 이번 간행물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한마디로 “굉장히 건방진 결정”이라고 공박했다. 또 마 교수는 “이제껏 한국사회가 정치적 자유에만 신경썼지 표현의 자유라는 '문화의 자유'에는 너무 둔감했다”면서 즐거운 사라 파동 이후 또 다시 심한 절망감에 빠져있다고 고백했다.

또 마 교수는 자신의 시집에 실린 375편의 시 중에서 유해성이 판정난 것은 10여편 안팎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마치 내 시집 전체가 통째로 유해물로 판정난 것처럼 보도했다. 과연 내 시를 읽어나 보았나”고 반문했다.

마광수 연세대 교수 ⓒ 연합뉴스


마 교수는 에로티시즘 문학을 계속해서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 “변태든 뭐든 알아야만 한다. 스웨덴도 1967년 포르노 개방이후 오히려 성범죄는 줄었다.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우리 사회의 성적 보수성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마 교수는 이번 사건을 지난 1992년 ‘즐거운 사라’ 파동의 재판으로 규정하며 “어떻게 14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우리사회는 아직도 이 수준이냐. ‘제인’이 하면 되고 ‘사라’가 하면 안되는 것”이냐고 이번 윤리위 결정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뷰스: 이번 윤리위 판정에 대해 심경을 밝혀달라.

마광수: 눈만뜨면 민주화를 자부한다는 이 정권 하에서 어떻게 이런 기관(한국간행물윤리위)이 존속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예전 박정희 시대에 반정부 서적 때려잡을려고 만든 기관이 아직도 왜 존속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그야말로 위헌적 발상이다.

법정에서도 피고인에게 진술의 기회를 주는데 어떻게 저자에게 한마디 진술의 기회도 주지않고 그렇게 결정하는가. 한마디로 절차적 민주성도 결여된 ‘밀실재판’에 다름아니다. 동영상, 야설도 다 나오는 시대에 왜 유독 책에 대해서만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지 정말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우리는 이제까지 정치적 민주화에만 그렇게나 신경썼지 ‘문화 민주화’에는 너무 둔감했다. 즐거운 사라 이후 또 한번 심한 절망감을 느낀다.

뷰스: 이번 시집이 그렇게 문제가 있나? 마교수의 새 시집에는 동성애, 양성애, 근친상간, 사디즘, 마조히즘 등 다양한 소재가 나열되어 있다. 마 교수가 우울증으로 고생했던 자살 충동도 이번 시집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마광수: 바로 그 점이다. 윤리위가 (유해물로) 결정한 것은 내 시집에 나와있는 3백75편의 시 중 10여편 안팎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마치 내 시집 전체가 통째로 유해물로 판정 난 것처럼 보도했다. 과연 내 시를 읽어나 보았나고 묻고싶다.

지금 영화에서는 새디즘, 마조히즘 다 나오는데 왜 유독 책에서만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윤리위 같이 엄청난 예산을 필요로 하는 조직이 존치되려면 건수를 올려야 했을거다. 마치 일정량을 채우려고 단속하듯 말이다. 내가 ‘즐거운 사라’ 이후 확실히 찍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뷰스: 마 교수가 강조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왜 하필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냐”고 반박하기도 하는데...

마광수: 난 단 한번도 여성을 비하한 적 없다. ‘즐거운 사라’에서도 보지 않았느냐? 일본에서 그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여성 주도의 성 관념 문학’이라고 호평을 받았다. 왜 그럴까? 사라가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라는 능동적이었고 남성을 아래로 깔아뭉갰기 때문이다.

제발 섹스만 나오면 여성 비하라는 말을 쓰지 말라. 그런 관념 역시 우리사회의 지독한 가부장적 보수문화와 형식면에서 닮은 꼴이다.

뷰스: 또 하나의 비판은 왜 마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사상의 자유(정치적 자유)’에 대해서는 침묵하느냐이다.

마광수: ‘즐거운 사라’ 이후 언론에서 하도 나를 ‘야한 놈’ 쯤으로 다루니까 사람들이 그렇게들 오해하기 십상이다. 나는 그동안 에로티시즘 문학 이전에 한국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에 걸쳐 다양한 소재의 논문과 글들을 써 왔다. 내가 쓴 그런 류의 글들은 전혀 읽어보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으니까, 그저 언론이 선정적으로 광고한 ‘즐거운 사라’만 보고 나를 그렇게 낙인찍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1991년에 쓴 ‘왜 나는 순수한 민주주의에 몰두하지 못할까’라는 책을 읽어보았나? 나는 그 책에서 YS, DJ 등 한국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즐거운 사라’로 세상이 떠들썩해지기 불과 1년전에 쓴 책이다. 나는 그런 책을 썼는데도 사람들은 나를 단순한 포르노 소설가 정도로 알고있다.

뷰스: 앞으로도 계속 에로티시즘 문학을 고집할 것으로 알고 있다. 에로티시즘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마광수: 그렇다. 나는 일종의 사명감을 느낀다. 우리나라에는 왜 국산품이 없나? 국산품 애용을 그렇게나 강조하면서 왜 에로티시즘에는 문학이든 영화든 국산품을 인정하지 않는가? 외국의 에로티시즘 소설이나 영화는 그렇게도 높이 평가하면서... 그것도 일종의 문화사대주의다.

학계도 그렇다. 남의 목소리에는 박수를 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 논란이 되면 손쉽게 폄훼하고 흠집내기 바쁘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짜증나는 동네라는 것을 느낀다. 정말 떠나고 싶은 나라다. 문학을 하는 글쟁이라 먹고 살 것이 없어 못 떠날 뿐이다.

이런 문화 후진국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절망스럽다. 딱 14년전 내가 사라로 고역을 치룬 그때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제인이 하면 되고 사라가 하면 안된다?’ 딱 그 14년전 기준 말이다.


내가 ‘즐거운 사라’가 야하다고 잡혀갈 때
“마광수 때문에 에이즈가 늘어난다 잘 잡아갔다”고 떠들어대던 어떤 일류대학 교수는
전두환 때도
노태우 때도
김영삼 때도
노무현 때도
언제나 여러 관변단체 장(長)을 지내며 출세했다
그는 지금 어느 서울의 어느 대학
총장까지 하고 있다
그 놈을 때려죽이고 싶다


- 마광수 교수의 새 시집 <야하디 얄라숑>에 등장하는 '도덕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들' 中
김동현 기자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0 0
    하리

    https://youtu.be/2QjJS1CnrT8

    한번 보세요

  • 0 0
    장미향기

    https://youtu.be/EX9LcWCE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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