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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 대표도 면피성 발뺌으로 일관

"5시간 계속하면 2백배 나올 수도", 연타기능 시인

30일 ‘바다이야기’ 제조ㆍ판매업체인 ‘에이원비즈’와 ‘지코프라임’에 대한 첫 공판에 이어 31일에는 ‘황금성’ 개발ㆍ판매업체인 ‘미지아이엔지’와 ‘현대코리아’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황금성' 관련 피의자들 역시 전날 '바다이야기'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오락기를 개ㆍ변조해 사행성을 조작했다는 검찰의 공소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전 날 바다이야기 첫 공판에서 피의자들이 오락기 내 ‘메모리 연타’ 기능이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처럼, 이 날 황금성 피의자들 역시 "메모리 연타 기능이 있다"고 시인했다.

오락기 개ㆍ변조 혐의 부인하면서도 메모리 연타 기능은 인정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노태악 판사는 31일 중앙지법 526호 법정에서 `황금성' 오락기 판매사 현대코리아 공동대표인 이 모(51)씨와 이 씨의 부인이자 황금성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액티브맥 대표 김 모씨, 그리고 황금성 프로그램을 제작한 미지아이엔지 대표이사 이 모씨 등 6명의 피의자에 대한 첫 심리를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해 3월 24일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과한 성인용 오락기 황금성이 애초 영등위 등급분류 기준인 1회 게임시 최고당첨금액 2만원을 1백배 초과하는 2백만원까지 당첨되도록 오락기를 불법으로 개ㆍ변조한 사실이 있느냐”고 공소 내용을 밝혔다.

그러나 황금성 오락기를 개발한 미지아이엔지 대표 이 모씨는 “영등위 심의 내용대로 1회 게임당 최고 2만원만 나오도록 했다”며 오락기 개ㆍ변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황금성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개발한 고 모 프로그램팀장 역시 “1회 게임에는 2만원이 최고”라며 “영등위 심의 기준대로 개발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검찰이 “오락기 내부기억장치에 당첨금이 누적되도록 메모리 연타 기능을 심었다”고 추궁하자 미지아이엔지 대표 이 씨는 “확률시스템에 의한 메모리 연타 기능은 있다”고 인정했다. 프로그램팀장인 고 씨 역시 “메모리 연타는 가능하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1회게임에 당첨금이 (영등위 1회 2만원 기준보다) 2백배까지 초과할 수는 없다”며 오락기 개ㆍ변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다만 이 씨는 “5시간 이상 (오락을 하며) 앉아있으면 당첨 누적금액이 1백배든 2백배든 확률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램팀장 고 씨는 그러나 “그렇다해도 그만한 누적금액이 누적돼 나오려면 계속 투입금액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최초투입금액 대비 2백배는 절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 오락기의 '예시' 화면. 예시란 거액의 배당액이 당첨될 것을 게이머들에게 미리 알려줘 게임을 계속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뷰스앤뉴스


“메모리 연타 기능 명백한 불법, 피의자 스스로 혐의 시인한 셈”

이같은 피의자들의 진술에 대해 영등위 심의를 맡은 심의위원들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공판 과정에서 불법으로 오락기를 개ㆍ변조 했음을 스스로 자임한 꼴”이라고 평가했다.

공병철 전 영등위 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만점이 되면 자동으로 상품권이 배출되도록 한 것은 당첨금이 누적돼 고액당첨이 쏟아지지 않도록 사행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면서 “2만점 획득시 상품권이 자동 배출되는 것은 오락기 내부 기억장치인 메모리까지 초기화하도록 규율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 전 위원은 “따라서 2만원 상품권 배출 시 메모리를 초기화 하지 않고, 해당 오락기 내부에 설치된 메모리가 2만점을 초과한 나머지 배당금을 기억(혹은 누적)한 채 게임을 계속하도록 하는, 즉 '메모리 연타' 기능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공 전 위원의 설명을 정리하자면 문제의 메모리 연타 기능이란 예컨대 1회 게임시 30만점을 획득했다고 해도 1회 경품 지급 기준이 2만점(5천원짜리 상품권 4장)이기 때문에 2만점을 초과하는 28만점에 대해서는 상품권이 지급되지 않고 메모리 역시 초기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법 개ㆍ변조 의혹을 낳고 있는 바다이갸기, 황금성 등 사행성 오락기들은 해당 오락기 내부 메모리가 지급되지 않은 나머지 28만점을 모두 기억하게 하여(누적하게 해) 다음 게임에서부터 연타로 계속 배당을 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공 전 위원은 “메모리 자체가 최대 당첨금인 2만점을 넘어가면 초기화 되고 다시 당첨이 안되는 하향곡선으로 가야 정상인데, 연속해서 2만점이 계속 터지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고 그것이 바로 메모리 연타 기능의 속성”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피의자들이 시인한 메모리 연타 기능 그 자체가 영등위 심의 기준을 위반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전 날 바다이갸기 제조업체 에이원비즈 차모 대표 역시 "예시 기능을 통해 좀 더 큰 부분이 맞을 수 있다는 것은 맞다"며 "2만원이 연속적으로 당첨되는 것을 예시하는 것"이라고 진술해 영등위 심의 통과기준을 벗어난 오락기 개ㆍ변조를 스스로 자임한 꼴이 돼 버렸다.

공 전 위원은 “첫 공판에서 이들 게임업체 대표들이 검찰의 공소 혐의를 그대로 시인한 셈인데, 오락기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검찰과 재판부가 아직 이에 대한 이해가 덜 된 것 같다”며 “피의자들의 진술은 앞뒤만 바꾼 말 장난일 뿐 이미 그들 스스로 오락기 개ㆍ변조를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금성, 체포된 김민석 한컴산 회장 연루설 긍정도 부정도 안해

한편 29일 밤 전격 체포된 김민석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회장과 황금성 판매사인 현대코리아측과의 연루설에 대해 이모씨의 부인이자 황금성 유통을 책임진 액티브맥 대표 김씨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체포된 김 회장이 각종 사행성 오락기가 영등위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영등위원들에게 로비를 한 혐의에 대해 집중추궁하고 있는데, 문제의 황금성 또한 영등위 로비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은 현대코리아로부터 오락기 1백50여대를 받고 황금성이 영등위 심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영등위원들에게 청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공판 직후 취재진들은 액티브맥 대표 김 씨에게 진위를 물었으나 김 씨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외에도 검찰은 이 날 첫 공판을 통해 이들 6명의 피의자들이 지난 2월 영상물등급위 소위원회 심의실에서 등급 분류를 신청했던 또 다른 게임기 `극락조`가 이용불가 판정을 받자 이에 불만을 품고 심의실로 몰려가 행패를 부렸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피의자들은 한결같이 "그같은 사실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들은 “검찰 수사기록이 방대하다”며 변호인 반대신문은 다음 기일로 미루기로 했다. 다음 속행 공판은 다음 달 19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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