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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기고> "양극화는 세계화 진행의 산물"

요즈음 “양극화”라는 말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다.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 양극화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어지러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양극화 현상의 발생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해 보도록 하자.

“양극화”란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또는 도시와 농촌과 같이 서로 다른 집단 간에 소득 격차가 사회적 안정감을 해칠 정도로 커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듣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 또는 ’소득의 계층 간 불균형 현상‘ 과 비슷한 말이다.

우리가 양극화 현상을 말 할 때 크게 세가지 관점에서 관찰해야 한다. 그것은 ‘정도의 문제’, ‘원인의 문제’, 그리고 ‘해결 방안의 문제’ 이다.

우선 '정도의 문제'부터 따져보자. 우리나라 양극화 현상은 정말로 심각한 정도인가? 답은 ‘별로 아니다’이다. 국민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경제지수로 ‘지니계수’라는 것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모든 사람이 똑같이 소득을 나누어 갖는다면 지니계수는 0이 되고, 단 한사람이 모든 소득을 다 갖는다면 1이 된다. 그러므로 숫자가 높을수록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의 정도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약 0.310이다. 미국은 0.408, 영국 0.36, 캐나다 0.351, 중국은 0.47이다. 스웨덴은 0.250, 덴마크 0.247, 일본은 0.249 이다. 스웨덴이나 덴마크와 같이 아주 작은 나라를 제외한다면 우리나라보다 지니계수가 낮은 나라는 일본 정도 밖에 없다. 캐나다도 우리보다 높다. 이것은 곧 우리나라의 소득불균형은 문제가 될 만큼 크지 않다는 얘기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무디스의 토마스 번 사장도 “한국의 양극화는 정부가 우려하는 것처럼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도 “현재는 문제가 아니지만 양극화의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부문에서 나타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이 말에 대해서는 다음 항목에서 분석하도록 하자.

두 번째는 양극화 ‘원인에 대한 분석’이다. 사실 이것이 가장 큰 쟁점 포인트다. 정부는 양극화 현상이 ‘소득 분배상의 문제’ 와 ‘소외계층의 발생’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비해 다른 편에서는 ‘성장 속도 저하에 따른 중산층의 감소’, ‘국내소비의 감소’ 또는 ‘세계화의 진행에 따른 구조조정의 결과’라고 얘기하고 있다.

양극화 원인에 대한 분석이야말로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내는 첫번째 고리임으로 대단히 냉철하게 이 문제를 생각하여야 한다.

우선 ‘소외계층의 발생과 소득분배상의 문제’라는 지적을 살펴보자

이 분석은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처럼 그렇게 틀린 주장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사실이 잘못일 뿐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기업도 사회도 절대로 소외계층의 발생과 소득의 역분배를 시도한 적이 없다. 그러나 외견상 그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러한 결과를 나타나게 하는 경제적 요인이 최근에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경제적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다.

“성장속도 저하에 따른 중산층의 감소”라는 주장도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7~9% 이상의 성장을 하였다. 최근의 4.6%, 4.0% 의 성장은 확실히 저성장이다. 그러나 2004년도 4.6% 경제성장은 중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경제성장이었고, 2005년도 4.0% 경제성장도 중국과 대만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경제성장이다. 우리나라는 GDP 기준으로 볼 때 세계 10번째 국가이다. 세계 10번째 경제대국이 과거와 같은 높은 경제성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턱도 없는 일이다. 일본은 과거 10년 동안 1%에도 못 미치는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지니계수는 0.249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성장이 양극화의 원인이라면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다음으로는 ‘국내 소비수준 감소’가 양극화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 말도 상당히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소비수준은 아직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소비율과 저축률은 상호 반대로 움직이므로 우리나라 저축률을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저축률을 보면 IMF전에는 17% 수준이었으나 IMF직후 23%로 한 해 상승한 후, 급격히 감소하여 2002년도에는 1.5%, 2004년도에도 5.0%수준이었다. 이것은 대만의 15%, 일본의 8%, 독일의 11%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고, 세계에서 가장 저축률이 낮은 미국의 1.2%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경기침체가 내수부진이라는 진단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팔리고 있는 외제 사치품(명품이라고도 함)의 양과, 토요일&#8228; 일요일 고속도로를 메우는 차량을 보면 우리의 소비수준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양극화는 세계화 진행의 산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업경쟁력 제고가 첩경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양극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세계화의 진행에 따른 구조조정의 결과”이다. 박승 한은 총재가 퇴임사에서 말한 “양극화의 근본원인은 개방화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쟁우위부문과 경쟁열위부문간의 격차가 심화되는 데서 발생하는 현상”이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은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진행된 결과이며, 역설적인듯이 들리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대외 경쟁력은 높아질 것” 이라는 주장은 정확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선진외국의 양극화 현상과 이유 가 다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높은 관세 등의 보호아래 경쟁력이 비슷한 우리나라 기업끼리 편안한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화의 진행으로 외국의 고품질 상품이 국내에서 싼 가격으로 자유롭게 판매됨으로써, 유사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바로 이러한 구조조정이 기업 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일으키고, 그러한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런 기업이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에 소득격차(양극화)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원인을 이렇게 분석하면 대책은 비교적 명쾌하게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양극화에 대한 의미 없는 논쟁을 그만둘 일이다.
둘째,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 정부와 기업은 최대한 노력하여야 한다.
셋째,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살리려고 애쓰지 말고 빠르게 퇴출시키며, 새로운 좋은 기업들이 손쉽게 탄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퇴출된 기업인들 또는 근로자들에게는 단기간의 무상급여 등을 제공해야 하지만, 재교육의 강화 또는 재창업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관점에서 생산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섯째, 지역간의 불균형문제는 절대로 고속성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분야에 있어서만은 정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정책적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필자 소개

김상국 경희대학교 교수
sangkkim@khu.ac.kr
김상국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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