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상암벌을 이란의 지옥으로 만들었다.

한국은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8차전에서 후반 6분 이란의 쇼자헤이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36분 '캡틴' 박지성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데 힘입어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경기 초반 기성용과 박지성의 활발한 움직임과 이근호와 박주영의 콤비 플레이가 살아나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으나 중반을 지나며 이란의 중거리 슈팅을 앞세운 파상공세에 서서히 주도권을 내줬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양팀은 후반 초반 이란의 선제골로 팽팽하던 균형이 깨졌다. 이란은 전반 2분경 한국에게 결정적인 세트피스 기회를 내줬으나 이를 잘 넘긴 뒤 후반 6분경 한국 진영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한국의 골키퍼 이운재가 쳐낸 공을 문전쇄도 하던 쇼자헤이의 몸에 맞고 한국의 골문안으로 들어가는 행운의 선제골을 얻어냈다.

선제골을 뽑아낸 이란은 이 골을 지켜내기 위해 시간을 끌며 수세적인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고 한국은 동점골을 터뜨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한국은 후반 12분 박주영이 이란 문전에서 수비수 2명을 제치고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이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데 이어 후반 21분경 역시 박주영의 프리킥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으며 좀처럼 동점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그 때 한국을 구원한 선수는 지난 이란 원정에서 극적인 헤딩 동점골을 터뜨렸던 주장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후반 36분경 이란 페널티박스 왼쪽 외곽에서 이근호와 2대 1 패스를 주고 받은 후 이란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며 그대로 왼발 슈팅을 날려 이란 왼쪽 골망을 흔드는 동점골을 만들어 냈다.

이란의 선수들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고, 이란의 압신 고트비 감독은 이후 벤치에 있던 공격수들을 총동원했으나 더이상의 추가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 소리를 들어야 했다.

주장 박지성의 동점골로 지난 이란 원정에 이어 또다시 승리같은 무승부를 일궈낸 한국은 이로써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8경기 연속 무패(4승4무.승점 16)로 마감했다. 월드컵 3차 예선부터 최종예선까지 14경기 연속(7승7무)를 기록해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 이후 20년 만에 `예선 무패'로 본선에 나가게 됐다.

반면 이란은 최종예선 전적 3승 5무 승점 11점을 기록, 골득실차로 B조 3위로 올라섰다. 이란은 18일 새벽(한국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홈팀 사우디와 북한의 경기에서 북한이 이기거나 사우디가 북한을 큰 점수차로 이기면 마지막 본선행 티켓이 걸린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반면 북한과 사우디가 비길 경우 이란의 월드컵 본선행은 완전히 좌절된다.

이날 한국이 이란과 비김에 따라 사상 첫 남북 동반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북한은 사우디와의 원정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본선 직행에 성공,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남북한이 나란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