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집단학살 유족들 ‘진실화해위원회’ 점거
“민원만 4천건, 조사관은 고작 40명” 조사인력 증원 요구
1950년 한국전쟁 전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집단 민간인 학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학살규명범국민위ㆍ사무처장 이춘열)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ㆍ위원장 송기인) 위원장실을 점거한 뒤 농성에 돌입했다.
학살규명범국민위와 유족 1백여명은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필동 진실화해위 앞에서 집회를 갖고 위원회의 조사인력 보강과 송기인 위원장과의 면담을 촉구했다. 이들은 집회 직후 3시 반부터 진실화해위 위원장실에서 송 위원장과 2시간에 걸쳐 면담을 했으나 결국 양측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학살규명범국민위와 유족 15명 가량이 곧바로 위원장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점거 왜?
이들이 위원장실을 점거한 것은 위원회의 조사인력을 늘여달라는 이유 때문이다.
과거사법을 둘러싸고 여.야간 1년 넘는 산고 끝에 탄생한 진실화해위가 심각한 인력난으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 해 12월 진실화해위가 정식으로 출범했지만 현재까지 위원회에 조사 신청을 위해 접수된 것만 무려 4천7백여건이 넘는다. 특히 ▲집단희생조사 ▲민족독립조사 ▲인권침해조사 등 진실화해위의 3가지 조사 대상 영역 중 1950년 한국전쟁 전후 벌어진 ‘민간인 집단 학살’ 부문(집단희생조사 부문)의 경우 전체 조사 건수의 87%(4천1백여건 이상)에 달할 만큼 방대한 규모다.
이를 단일 학살 사건 별로 묶어도 최소 4백에서 최대 5백여건의 집단학살 사건이 접수된 셈이다.
그럼에도 이를 조사할 조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불과 조사인력 40여명이 4천건이 넘는 민간인 학살 사건을 조사중에 있다. 심지어 “이 중 절반 가량만이 실무 조사 인력”이라고 학살규명범국민위는 지적하고 있다.
노근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조사관 50명이 동원돼 수 개월에 걸쳐 조사한 것과 비교해 보면 한국전쟁 전후 집단민간인 학살 사건 전체를 다룬다는 진실화해위 내 설치된 집단희생규명소위원회 조사인력 부족을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 또 제주 4.3위원회의 조사인력이 4백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진실화해위의 외형은 초라하기만 하다.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의 경우 “조사인력이 절대적”
사실 진실화해위 출범 당시부터 전문가들은 위원회의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그런데도 진실화해위와 정부에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깊이있게 다루지 않았다.
이 날 위원장실 점거 직전 집회 현장에서 본지와 만난 이춘열 학살규명범국민위 사무처장은 “군부독재 당시 벌어진 의문사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소위원회(진실화해위 내 인권침해규명소위)의 ‘권한’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나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을 다루는 소위원회(집단희생규명소위) 조사의 경우는 사건의 방대성을 감안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사인력’”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이 사무처장은 “의문사 조사의 경우 ‘권한→전문성→조사인력’ 순으로 해야하고,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 조사의 경우는 정반대로 ‘조사인력→전문성→권한’ 순으로 위원회가 재편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연말에나 조사인력 증원 시행령 개정 논의? 내년 대선 국면에서는 어림도 없다”
따라서 해법은 조사인력 증원을 골자로 하는 진실화해위 시행령의 개정에 있다. 그러나 이 날 송 위원장과 유족 면담에서도 재연됐듯이 진실화해위 측은 신청 접수 마감 기한인 올 11월까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 날 송 위원장과의 면담에 참석한 학살규명범국민위측에 따르면 송 위원장은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된다”며 “1년 동안 진행한 뒤에 검토해보자는 대통령의 약속도 있고, 11월 말 신청접수가 끝난 뒤에 보다 정밀한 조사수요가 나올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조사인력 증원이 포함된 시행령 개정은 12월 이후에 추진하겠다”고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같은 위원회측의 태도에 대해 학살규명범국민위측은 “너무나 안일한 태도”라며 위원회를 비난했다. 이춘열 사무처장은 “결국 시행령 개정안을 올 연말 검토해 보고 내년 상반기 중에나 추진해 보자는 말인데, 대선 정국이 절정에 달해 있는 그 시기에 어떤 대선 후보가 공무원 수 증가를 입에 담겠냐”고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따라서 학살규명범국민위를 비롯한 유족들은 조사관 증원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이 올해 안으로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더 이상의 위원회 조사인력 증원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민주화 운동 386들 자기들 문제에는 그렇게나 열을 내더니...”
한편 이같은 위원회측의 소극적 태도와 정부의 의지 부족에 대해 이 사무처장은 현 집권세력인 386세력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이 사무처장은 “군부독재 시절에서 자행된 각종 의문사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언론홍보도 열심히 하고 또 조사도 열심히 하지 않냐”며 “반면 우리같은 일반 시민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학살된 문제에서는 과거사법에 끼워넣기식으로 통과만 시켜놨지 위정자들의 진정성을 읽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직접적으로 386세력을 겨냥하며 “그네들이 훈장처럼 사용하는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의문사 문제에는 저렇게 열심히 달려들면서...”라고 씁쓸함을 표시했다.
