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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의 단골맞수 로펌 '광장'

[김진원의 로펌이야기] <11> 전문화와 함께 중국시장 개척 분주

법률회사들 사이에선 선두다툼 못지않게 2위, 3위 경쟁도 치열하다.

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할 지 모르지만, 로펌 업계에 특별한 사정이 있다. 법적 분쟁이라는 게 보통 원, 피고의 대립 당사자 구조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둘 이상의 당사자가 전제돼 있다. 이 경우 '이해관계 충돌 금지'의 법리에 따라 어떤 법률회사도 원칙적으로 두 당사자 이상을 대리할 수 없다. 한 로펌이 원고를 대리하면, 피고는 또다른 로펌이 대리하는 식으로 사건을 나눠 맡게 되는 것이다.

요즈음엔 제3, 제4의 당사자가 등장하는 등 사건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간 분쟁중에 이런 사건이 많다. 그럴듯한 기업이 M&A(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라도 하면, 군침을 흘리는 여러 업체가 제각각 유명 법률회사를 앞세워 응찰에 나서는 법률대리전이 길게 펼쳐지기 일쑤다.

국내 최대 규모인 김&장법률사무소에 이어 법무법인 광장, 세종, 율촌, 태평양, 화우(가나다 순) 등이 주요 사건의 대리인으로 자주 등장하는 메이저 로펌들이다.

이중에서도 30년의 역사가 쌓인 법무법인 광장은 김&장의 단골 맞수중 한 곳으로 유명한 로펌이다. 김&장보다 5년 뒤인 1977년 12월 이태희 변호사에 의해 설립된 이후 줄곧 2위권을 지키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설립 초기 '김 · 장 · 리'와 '김 · 신 & 유'가 앞서 나갈땐 김&장과 함께 두 선발주자를 바짝 뒤쫓았는가 하면, 지금은 김&장에 이어 세종, 율촌, 태평양, 화우 등과 함께 리딩(leading) 로펌으로서의 위상을 더해가고 있다.

법무법인의 광장의 이태희 대표변호사(왼쪽)와 제일국제특허사무소의 김창세 대표변리사가 작년 6월27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합병계약서에 서명한 후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법무법인 광장


지난 9월6일 특허법원이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뒤엎고, 미국 P&G의 손을 들어 준 이른바 '일회용 기저귀 등의 흡수 부재 특허분쟁'의 경우 광장이 P&G를 대리했다. 비슷한 특허를 갖고 있어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나선 유한킴벌리는 김&장이 맡았다.

P&G의 특허 출원에 대해 특허청은 유한킴벌리의 특허와 비교해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등록을 거절하고, 특허심판원도 이를 그대로 유지했으나, 특허법원에서 뒤집힌 것이다.

또 2005년 조정으로 끝난 기아자동차와 교보생명 사이의 종업원퇴직보험 해약환급금 분쟁은 김&장이 원고인 기아자동차를, 광장이 피고인 교보생명을 각각 대리하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이 사건은 교보생명이 기아측에 6백억원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외에도 소(牛)의 성장호르몬 특허를 둘러싼 미 몬산토사와 LG생명과학 사이의 분쟁에서 김&장이 몬산토를 맡고, 광장이 LG를 대리하는 등 특허 관련 분쟁에서 김&장과 서로 상대방 대리인이 돼 맞붙는 경우가 많다고 광장측은 전하고 있다.

설립순서가 국내 네번째인 김&장에 뒤이어 77년 다섯번째로 설립된 광장은 법률회사의 규모도 김&장 다음으로 크다. 국내외 변호사가 1백70여명.

광장은 특히 다른 로펌 등과의 두차례에 걸친 합병을 통해 세를 키워 왔다. 또다른 합병로펌인 세종, 화우와 이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독자적으로 규모를 늘려 온 김&장, 태평양, 율촌 등과는 성장 경로가 다른 것이다.

