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들, 모멸감보다 불편함 택한다”
민주노동당 ‘성전환자 인권실태 조사 보고서’ 발간
“성전환자들은 신분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신분등록상의 성별과 현재 살아가고 있는 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되는 불심검문.여권.은행업무.운전면허 등에서 모멸감보다는 편안함을 선택한다. 타인의 폭력적인 시선을 느끼면서 견뎌야하는 모멸감보다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선택하는 것이다.”
성전환자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실태 보고서가 공개됐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와 노회찬 의원실, 성전환자인권연대로 구성된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기획단’은 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성전환자 인권실태 보고대회’를 열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전환자들은 우선 자신의 성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특히 성전환자들은 법제도상의 상황을 맞닥뜨릴 때 타인의 이름을 대거나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것은 만들지 않기 위해 항상 긴장하는 성전환들이 많았다.
김모씨(34)는 “2004년도 사기를 당해 1억 5천만원 정도 피해를 봤지만 내 이름으로 고소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신모씨(48)와 박모씨(34)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내보이지 않기 위해 피하다가 더 어려운 상황을 맞았고 결국 박모씨는 응급조치 과정에서 몸이 발각되면서 지인들과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병역.취업.인간관계에서 차별적인 사회적 시선에 고통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사람은 병역 문제에서 갈등을 겪었다. 이들은 군대에 들어가면 끊임없이 자신의 자질이나 성정체성을 의심받고 언어적 폭력, 멸시, 비난,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박모씨(22)는 “어떤 높은 사람이 있었는데 ‘너는 왜 남자를 좋아햐나, 남자새끼가’라고 말한적도 있다. 결국 그 이후로 군대를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성전환자들은 정상적인 구직활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답지 못한 여성’, ‘여성의 외모를 갖추지 못한 여성’으로 취급되면서 서류면접은 통과하지만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아무리 많은 면접을 봐도 채용이 되기 어렵다, 생물학적인 성으로도, 자신이 스스로 인식하는 성으로도 취업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형성하고 대부분 채용과정이 까다롭지 않은 배달이나 서빙 등 일부 제한된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경우도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성으로 취업을 시도할 때는 튀는 외모가, 여성으로 취업할 때는 키와 골격 등 남성적 육체의 흔적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성전환자들은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는데 ‘불완전한 외모’가 장애로 작용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성전환 수술을 희망하는데 이르렀다.
하지만 성전환수술은 기본적인 난소.정소 제거 수술에만 평균 3백33만원이 들고 성기성형수술의 경우는 1천3백90만원의 고비용이 들어간다.
기획단은 “이 같은 고비용과 성전환에 대한 강박관념은 성전환자들이 성산업의 공간, 성매매의 공간으로 유입되는 계기를 만든다”며 “내가 인식하는 성으로 인정받고 살 수 있는 길이 있고 그 길을 가기 위한 방법도 이미 제시되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획단의 보고서와 그 안에 포함된 증언내용은 성전환자 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층 두드러진다.
기획단 “성전환자, 유흥업소 종사자.학업중도 포기자 많아”
조사 결과, 응답자의 79.5%(62명)가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형별로 보면 유흥업소 종사자나 공연예술인이 34.6%(27명)로 가장 많았고 공장노동자가 7.7%(6명), 개인택시나 가게운영(6.4%)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직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학업과 관련해서는 중도포기자가 21명에 달했다. 이들 대다수는 ‘선생님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차별(5명)’했거나 ‘친구들의 놀림과 따돌림(3명)’때문이거나 ‘교복이 입기 싫어서(3명)’였다. 성별정체성의 혼란과 이에 대한 주변의 차별적인 시선이 학업을 포기했던 주요 이유였던 셈이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성전환자를 둘러싼 쟁점, 한국사회 성전환자 현황, 성전환자의 삶, 성전환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사회정책의 모색 등 총 5장 2백 쪽 분량으로 구성됐고 특히 성전환자들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통계나 현황 이면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분석해냈다.
기획단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성전환자 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이들 중 38명과는 개별접촉을 통해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지난 4월에 구성된 기획단의 문헌조사, 실태조사와 분석작업을 거쳐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9월 정기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될 ‘성전환자 성별변경 등에 관한 특례법(안)’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9월 정기국회 ‘성별변경 특례법’ 입법 추진
지난 2005년 10월부터 민주노동당 성수자위원회를 중심으로 입법 제정이 추진돼왔던 특례법은 ▲성전환자들의 호적변경 허용 ▲성별 변경과 관련한 개인 정보 보장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획단은 “현행법에 의해 성전환자들의 호적상 성별 변경이 어렵고 사회활동에도 불편함을 겪게 되는 것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소수자보호의 원리에도 배치된다”며 “성별 변경 인정과 이와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를 통해 성전환자에 대한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대표발의에 나설 노회찬 의원도 이날 보고대회에서 “이번 실태조사는 성전환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우리사회가 야만에서 문명의 문턱을 넘었는지는 성별변경 특례법의 처리 과정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까지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을 법제도로 보장하는 나라는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네델란드, 터키,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영국, 일본, 미국, 캐나다, 오스트렐리아, 덴마크, 핀란드, 벨기에 등 총 15개국이다.
