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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도대체 얼마나 버나

[김진원의 로펌 이야기] <3> 로펌 변호사 초임 1천만원

기업 관련 사건을 주로 대리하는 로펌들은 수익도 상당하다.

말 그대로 높은 이익을 창출하는 법률회사다. 매출 외형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 못지않은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번다고 말할 수 있다.

링컨 카플란이 세계적인 로펌 '스캐든 압스'에 관해 쓴 <SKADDEN>의 부제에서 '영향력'과 함께 '돈'을 강조한 것은 로펌의 실상을 제대로 꿰뚫어 본 탁견인 것이다. 첨단 법률서비스 제공으로 기업 등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편 이를 통해 여느 기업 못지않은 높은 이익을 내는 프로전문가들의 집단이 로펌이다.

과연 로펌의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외국의 로펌들은 총 매출은 물론 파트너 변호사 1명당 수익, 변호사 1명당 수익 등 로펌의 수익성에 관한 여러 지표를 공개하고 있다.

2004년 세계 2위를 차지한 스캐든 압스의 경우 당시 15억5천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전체 변호사수가 1천7백50명으로, 이 인원으로 당시 매출을 나눠도 변호사 1명당 88만5천여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단히 높은 수익성이라는 게 영미 로펌 업계에 정통한 외국변호사들의 얘기다.

국내 로펌들은 아직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외국 로펌 못지않은 수익성을 내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사건당 수임료에 있어서도 결코 외국 로펌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로펌에 주로 사건을 맡기는 많은 기업체 변호사들의 지적이다.

건당 수십억원하는 사건은 이미 흔한 일이 돼 버렸다. 일각에선 수임료가 이미 1백억원이 넘는 사건도 적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사건 하나하나에 걸린 기업의 이익을 생각하면 이해못할 일도 아니다.

'우리은행'이란 상호의 사용을 둘러싸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9개 시중은행이 맞붙은 상호 분쟁만 해도 양측이 모두 상당한 액수의 변호사 비용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이 분쟁에 걸린 양측의 이해관계가 막중하기 때문이다. 김&장 법률사무소와 특허 전문인 법무법인 다래가 우리은행을, 법무법인 화우가 9개 시중은행을 대리하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분쟁 2라운드가 진행중인데, 우리은행이 '우리은행' 브랜드를 개발하는 데만 수백억원의 돈을 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얼마 전 마무리된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때도 상당한 액수의 수임료가 건네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사건은 특히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대표였던 법무법인 지평이 하이트를 대리해 더욱 유명해졌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 강금실 후보는 그가 파트너로 있던 법무법인 로펌의 수익을 공개하라는 야당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연합뉴스


딜의 규모가 커지고, 기업의 사활이 걸린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이들 사건을 도맡아 처리하는 국내 로펌들의 매출도 비례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로펌의 수익을 얘기할 땐 파트너 변호사 1명당 수익을 주목해야 한다. 총 매출 보다도 이 지표가 더욱 중요하게 취급된다. 인적 회사인 로펌의 특성상 배당까지 마친 파트너 변호사의 연 수익만큼 로펌의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파트너 변호사란 로펌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종의 주주변호사다. 로펌의 주인이다. 매달 일정액을 받아가는 한편 결산 결과 이익이 나면 지분에 따라 분배도 받는다. 손실이 나면 반대로 자신의 몫만큼 뱉어내야 한다. 국내 법무법인에선 구성원 변호사라고 부른다.

이에 비해 지분이 없이 매달 일정액의 급여만 받는 변호사를 어소시엣 변호사(associate lawyer)라고 부른다. 국내 법무법인의 소속변호사가 이에 해당된다.

미국 최고 수준의 로펌의 경우 파트너 변호사의 연봉이 평균 2백만달러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엄청난 액수의 연봉이 보장되는 미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법학도와 어소시엣 변호사들이 꿈으로 일컫는 매력적인 자리. 그러나 파트너에 오르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많은 어소시엣들이 파트너가 안 돼 로펌을 떠난다고 한다.

국내 로펌의 경우 파트너가 되는 게 미국처럼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로펌들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많이 받지 못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으나, 일류 로펌의 경우 외국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뺨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한다.

