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 실패, 정몽구 부자 '당황'
주먹구구식 접근했다가 시장에서 외면 받아, 연일 혼란 야기
정 회장 부자가 12일 오후 증시 폐장후 추진했던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가 물량이 방대하고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다.
앞서 이날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씨티그룹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공지를 보냈다.
정 회장 부자가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1천627만1천460주(43.39%) 중 502만2천170주(13.39%)를 전일 종가보다 7.5∼12%나 디스카운트된 주당 26만4천∼27만7천500원에 팔겠다는 것이었다. 정 회장 부자가 상당히 싼값에 주식을 넘기려 했으나 정 회장 부자의 예상과는 달리 불발된 셈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대량 매도할 경우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자신이 사들인 디스카운트 가격보다 더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매수가격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무산에 정 회장 일가는 크게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거래가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 부자가 7.5%∼12%나 싸게 주식을 넘기려 했다는 점에서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반드시 팔아 그 돈으로 현대제철이 보유중인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여 승계작업을 가속화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31.9%를 보유하고 있으나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은 1주도 갖고 있지 않다.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 실패는 당장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정 회장 부자가 팔려 한 현대글로비스 주식은 13일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폭락했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 주식보유자들은 승계 과정에 정 부회장이 30%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현대모비스와 합병시킬 것으로 판단,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정 회장 부자가 주식을 팔려 한 사실이 드러나자 오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앞다퉈 주식을 팔려하면서 주가는 하한가로 폭락한 것. 현재 현대글로비스 주식보유자들은 SNS에서 정 회장 부자를 맹성토하면서 강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사이에만 약 1조7천억원이 증발했다.
반면에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임이 재확인된 현대모비스는 11%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이렇게 현대모비스 주식은 급등하고 현대글로비스 주식이 폭락하면 정 부회장 승계 작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팔거나 현대모비스와 합병을 해도, 그에게 돌아오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럴 경우 그는 부친으로부터 현대모비스 주식을 물려받을 경우 보다 많은 상속증여세를 내야 한다.
지난해 삼성동 한전부지를 무려 10조원대에 사들여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정몽구 회장이 이번에는 승계과정에 또다시 주먹구구식 접근을 하면서 또다시 시장혼란만 초래하고 승계작업에도 어려움을 자초한 양상이어서, 정 회장이 향후 당면 장애를 어떻게 돌파할지에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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