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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유의 '77만 철야 응원'

<독일월드컵> 지쳐가던 응원단, 박지성 동점골에 환호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16강 운명을 건 한 판. 붉은악마들은 새벽 경기에도 불구하고,서울 광화문 10만명, 서울광장 8만명, 상암월드컵 경기장 6만명 등 서울에서만 25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거리에서 밤을 지샜다.

또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6만명, 대전 월드컵경기장 3만명,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 4만명, 제주종합경기장 1만5천명 등 전국에서 약 77만명(경찰청 추산)의 시민들이 거리응원전에 투입됐다.

세계 초유의 전국 77만 '철야 응원'

서울 광화문 사거리는 지난 1차전 토고전 때와는 달리, 경기시간이 임박해오자 차량이 통제되고 10만여명의 거리응원 시민들이 도로 위에 앉아 응원전을 벌였다. 광화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부터 시작된 거리응원 인파는 광화문 4거리를 넘어 코리아나호텔 앞까지 붉은 악마들의 차지였다.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뜨린 박지성. 대형 광고판에 박지성의 얼굴이 붙어있는 건물 앞에서 붉은악마들은 환호했다 ⓒ김동현


특히 이 날 광화문 거리응원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앞에 모인 시민들은 전날 오후 늦게부터 각 응원장소로 달려와 ‘철야 응원’에 나서는 등 그 어느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붉은 악마의 열정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광화문 4거리에 운집한 응원단들은 광화문 4거리 곳곳에 사방에 배치돼 있던 대형 전광판을 통해 360도 각도로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다. 10만 거리응원 인파는 전광판을 통해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애국가를 따라부르며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윽고 경기시작 휘슬이 울리자 세종문화회관 쪽에서 대형 폭죽이 쏘아올려지는 등 곳곳에서 폭죽이 터뜨려지며 거리응원 분위기를 달궜다.

그러나 시작은 좋지 못했다. 전반 9분만에 프랑스 스트라이커 앙리에게 선전골을 내주자 붉은 악마들은 어리둥절한 나머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괜찮아, 괜찮아” 구호가 터져나왔고 어느 덧 붉은 악마의 구호는 “대한민국”에서 “괜찮아, 괜찮아”로 바뀌었다.

주심의 경기시작 휘슬이 울리자, 세종문화회관 쪽에서 대형 폭죽이 쏘아올려지며 축제를 알렸다 ⓒ김동현


우리팀이 전반을 0:1로 뒤진 채 끝나자, 시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화장실을 가는 인파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먹거리가 있는 노점상을 찾기 바빴다. 한편 철야 응원으로 지친 시민들은 도로위에서 잠시 단잠을 청하는 등 저마다 하프타임 동안 분주한 모습이었다.

후반 들어서도 좀처럼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붉은 악마들은 점점 지쳐갔다. 후반 30분이 넘어서자 곳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졸린 모습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띠었고, 응원 소리도 점점 작아져갔다.

그러나 패색이 짙던 후반 36분, 박지성이의 기적같은 동점골이 터져나오자 광화문은 순식간에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지쳐 졸고있던 일부 붉은 악마들도 모두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지성, 대한민국”을 외쳤다.

결국 우승후보 프랑스와 무승부로 비기자 광화문 4거리의 10만 인파들은 탄성을 자아내며 곳곳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승리아닌 승리’를 자축했다.

전반 9분만에 프랑스 앙리에게 선전골을 뺏기자 한 시민은 안타까운 마음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김동현


이 날 거리응원 후 시민들은 지난 토고전처럼 승리에 취해 경기 후 도로변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 무질서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쓰레기 역시 지난 번 경기 때보다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도로변과 지하철 내에 쓰레기가 범람하는 등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재연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한국팀을 상징하는 호랑이 문양을 얼굴에 그려넣은 붉은 악마 ⓒ김동현


10만 붉은 악마는 프랑스전이 있던 19일 새벽,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김동현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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