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대리한 세계최대 로펌 '스캐든'
[김진원의 로펌 이야기] <2> 기업 사활 쥐락펴락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국제적인 로펌 '스캐든 압스(Skadden, Arps, State, Meagher & Flom)'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펌이다.
2004년 매출이 15억5천만달러. 전세계 로펌중 2위를 차지했다. 로펌의 순위를 매기는 유력한 지표로 흔히 인용되는 파트너 변호사(partner lawyer) 1명당 연봉도 세계 1위권에 랭크돼 있다.
1948년에 설립돼 1980년대 미국에 불어닥친 기업 인수 · 합병(M&A) 붐을 타고 M&A사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급성장했다. 특히 공격자를 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방어전문로펌으로 유명한 '왁텔 립튼(Wachtell, Lipton, Rosen & Katz)'과 함께 '창과 방패'로 불리며, 당시 M&A 시장을 휩쓸었다고 한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건에서 론스타를 대리해 국내에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로펌이기도 하다.
스캐든을 소개한 책 중에 링컨 카플란(Lincoln Caplan)이 쓴 유명한 책이 있다. 스캐든의 설립과 발전, 활약상을 그려 낸 일종의 회사 전기(firm biography)다. 그러나 박진감있게 전개되는 스캐든 변호사들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를 끈다.
책의 제목은 <SKADDEN>. 그 밑에 'Power, Money, and the Rise of a Legal Empire'라고 기다랗게 부제가 붙어있다. '영향력과 돈, 한 법률제국의 등장' 쯤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가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부제가 눈에 확 들어왔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 말이 던지는 메시지가 줄곧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로펌의 위상과 실체를 적절히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법률제국이라는 표현은 좀 과장일 지 모른다. 특히 영미의 제도를 들여다가 한창 성장과정에 있는 국내 로펌들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로펌의 영향력과 돈에 관한 한 전혀 무색한 표현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자문을 맡은 기업 또는 상대방 기업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로펌이기 때문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분쟁이 일어났을 때 기업을 살릴 수도, 반대로 기업을 송두리째 날려 버릴 수도 있는 게 로펌이다.
로펌을 잘 선정해 적대적 M&A 공격을 막아내는가 하면, 반대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업의 사활이 고도의 전문성으로 무장한 로펌 쓰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적대적 M&A의 타겟이 된 회사를 주로 대리하는 방어 전문 로펌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왁텔 립튼'은 1982년 적대적 M&A의 방어기법중 하나인 'Poison Pill(독이 든 알약)'을 개발한 것으로 더욱 이름이 높다.
이는 회사 정관에 규정을 두어 적대적인 주식 매수가 있을 때 기존의 주주들이 새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하는 장치이다. 그만큼 상대방으로 하여금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선 더 많은 주식을 비싼 가격으로 사게 해 기업 인수를 어렵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역시 M&A에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스캐든은 60년대 후반 아직 M&A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장래에 M&A가 시작되면 자기쪽을 맡아 달라는 조건으로 기업들로부터 예약료(retainer)를 받은 적이 많다고 한다. M&A가 시작되었을 때 상대방 기업이 스캐든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기업들이 일종의 보험료 성격의 수임료를 미리 낸 것이다.
사건을 아직 맡지도 않았는데 먼저 돈을 갔다 주니 얼마나 좋았을까. 70년대 중반까지 이 돈이 스캐든 수입의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콜럼비아 로스쿨의 한 법학 교수는 당시 스캐든을 이끌었던 플롬(Flom) 변호사와 파트너 변호사들이 "열반(Nirvana)에 들었다"고 묘사했다고 카플란은 적고 있다. 로펌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더러 일어나고 있다.
한 굴지의 기업이 전에 국내의 주요 로펌 세 곳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문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아 온 적이 있었다. 비록 수임료는 더 들지만, 이들 쟁쟁한 로펌들을 붙잡고 있으면 쉽사리 회사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들을 동시에 고문 로펌으로 선정한 것이다. 이 회사는 그러나 이후 경영이 악화되는 바람에 법정관리를 거쳐 다른 회사로 넘어갔다.
한 변호사는 "로펌의 영향력은 기업을 넘어 산업 전체에 미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강조한다.