지금부터 약 1년여 전이다. 2004년의 로펌별 세금 신고 내역이 업계에 나돈 적이 있었다.

비공식 자료이긴 하지만, 각 로펌의 사정을 제대로 반영한 의미있는 자료로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에 따르면, 수익성이 거의 최고인 한 로펌의 경우 대략 변호사 1명당 6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로펌은 그렇게 규모가 큰 대형 로펌은 아니었다. 또 그때만 해도 자문 업무보다는 송무를 많이 해 온 이른바 송무 중심의 로펌이었다.

송무란 법원에 제기되는 민, 형사 소송과 관련된 일을 가리키는 말이며, 자문은 채권과 증권 발행, 프로젝트 파이낸싱, 국내외 투자, 기업 인수 · 합병(M&A) 등 기업활동과 관련해 법적 자문을 제공하는 일을 의미한다.

물론 대형 로펌중에도 이 정도의 수익성을 낸 로펌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로펌들은 변호사 1명당 매출이 이보다 떨어졌다. 이는 또 어소시엣 즉, 소속변호사 수가 포함돼 집계된 통계였다.

무슨 애기냐 하면 이 내용을 잘 분석하면 국내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의 평균 매출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 변호사 수를 곱해 로펌별 전체 매출을 추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물론 수익성이 이보다 떨어지는 로펌은 총 매출도 줄어들수 밖에 없다.

파트너 변호사대 어소시엣의 비율이 평균 1대2 라고 치자. 파트너 변호사가 어소 2명을 지휘하니까 변호사 1명당 매출이 6억원이라면 파트너 변호사 1명이 연간 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고정급이 원칙인 어소 2명의 연봉과 사무원과 여직원 급여, 임대료 등 운영비 분담액을 빼면 파트너 변호사 1명의 순수한 연 매출을 알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어소 2명의 연봉이 1인당 1억2천만원씩 2억4천만원이라고 하면, 기타 비용을 공제하더라도 줄잡아 십수억원이 파트너 변호사 차지라는 셈이 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이 그렇다는 얘기다. 파트너 변호사들은 변호사마다 지분이 다르다. 때문에 지분이 많은 고참변호사나 대표변호사 등의 경우는 돌아가는 몫이 이보다도 훨씬 많을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도 로펌의 파트너 또는 대표변호사중엔 꽤 많은 수익을 내는 변호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일벌에 해당하는 로펌의 어소시엣 변호사들도 급여가 적지 않다. 로펌마다 다르지만, 일류 로펌에 입사한 신참변호사의 경우 초임이 거의 세전 1천만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파트너가 될 때까지 매년 급여가 인상되는 게 보통이다.

금융 관련 업무를 많이 처리하는 한 중소로펌은 지난해말 사법연수생을 상대로 변호사 채용 공고를 내면서 초임을 공개했다. 세전 월 8백30만원. 3년간 군법무관 근무를 마치고 입사하는 3기수 위의 초임변호사에겐 월 9백60만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그러나 업무 성과에 따라 상당한 액수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로펌에 따라 어소의 보수체계도 파트너 변호사의 그것과 비슷해지고 있다.

잘 나가는 로펌일수록 파트너에서 어소에 이르기까지 높은 매출에 이은 고배당, 고수익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김진원 리걸타임즈 대표

댓글이 3 개 있습니다.

  • 0 0
    윗 댓글

    일반화라하면 되지 영어는 ㅋㅋ

  • 14 25
    고시생

    열심히 메모해 갑니다
    로펌의 파트너변호사가 법대생들의 꿈이란 말이군요. 프로선수들처럼 거금을 벌 수 있다니 놀랍고. 저희같은 지망생들에게 자극이 될겁니다.

  • 28 22
    로펌

    로펌 수입
    김진원씨, 소설가 하시면 딱 맞겠네요.
    ㅋㅋ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미국은 로펌 몇천군데, 한국은 수십군데 로펌이 있죠. Skadden Arps면 world-wide로 보더라도 top class law firm이고, 김장, 태평양 같은데는 국내에서 최고 수익성이 있는 곳인데, 여기 변호사들 얼마번다 어림잡아 계산하고 로펌변호사들 돈 다 잘번다고 generalize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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