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산업 '1세대 대부'인 장흥순 전 터보테크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벤처산업 육성 통한 국가경제 발전 공헌 등 고려"

서울고법 형사9부(김용호 부장판사)는 7일 회삿돈을 담보로 유상증자를 위한 대출을 받고 수백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특경가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장흥순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장씨가 개인명의로 대출을 받은 것은 회사의 필요자금을 용이하게 마련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돈을 갚지 못하게 된 것도 주가폭락인 점 등에 비춰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빼돌린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 장씨가 터보테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 주주 및 채권자, 언론계, 종교계, 학계 등에서 석방을 탄원하고 있는 점, 그동안 벤처산업육성 등 사회공헌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점, 혐의 사실을 모두 시인하고 있는 점에 비춰 징역 2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은 부당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장씨는 지난 99∼2000년 유상증자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 위해 회사 예금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7백61억원 상당의 배임행위를 하고, 2000년 1월 보관 중이던 회삿돈 50억원을 자신의 대출금 상환에 쓴 혐의, 2001~2004회계연도 보고서와 2005회계연도 상반기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7백억원대 회계 분식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코스닥기업으로 대표적인 벤처기업으로 꼽히는 터보테크는 분식회계 발생 이후 작년10월 18일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 두달여간 실사를 거친 끝에 공동채권단이 채무원금 3백20여억원에 대해 3년동안 원금 상환 요구를 유예하기로 결정하는 등 회생작업이 진행중이다.

또 지난 7월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유철환)가 김모씨 등 소액주주 26명이 터보테크와 장흥순 전 대표, I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터보테크와 장씨는 원고들에게 7억 2천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뒤 지난달 28일 소액주주 이모씨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액주주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