광장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것도 2001년 7월 합병 이후부터다. 77년 설립 이후 25년째 한미란 이름을 써 왔으나, 당시 송무가 발달했던 구(舊) 광장과 합치며 광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에 비해 한미는 기업 자문 분야의 기반이 탄탄했다. 합병으로 기업 자문과 송무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배가를 겨냥한 것이다. 영어식 이름은 합병 이후에도 이태희 변호사의 성이 들어간 '이&고(LEE&KO)'를 그대로 쓰고 있다. 한미에 상대적으로 외국 기업 고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구 광장과의 합병과 관련, 이태희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합병전의 한미는 자문 특히 국제관계 일을 많이 했는데, 자문으로 시작한 사건이 커져 송사화되면 한미는 송무가 약하지 않느냐고 하며 고객들이 다른 법률회사로 빠져 나가는 일이 꽤 있었어요. 마음이 아팠지요. 반대로 광장은 송무는 잘 하는데 섭외일을 많이 하지 못해서 이점을 아쉬워하며 보완의 필요를 느꼈다고 해요.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잘 안다'고 궁합이 잘 맞는 상대를 찾아 합병을 이루게 된 겁니다."

광장의 합병 행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5년 6월 제일국제특허법률사무소와 또한번 합병을 선언했다. 변호사법상의 제약으로 변리사 사무실과의 합병이 어려워 법적으론 제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고 한다. 제일국제는 광장과의 제휴후 이름을 제일광장특허법률사무소로 바꿨다.

제일국제와의 제휴에 따른 시너지는 이미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장이 얼마전 특허법원에서 이긴 P&G를 대리하게 된 것도 제일광장이 P&G의 특허등록을 맡으면서 비롯됐다고 한다.

P&G의 특허등록을 맡은 제일광장은 등록이 거절되자 특허심판원에 이의 취소를 청구했으나, 이마저 거절되자 광장의 지적재산권팀이 나서 특허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제일광장엔 현재 약 50여명의 변리사가 활동하고 있다.

광장과 제일국제의 제휴는 업계에서도 큰 뉴스였다. 곧바로 다른 로펌으로 확산됐다.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경쟁관계라고 할 수 있는 로펌과 특허법률사무소가 로펌의 지적재산권 분야 강화와 맞물리며 잇따라 '적과의 동침'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해 11월 구 특허법인 명문과 사실상 합병을 선언하고, 특허법인 율촌을 출범시켰다. 마찬가지로 변호사법의 제약에 따른 별도 법인의 출범이다. 올초 ' 김 신 & 유'를 흡수한 화우도 ' 김 신 & 유'의 특허부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특허법인 화우를 출범시켰다. 이어 얼마전엔 법무법인 바른이 남호현 변리사 등을 영입해 바른국제특허법률사무소를 발족시키는 등 변리사 사무소와의 제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광장은 지적재산권 분야 외에 송무와 중재, 회사팀, 금융 분야 등을 주력분야로 내세우고 있다.

송무와 중재 분야의 경우 얼마전에 합류한 이규홍 전 대법관과 박준서 전 대법관을 정점으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의 서정우 변호사, 권광중 전 사법연수원장, 김인수 전 서울행정법원장 등 재조 시절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중량급 변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법원 기자실에 대형 소송사건의 보도자료를 자주 제공할 만큼 주목할 사건들을 많이 맡고 있다.

해상법과 항공법, 보험법 분야도 광장이 전통적으로 강한 분야로 손꼽힌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을 주축으로 운송업이 발달한 한진그룹과의 인연때문이다. 이태희 변호사가 한진그룹을 창업한 고 조중훈 회장의 사위로, 이 변호사는 서울지법 판사로 있을 때인 68년 조 회장의 장녀인 현숙씨와 결혼했다.

한미가 발전하는 데 한진그룹의 배경이 도움이 됐다는 것은 광장 사람들도 부인하지 않는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진그룹 사건은 대부분 한미(합병후엔 광장)가 맡아 처리해 왔으며, 이 변호사가 처음 법률사무소를 연 곳도 서울 남대문로 2가의 해운센터빌딩(구 KAL빌딩) 16층이다. 광장은 현재 이 건물의 5개층을 쓰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J.D.(법학박사) 출신으로, 미국변호사이기도 한 이 변호사는 최근엔 서울과 중국을 오가며 중국 시장 개척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9월 개설한 광장의 중국 북경사무소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검찰 출신 변호사가 많이 관여하는 형사팀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편이다. 부산고검장을 지낸 공영규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서창희 변호사 등이 이쪽을 맡고 있다.

광장의 관계자는 "두차례 합병을 통해 규모도 커진 만큼 이제는 전문화에 더욱 신경을 쏟고 있다"며, "조만간 뉴스가 한, 두개 나갈 것"이라는 말로 광장의 또다른 변신을 예고했다.
김진원 리걸타임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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