이밖에도 노르웨이, 스위스, 중국 등은 행정권한으로 성별변경을 인정하고 있다.
성전환자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실태 보고서가 공개됐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와 노회찬 의원실, 성전환자인권연대로 구성된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기획단’은 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성전환자 인권실태 보고대회’를 열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전환자들은 우선 자신의 성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특히 성전환자들은 법제도상의 상황을 맞닥뜨릴 때 타인의 이름을 대거나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것은 만들지 않기 위해 항상 긴장하는 성전환들이 많았다.
김모씨(34)는 “2004년도 사기를 당해 1억 5천만원 정도 피해를 봤지만 내 이름으로 고소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신모씨(48)와 박모씨(34)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내보이지 않기 위해 피하다가 더 어려운 상황을 맞았고 결국 박모씨는 응급조치 과정에서 몸이 발각되면서 지인들과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병역.취업.인간관계에서 차별적인 사회적 시선에 고통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사람은 병역 문제에서 갈등을 겪었다. 이들은 군대에 들어가면 끊임없이 자신의 자질이나 성정체성을 의심받고 언어적 폭력, 멸시, 비난,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박모씨(22)는 “어떤 높은 사람이 있었는데 ‘너는 왜 남자를 좋아햐나, 남자새끼가’라고 말한적도 있다. 결국 그 이후로 군대를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성전환자들은 정상적인 구직활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답지 못한 여성’, ‘여성의 외모를 갖추지 못한 여성’으로 취급되면서 서류면접은 통과하지만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아무리 많은 면접을 봐도 채용이 되기 어렵다, 생물학적인 성으로도, 자신이 스스로 인식하는 성으로도 취업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형성하고 대부분 채용과정이 까다롭지 않은 배달이나 서빙 등 일부 제한된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경우도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성으로 취업을 시도할 때는 튀는 외모가, 여성으로 취업할 때는 키와 골격 등 남성적 육체의 흔적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성전환자들은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는데 ‘불완전한 외모’가 장애로 작용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성전환 수술을 희망하는데 이르렀다.
하지만 성전환수술은 기본적인 난소.정소 제거 수술에만 평균 3백33만원이 들고 성기성형수술의 경우는 1천3백90만원의 고비용이 들어간다.
기획단은 “이 같은 고비용과 성전환에 대한 강박관념은 성전환자들이 성산업의 공간, 성매매의 공간으로 유입되는 계기를 만든다”며 “내가 인식하는 성으로 인정받고 살 수 있는 길이 있고 그 길을 가기 위한 방법도 이미 제시되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획단의 보고서와 그 안에 포함된 증언내용은 성전환자 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층 두드러진다.
기획단 “성전환자, 유흥업소 종사자.학업중도 포기자 많아”
조사 결과, 응답자의 79.5%(62명)가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형별로 보면 유흥업소 종사자나 공연예술인이 34.6%(27명)로 가장 많았고 공장노동자가 7.7%(6명), 개인택시나 가게운영(6.4%)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직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학업과 관련해서는 중도포기자가 21명에 달했다. 이들 대다수는 ‘선생님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차별(5명)’했거나 ‘친구들의 놀림과 따돌림(3명)’때문이거나 ‘교복이 입기 싫어서(3명)’였다. 성별정체성의 혼란과 이에 대한 주변의 차별적인 시선이 학업을 포기했던 주요 이유였던 셈이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성전환자를 둘러싼 쟁점, 한국사회 성전환자 현황, 성전환자의 삶, 성전환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사회정책의 모색 등 총 5장 2백 쪽 분량으로 구성됐고 특히 성전환자들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통계나 현황 이면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분석해냈다.
기획단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성전환자 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이들 중 38명과는 개별접촉을 통해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지난 4월에 구성된 기획단의 문헌조사, 실태조사와 분석작업을 거쳐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9월 정기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될 ‘성전환자 성별변경 등에 관한 특례법(안)’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9월 정기국회 ‘성별변경 특례법’ 입법 추진
지난 2005년 10월부터 민주노동당 성수자위원회를 중심으로 입법 제정이 추진돼왔던 특례법은 ▲성전환자들의 호적변경 허용 ▲성별 변경과 관련한 개인 정보 보장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획단은 “현행법에 의해 성전환자들의 호적상 성별 변경이 어렵고 사회활동에도 불편함을 겪게 되는 것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소수자보호의 원리에도 배치된다”며 “성별 변경 인정과 이와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를 통해 성전환자에 대한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대표발의에 나설 노회찬 의원도 이날 보고대회에서 “이번 실태조사는 성전환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우리사회가 야만에서 문명의 문턱을 넘었는지는 성별변경 특례법의 처리 과정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까지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을 법제도로 보장하는 나라는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네델란드, 터키,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영국, 일본, 미국, 캐나다, 오스트렐리아, 덴마크, 핀란드, 벨기에 등 총 15개국이다.
이밖에도 노르웨이, 스위스, 중국 등은 행정권한으로 성별변경을 인정하고 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