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트릭'에 대반격, "좀비들 없애야"
소로스-마요-워시 "은행부실, 대공황 때보다 심각하다"
"미국 은행들이 입은 손실이 대공황 때보다 크다."
앞은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 퀀텀그룹 회장의 말이고, 뒤는 칼리옹증권의 마이크 마요의 말이다. 시가평가 무력화 등을 통해 부실을 은폐하려 하는 월가에 대한 대반격이 시작된 양상이다.
소로스 "시가평가 백지화, 좀비은행들 생명만 연장"
조지 소로스는 6일(현지시간) 작심하고 여러 언론과 릴레이 인터뷰에서 속 보이는 '월가의 트릭'을 질타했다.
소로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가평가 무력화에 대해 "죽어서도 돌아다니는 '좀비'(zombie) 은행들의 생명을 연장하는 혼란스러운 시나리오"라며 "미 경제의 에너지를 약화시켜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로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금융시스템 전체가 기본적으로 지급 불능 상태"라며 미정부의 시가평가 무력화를 통한 좀비은행 구제 시도를 거듭 질타했다. 그는 "지금 만들어낸 상황이 은행들을 궁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겠으나 그렇게 되면 경제가 망가질 것"이라며 "경제를 자극하는 대신 이들 은행들을 존속시킴으로써 이들이 실물경제의 활력인 이익을 빨아들이는 좀비가 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경제가 3분기나 4분기에 회복되리라 보지 않는다. 상당히 장기간의 감속이 불가피하다"며 "높은 인플레와 함께 일본식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로이터 파이낸셜 TV>와의 인터뷰에선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IMF의 특별인출권(SDR)에 내줄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기축통화체제 붕괴를 예견한 뒤, "장기적으로 달러화 말고 다른 국제 회계단위를 갖는 것은 우리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월가와 미정부의 '꼼수'가 미국의 몰락을 가속화시킬 뿐이란 경고였다.
마요 "은행들 손실, 대공황 때보다 심각"
월가의 대표적 'Mr. 쓴소리'인 칼리옹증권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도 "은행들의 손실규모가 대공황 때의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단언하며 은행주들을 서둘러 팔라고 권고했다.
마요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 은행들의 대출 손실 규모가 대공황 때보다 커짐에 따라 결국 정부가 이들을 인수해야 할 것"이라며, 시가평가 무력화에 대해서도 "기대만큼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미국 은행들의 대출손실률이 내년말까지 현재의 2%에서 3.5%로 높아져, 1934년 대공황 당시 최고 대출손실률이었던 3.4%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그는 최악의 경우 대출 손실률이 5.5%에 달할 수 있다면서 이 추세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향후 3년의 손실이 6천억~1조달러에 달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나아가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 상각은 절반밖에 이뤄지지 않았고, 신용카드와 소비자 대출 관련 손실 상각도 3분의 1밖에 이뤄지지 않았다"며 은행 국유화외에는 해법이 없음을 거듭 시사했다.
그는 은행들이 7가지 죄악을 저질러 금융위기라는 형벌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7가지 죄악은 ▲부동산에 대한 폭식(gluttony) ▲대출 성장에 대한 탐욕(greed) ▲고수익률에 대한 욕망(lust) ▲리스크 관리에 대한 태만(sloth) ▲규제에 대한 분노(wrath) ▲신종 수수료에 대한 시기(envy) ▲저자본에 대한 오만(pride)이었다.
워시"미국 가계 부, 지난해에만 18% 격감"
미연준(FRB) 내에서도 반격이 시작됐다.
케빈 워시 FRB이사는 6일 워싱턴에서 열린 투자자 회동에서 "몇분기 안에 괄목할만한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비록 하락세가 둔화되기는 하겠으나 몇분기 안에 견고한 회복세로 반전되기 힘들 것이란 점을 불행히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진정되며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벤 버냉키 미연준 의장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워시는 특히 "미국 가계의 순부(純富)가 지난해 한해 전에 비해 11조달러 줄어 약 18% 감소했다"며 "이는 연간 기준 최대 하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지난 1.4분기에도 7% 가량 추가 하락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다"고 말해, 미국경제 70%를 차지하는 소비경제가 심각한 붕괴 상태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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