진실화해위의 활동 기한은 4년이며 2년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의 인력 1백80명, 특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학살 문제를 조사하는 집단희생소위원회 인력 40여명으로는 "관련기록을 읽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 사무처장은 “조사인력 증원을 골자로 한 위원회 차원의 시행령 개정안을 올 연말까지 수립하겠다는 계획표를 받지 못하는 한 위원장실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겠다”며 “그만큼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40만명에 달하는 민간인 집단 학살 유족들에게 절실한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학살규명범국민위와 유족 1백여명은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필동 진실화해위 앞에서 집회를 갖고 위원회의 조사인력 보강과 송기인 위원장과의 면담을 촉구했다. 이들은 집회 직후 3시 반부터 진실화해위 위원장실에서 송 위원장과 2시간에 걸쳐 면담을 했으나 결국 양측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학살규명범국민위와 유족 15명 가량이 곧바로 위원장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점거 왜?
이들이 위원장실을 점거한 것은 위원회의 조사인력을 늘여달라는 이유 때문이다.
과거사법을 둘러싸고 여.야간 1년 넘는 산고 끝에 탄생한 진실화해위가 심각한 인력난으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 해 12월 진실화해위가 정식으로 출범했지만 현재까지 위원회에 조사 신청을 위해 접수된 것만 무려 4천7백여건이 넘는다. 특히 ▲집단희생조사 ▲민족독립조사 ▲인권침해조사 등 진실화해위의 3가지 조사 대상 영역 중 1950년 한국전쟁 전후 벌어진 ‘민간인 집단 학살’ 부문(집단희생조사 부문)의 경우 전체 조사 건수의 87%(4천1백여건 이상)에 달할 만큼 방대한 규모다.
이를 단일 학살 사건 별로 묶어도 최소 4백에서 최대 5백여건의 집단학살 사건이 접수된 셈이다.
그럼에도 이를 조사할 조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불과 조사인력 40여명이 4천건이 넘는 민간인 학살 사건을 조사중에 있다. 심지어 “이 중 절반 가량만이 실무 조사 인력”이라고 학살규명범국민위는 지적하고 있다.
노근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조사관 50명이 동원돼 수 개월에 걸쳐 조사한 것과 비교해 보면 한국전쟁 전후 집단민간인 학살 사건 전체를 다룬다는 진실화해위 내 설치된 집단희생규명소위원회 조사인력 부족을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 또 제주 4.3위원회의 조사인력이 4백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진실화해위의 외형은 초라하기만 하다.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의 경우 “조사인력이 절대적”
사실 진실화해위 출범 당시부터 전문가들은 위원회의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그런데도 진실화해위와 정부에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깊이있게 다루지 않았다.
이 날 위원장실 점거 직전 집회 현장에서 본지와 만난 이춘열 학살규명범국민위 사무처장은 “군부독재 당시 벌어진 의문사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소위원회(진실화해위 내 인권침해규명소위)의 ‘권한’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나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을 다루는 소위원회(집단희생규명소위) 조사의 경우는 사건의 방대성을 감안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사인력’”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이 사무처장은 “의문사 조사의 경우 ‘권한→전문성→조사인력’ 순으로 해야하고,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 조사의 경우는 정반대로 ‘조사인력→전문성→권한’ 순으로 위원회가 재편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연말에나 조사인력 증원 시행령 개정 논의? 내년 대선 국면에서는 어림도 없다”
따라서 해법은 조사인력 증원을 골자로 하는 진실화해위 시행령의 개정에 있다. 그러나 이 날 송 위원장과 유족 면담에서도 재연됐듯이 진실화해위 측은 신청 접수 마감 기한인 올 11월까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 날 송 위원장과의 면담에 참석한 학살규명범국민위측에 따르면 송 위원장은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된다”며 “1년 동안 진행한 뒤에 검토해보자는 대통령의 약속도 있고, 11월 말 신청접수가 끝난 뒤에 보다 정밀한 조사수요가 나올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조사인력 증원이 포함된 시행령 개정은 12월 이후에 추진하겠다”고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같은 위원회측의 태도에 대해 학살규명범국민위측은 “너무나 안일한 태도”라며 위원회를 비난했다. 이춘열 사무처장은 “결국 시행령 개정안을 올 연말 검토해 보고 내년 상반기 중에나 추진해 보자는 말인데, 대선 정국이 절정에 달해 있는 그 시기에 어떤 대선 후보가 공무원 수 증가를 입에 담겠냐”고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따라서 학살규명범국민위를 비롯한 유족들은 조사관 증원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이 올해 안으로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더 이상의 위원회 조사인력 증원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민주화 운동 386들 자기들 문제에는 그렇게나 열을 내더니...”
한편 이같은 위원회측의 소극적 태도와 정부의 의지 부족에 대해 이 사무처장은 현 집권세력인 386세력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이 사무처장은 “군부독재 시절에서 자행된 각종 의문사 문제에 있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언론홍보도 열심히 하고 또 조사도 열심히 하지 않냐”며 “반면 우리같은 일반 시민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학살된 문제에서는 과거사법에 끼워넣기식으로 통과만 시켜놨지 위정자들의 진정성을 읽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직접적으로 386세력을 겨냥하며 “그네들이 훈장처럼 사용하는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의문사 문제에는 저렇게 열심히 달려들면서...”라고 씁쓸함을 표시했다.
진실화해위의 활동 기한은 4년이며 2년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의 인력 1백80명, 특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학살 문제를 조사하는 집단희생소위원회 인력 40여명으로는 "관련기록을 읽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 사무처장은 “조사인력 증원을 골자로 한 위원회 차원의 시행령 개정안을 올 연말까지 수립하겠다는 계획표를 받지 못하는 한 위원장실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겠다”며 “그만큼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40만명에 달하는 민간인 집단 학살 유족들에게 절실한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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