전문화가 깊게 이뤄진 로펌의 경우 변호사들은 대개 업종을 나눠 사건을 맡고 있다. 따라서 한 분야에 정통하다 보면 법률의 개정이나 새로운 실무례의 정립 등을 통해 업종 전체의 진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런 결과도 대개는 개별 기업을 통해 이뤄진다"며 "어느 업계의 리더를 도와주다 보면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2004년 매출이 15억5천만달러. 전세계 로펌중 2위를 차지했다. 로펌의 순위를 매기는 유력한 지표로 흔히 인용되는 파트너 변호사(partner lawyer) 1명당 연봉도 세계 1위권에 랭크돼 있다.
1948년에 설립돼 1980년대 미국에 불어닥친 기업 인수 · 합병(M&A) 붐을 타고 M&A사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급성장했다. 특히 공격자를 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방어전문로펌으로 유명한 '왁텔 립튼(Wachtell, Lipton, Rosen & Katz)'과 함께 '창과 방패'로 불리며, 당시 M&A 시장을 휩쓸었다고 한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건에서 론스타를 대리해 국내에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로펌이기도 하다.
스캐든을 소개한 책 중에 링컨 카플란(Lincoln Caplan)이 쓴 유명한 책이 있다. 스캐든의 설립과 발전, 활약상을 그려 낸 일종의 회사 전기(firm biography)다. 그러나 박진감있게 전개되는 스캐든 변호사들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를 끈다.
책의 제목은 <SKADDEN>. 그 밑에 'Power, Money, and the Rise of a Legal Empire'라고 기다랗게 부제가 붙어있다. '영향력과 돈, 한 법률제국의 등장' 쯤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가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부제가 눈에 확 들어왔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 말이 던지는 메시지가 줄곧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로펌의 위상과 실체를 적절히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법률제국이라는 표현은 좀 과장일 지 모른다. 특히 영미의 제도를 들여다가 한창 성장과정에 있는 국내 로펌들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로펌의 영향력과 돈에 관한 한 전혀 무색한 표현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자문을 맡은 기업 또는 상대방 기업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로펌이기 때문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분쟁이 일어났을 때 기업을 살릴 수도, 반대로 기업을 송두리째 날려 버릴 수도 있는 게 로펌이다.
로펌을 잘 선정해 적대적 M&A 공격을 막아내는가 하면, 반대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업의 사활이 고도의 전문성으로 무장한 로펌 쓰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적대적 M&A의 타겟이 된 회사를 주로 대리하는 방어 전문 로펌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왁텔 립튼'은 1982년 적대적 M&A의 방어기법중 하나인 'Poison Pill(독이 든 알약)'을 개발한 것으로 더욱 이름이 높다.
이는 회사 정관에 규정을 두어 적대적인 주식 매수가 있을 때 기존의 주주들이 새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하는 장치이다. 그만큼 상대방으로 하여금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선 더 많은 주식을 비싼 가격으로 사게 해 기업 인수를 어렵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역시 M&A에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스캐든은 60년대 후반 아직 M&A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장래에 M&A가 시작되면 자기쪽을 맡아 달라는 조건으로 기업들로부터 예약료(retainer)를 받은 적이 많다고 한다. M&A가 시작되었을 때 상대방 기업이 스캐든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기업들이 일종의 보험료 성격의 수임료를 미리 낸 것이다.
사건을 아직 맡지도 않았는데 먼저 돈을 갔다 주니 얼마나 좋았을까. 70년대 중반까지 이 돈이 스캐든 수입의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콜럼비아 로스쿨의 한 법학 교수는 당시 스캐든을 이끌었던 플롬(Flom) 변호사와 파트너 변호사들이 "열반(Nirvana)에 들었다"고 묘사했다고 카플란은 적고 있다. 로펌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더러 일어나고 있다.
한 굴지의 기업이 전에 국내의 주요 로펌 세 곳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문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아 온 적이 있었다. 비록 수임료는 더 들지만, 이들 쟁쟁한 로펌들을 붙잡고 있으면 쉽사리 회사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들을 동시에 고문 로펌으로 선정한 것이다. 이 회사는 그러나 이후 경영이 악화되는 바람에 법정관리를 거쳐 다른 회사로 넘어갔다.
한 변호사는 "로펌의 영향력은 기업을 넘어 산업 전체에 미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강조한다.
전문화가 깊게 이뤄진 로펌의 경우 변호사들은 대개 업종을 나눠 사건을 맡고 있다. 따라서 한 분야에 정통하다 보면 법률의 개정이나 새로운 실무례의 정립 등을 통해 업종 전체의 진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런 결과도 대개는 개별 기업을 통해 이뤄진다"며 "어느 업계의 리더를 도와주다 보면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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