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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의원 "뒷구멍, 개판, 깽판"

<현장> 정부여당 "막말 사과하고 취소하라"

임시국회가 12일 교육.문화.사회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여야간에 막말과 독설, 야유와 고성이 오가는 '난장판'을 연출했다.

이원복 “뒷구멍에서 개판쳐” 한명숙 “개판 취소하라”

난장판의 발단은 이날 대정부질문 세 번째 질문자로 나선 한나라당 이원복 의원이 제공했다. 이 의원은 한명숙 총리를 상대로 한 질의에서 "이 정권은 4년간 개혁을 외치면서 민생을 깽판쳤다. 앞에서 개혁을 외치면서 뒷구멍에서 하는 일이 다르니까 민심이 등을 돌렸고 (재.보선) 40대 0이라는 대참변이 일어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의원은 이어 이상수 노동부 장관,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 이호웅 전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한 정부의 사면복권을 비판하면서 “이 정권이 하는 일이 이런 식이기 때문에 국민이 떠나는 것”이라며 “그래서 ‘당신들이 하는 일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고 국민들이 말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정권은 지난 4년 동안 개혁을 외치면서 민생을 망쳐왔다. 처음부터 ‘뉴레프트를 하겠다’고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주체사상 신봉자를 비롯해 친북좌파에 휘둘림을 당했다.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당을 떠나면서 평양식당 사람들처럼 ‘잘 있어요, 잘 가세요’라고 하는 것을 들어봤느냐”고 색깔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명숙 총리는 정색을 하며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 정권이 친북좌파나 주사파와 연계돼있다고 하는데 그런 구체적 상황이 없다. 이라크에 파병하고 핵실험 이후에 지원을 끊는 친북좌파가 있느냐. 국민 통합을 위해 정책을 갖고 (대정부 질문에) 임해야 한다. 색깔론을 갖고 임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당당하게 뉴레프트를 한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사태가 이 정도로 흐른 마당에 (총리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고 한 총리의 자진 퇴진 용의를 물었다.

한 총리는 “이 자리는 정책을 하는 자리이지, 색깔론이나 정쟁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후반기에 국정이 흔들리지 않게 중심에 서서 자기의 일을 다하는 것도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이 의원은 "세월을 허송한 4년이었다. 언제나 남의 탓, ‘조.중.동’ 탓, 한나라당 탓만 하고 개혁을 외치면서 개판을 쳤다"고 거듭 참여정부를 공격했다. 그는 "이 정권은 가장 지저분하게 출발해 지저분하게 물러나고 있다" "좌파 포퓰리스트처럼 언어조작에 능한 사람은 없다" "포퓰리즘은 나치가 망하듯이 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한 총리에게 실정 인정을 아박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개판이란 말은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 의원은 "국민의 마음을 전하려는 것"이라며 공세를 거듭했다.

열린우리당의 막말 취소 요구, 한나라당 일축

열린우리당 김재윤 의원이 곧 반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원복 의원의 개판 발언과 관련해 참으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의 상식없는 발언이 국회를 개판으로 만들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양식과 자질을 갖고 질의에 임해야 한다. 그 발언을 취소해주기 바란다”고 발언 취소를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원내부대표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이 의원이 뒷구멍, 개판, 깽판이라고 모욕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한바탕 저주를 퍼부었다"며 "발언 취소와 속기록 삭제를 요청하며 한나라당은 즉각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김재경 원내부대표는 "어느 정도의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은 헌법에 보장된 면책특권으로 보장된 권리"라며 "한나라당과 이 의원을 나무라기 전에 정부 여당에서 ‘대통령이 이러시면 안된다’고 충고를 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깽판’이라는 말씀은 대통령이 먼저 쓴 것 아니냐"고 말했고, 그러자 본회의장 의석에서는 한바탕 고성과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이기우 열린우리당 원내 공보담당 부대표는 논평을 내고 "마치 정권 잡은 듯 행동하는 오만방자함의 극치"라며 "이 의원은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공식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재웅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도 구두논평을 통해 "‘깽판’이란 말은 평소 '맞짱 뜨자', '개도 안 짖는다' 등의 말을 즐겨 쓰는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한 말"이라고 맞섰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지켜보기 위해 국회를 찾았던 방청객들은 막말과 독설, 야유와 고성으로 가득찼던 대정부질문은 연쇄탈당, 후보간 검증과 캠프간 비난전 및 지각.결석 국회 등으로 땅에 떨어진 정치판의 수준을 다시 한번 낮췄다고 눈총을 보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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