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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스위스와의 '악연 끊기' 도전

<독일월드컵> 세계청소년대회의 악몽, 23일 스위스 승리로 극복 다짐

“어차피 이겨야 하는 경기다. 경우의 수를 따지지 말자고 선수들끼리 다짐했다.”

박주영(FC서울)이 오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와의 마지막 예선경기를 앞두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박주영은 지난 18일 프랑스전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경기 후반 교체투입을 위해 계속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가 상대 미드필더 비에라에게 머리를 걷어 채여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보이자 김상식이 수비보강을 위해 투입되는 바람에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다. 토고전에 이은 잇따른 출전 불발이다.

박주영은 프랑스전에서 뛰지 못해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호가 뜻밖에 부상으로 교체되는 상횡이 벌어져 나갈 수 없었다. 상황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프랑스를 이기진 못했지만 비겨서 기뻤다”고 대표팀 일원으로서의 소감을 밝혔다.

박주영과 스위스의 '악연'

박주영에게 스위스는 '악연(惡緣)'이다.

'축구천재' 박주영은 청소년대표선수로서 지난 2005년 6월 네덜란드 엠멘에서 열렸던 세계청소년대회 첫 경기에서 스위스와 맞대결을 펼쳐본 경험이 있다.

박주영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던 유럽지역 스카우트 10여명이 여러 장비를 갖고 경기장을 찾았다. 유럽 스카우트들은 “박주영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라울과 비슷하다”며 카메라의 초점을 박주영에게 맞췄다. 하지만 박주영의 플레이는 예전 같지 않았다. 초반부터 강한 압박축구를 구사한 스위스에 밀려 박주영은 제대로 패스할 공간을 찾지 못했고 돌파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피 말리는 ‘지옥의 원정’에서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뒤 곧바로 참여한 대회였기에 체력에 한계가 나타났다.

당시 한국팀은 초반에 먼저 한골을 넣었으나 스위스의 강한 압박축구와 반격으로 결국 2-1로 뼈아린 역전패를 당했다. 박주영은 당시 패배후 "이제 이기는 법을 알았다"고 말했으나 좌절감은 컸다. 스위스전이후 박주영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스카우터들의 발길이 뚝 그쳤다. 속으로 키워왔던 유럽 조기진출의 꿈이 좌절된 것이다.

스위스전은 그의 한국대표팀 생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당시 스위스전 현장에는 2002년 히딩크 감독과 함께 월드컵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서 ‘4강 신화’를 일궜고, 그해 다시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 국가대표팀 코치로 부임한 핌 베어벡도 있었다.

베어벡은 훗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해 ‘올해의 아시아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박주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본 박주영과 한국팀의 플레이는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주영은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를 풀어 나가기보다는 찬스가 오기를 기다린다”며 “그것이 과연 월드컵에서도 통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주영은 매 경기 골을 넣고, 또 팬들이 열광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유럽에서 뛰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박주영은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축구천재' 박주영에게 커다란 좌절을 안겨준 스위스와 또다시 운명적 해후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악연' 스위스와의 결전을 기다리고 있는 박주영 선수. ⓒ연합뉴스


박주영, “스위스 수비수들 순발력에 문제 있어”

박주영은 스위스팀 내에 당시 맞대결을 펼쳤던 스위스 선수들에 대해 “공격수들은 잘 모르겠고, 수비수들은 압박이 훌륭하지만 돌아 뛰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밝혀 스위스 수비수들의 순발력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박주영은 또 스위스가 토고를 2-0으로 이긴 경기결과를 보고 실망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경우의 수를 따지지 말고 이기자고 선수들끼리 다짐했다”고 밝혀, 스위스-토고전을 보고 선수들이 사즉생의 비장한 각오를 했음을 보여줬다.

박주영은 “남은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할 것이다"며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특유의 무표정한 어투로 스위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악연'의 고리를 이번에 끊고자 하는 것이다.

조재진, “스위스 선수들의 자만심 이용할 것”

한편 박주영에 이어 기자들 앞에 선 조재진은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스위스의 경기를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스위스는 지난 두 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지키는 축구를 잘하는 것 같다”면서 “골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조재진은 “스위스는 우리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다. 그들의 그 자만심을 이용하겠다”며 스위스 선수들의 심리적 안이함을 공략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 날 경기장에는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을 이끌던 김호 전 국가대표감독이 훈련장을 찾아 우리 대표선수들의 훈련모습을 지켜보며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조재진 ⓒ뷰스앤뉴스
레버쿠젠=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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