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스님, 박원순에게 '죽비' 선물한 이유는?
"국민, 무섭게 지켜보고 있으니 행보 신중해야"
명진스님 지지자들이 운영하는 <단지불회>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일요일인 지난 6일 오전 10시 월악산 보광암을 방문해 1시간 30분 가량 명진스님과 차담을 나누었다.
박원순 시장은 “시장 당선 후 첫 지방 방문지로 명진스님이 계신 보광암으로 왔습니다. 좀 더 일찍 찾아뵙지 죄송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고, 명진스님은 이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많은 국민이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참여한 선거였고 그 기대와 관심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기도 했다. 그 열망이 박원순 시장을 뽑은 원동력이었다"고 당선을 축하했다.
명진스님은 이어 "국민들은 박원순 시장님을 단순히 서울시장 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진보개혁인사가 어떻게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시금석으로 보고 있다"며 "부정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국민의 편에 서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담긴 선택이다. 국민들은 박원순 시장님을 통해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고자 합니다. 저 또한 같은 입장”이라고 당부했다.
명진스님은 또한 “많은 정치인들이 허언과 갈지자 행보로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켜 왔는데 박원순 시장님께서는 원칙과 소신있는 행보로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줘야 한다"며 "국민은 기대만큼 무섭게 박원순 시장을 지켜보고 있으니 행보 하나 하나에 신중을 기하셔야 한다”며 국민이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앞으로 소신을 갖고 일해 나가겠습니다. 스님의 경책이 앞으로 시장으로 일해 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고 자주 찾아 뵙고 의논드리겠습니다”고 답했다.
또한 명진스님은 시정운영과 관련해 '투명한 시정'을 당부했고, 박 시장은 “스님께서 봉은사를 투명하게 운영했듯이 서울시정도 그렇게 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박 시장은 이어 “스님께서 오래 전부터 저에게 정치를 하라고 말씀해오셨고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 스님께서 그동안 하려고 해오신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담을 끝내며 명진스님은 박 시장에게 '죽비'를 선물했다. 늘 깨어 있으라는 의미. 박 시장은 “시장실에 늘 걸어두고 경책의 의미로 삼겠습니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명진스님과 박 시장 일행은 차담후 자리를 옮겨 인근 한 식당에서 소박한 점심공양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이날 만남을 마무리했다.
박 시장은 참여연대를 시작하던 1990년대 초부터 명진스님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으며, 명진스님이 봉은사 주지로 재임할 때에는 때 봉은사 자문기구인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명진스님은 서울시장 보선때 박 시장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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