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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사회의 '대국민 모럴해저드'

활동비 대폭 인상, 노조-문화연대 "정연주 연임 보답인가"

적자경영 위기를 강조하며 수신료 대폭인상을 주장하는 KBS 이사회(이사장 김금수)가 지난 달 28일 정기이사회에서 이사들의 활동경비 1백%, 회의 참석수당 50%를 극비리에 인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모럴 해저드' 파문이 일고 있다.

KBS이사회, ‘활동비 1백%-수당 50% 기습인상’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KBS 이사회는 올해부터 이사들의 활동경비를 1백% 인상하고, 회의 참석수당도 회당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50% 인상했다. 조사연구 활동비도 27% 인상하여, 이사장은 월3백32만원에서 3백82만원, 이사들은 1백82만원에서 2백32만원을 받게됐다.

또한 이제까지 신용카드로만 쓸 수 있었던 이사장의 월 활동경비 1백20만원을 2백40만원으로 인상하며 이 가운데 절반인 1백2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고, 다른 이사들의 활동경비도 똑같이 적용키로 했다. 활동비를 신용카드로만 쓰게 할 경우 나중에 감사 등을 통해 문제가 될 소지가 많기 때문에 내려진 조치로 풀이된다.

이사회는 월 평균 4회 열리고 있다. 이사장은 월 7백40여만 원, 이사들은 4백50여만 원을 받게 되는 셈.

KBS 이사회는 이밖에 국제필름마켓 견본시장 참가를 명분으로 다음달 열리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 KBS 이사 전원이 참관하기로 결정했다.

이사들의 활동비 등을 대폭 인상해 물의를 빚고 있는 재야노동계 출신의 김금수 KBS이사장. ⓒ연합뉴스


KBS 노조 “이사들 임금인상은 ‘정연주 연임 성공’에 대한 보답”

KBS 이사회의 월급 인상 방침에 노조는 13일규탄 성명을 내고 이사회를 질타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번 수당 인상은 ‘정연주 KBS 재입성 성공’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사회에 대한 보답인가. 아니면 삭감했다던 임원들의 임금을 슬그머니 제자리로 되돌려 준 이사회의 결단에 대한 보은인가”라고 반문한 뒤, “정연주 사장은 이러고도 또다시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임금 삭감을 운운하고 있다. 자가당착이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정 사장과 이사회를 싸잡아 비난했다.

노조는 또 “더구나 회사는 이 사실을 쉬쉬하며 공개하지 않았고 이미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소문을 들어 알고 난 뒤에도 진실을 감추려 했다”며 “회사 측이 작성해 배포한 2007년도 예산서에는 올해 이사들의 수당이 동결 편성돼 있다. 이사회는 스스로 통과시킨 규정을 부정하며 '유령 예산'을 배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인상폭이 너무 높다는 감사팀의 의견조차 무시됐다”며 “그 대담성과 신속성은 가히 놀랍다”고 개탄했다.

문화연대 "정신나간 KBS이사회의 저열함에 경악"

문화연대도 14일 공식 성명을 내고 “정신 나간 KBS이사회, 당신들을 탄핵한다”며 “<KBS 스페셜>을 통해서 공영방송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수신료 올려달라고 노골적으로 선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는가. 우리의 소중한 돈이 이사장과 이사들의 수당을, 회의비를 올리는 데 쓰인다는 것인가”라고, 국민에겐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며 뒷전에서 자신들의 활동비를 올린 이사회의 이율배반을 질타했다.

문화연대는 “애초에 사장으로, 이사로 뽑힐 때부터 자격과 절차를 무시하더니만, 이제는 상식적 판단과 사회적 윤리의식마저 깡그리 내팽겨 치는 모양”이라며 “인상폭이 너무 높다는 내부 감사팀의 의견조차 무시했다고 하니, 조중동으로부터 비난받고 뉴라이트로부터 보이콧을 당해도 마땅하다고 해야 할 것인가. 정말 당신들의 그 저열함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개탄했다.

KBS이사회 "수당 현실화는 최근의 사회적 추세"

KBS 이사회는 이같은 비난에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의 월 조사연구수당 1백82만원과 회의참석 수당 20만원은 5년 전인 2002년에 정해진 것으로 타 기관 비상임이사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비상임이사들의 내부 견제와 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관련 수당이 상당 수준 현실화돼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사회적 추세이며 KBS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사회는 "이번 조정에 대해 인상률이 높다는 지적을 할 수는 있으나 실제 지급액은 타 기관의 비상임이사 지급 수준 정도"라며 "모 투자기관의 경우 월 3백50만원을 정기 수당으로 지급하고 있고 모 방송사의 경우 월 3백만원의 정기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회의참석 수당의 경우 50만원을 지급하는 곳이 상당수"라고 주장했다.

KBS이사회의 항변은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할 수도 있으나, 과연 적자경영 운운하며 서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수신료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KBS의 책임자들다운 처신인지는 스스로들 곱씹어 보아야 할 대목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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