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체제' 출범 1년...내부의 '상대적 박탈감'은?
직원들 "소 잃고 외양간 안고치고 소 기강 잡는다"
LG화학이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이 리튬배터리 기술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일 국내에서 LG화학에 대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영업비밀 침해가 전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방이 치열하다.
소송의 쟁점은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을 겨냥해 LG화학의 인력을 빼갔느냐는 것.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전 분야에 걸쳐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우리가 빼 온 것이 아니라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자 스스로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는 ITC 등이 이미 조사에 착수한만큼 머지 않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 문제는 LG화학에서의 '직원 이탈'이 이미 수년 전부터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돼 왔었다는 사실이다.
LG화학 CEO였던 박모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인력 유출의 심각성을 지적하자 "꼭 필요한 사람들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으나, 5월 소송 제기때는 LG화학이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고 주장해 이직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LG화학의 한 이직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소송의 내용은 마치 SK이노베이션과 이직자가 사전공모를 해 조직적으로 정보를 빼돌려 이용했다는 어감인데, 이직자들을 산업스파이로 묘사하는 부분은 모욕감을 넘어선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이 아닌 다른 회사까지 포함한다면 (이직자가) 수백명이 넘으리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퇴사하는지 먼저 본질을 바라봐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LG그룹 직원게시판에도 경영진이 '흔들리는 직원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LG화학의 한 현직 직원은 지난달말 그룹 최고 수뇌부를 향해 "정신 단디 차리래이...소 잃고 외양간 안고치고 소 기강 잡는다는 소리 말거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사람이 열받아 불타오르는 '인화' 같은 소리 입밖에 내지 말그래이...밖에서 친구 만나면 회사 자랑 한마디 못하고 술만 먹는데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에스케이 갈라꼬 화학아들 다 미친듯이 이력서 쓴데이. 전자아들은 모비우스 간다코 다 미친듯이 이력서 쓴데이...직원들이 느끼는 회사에 대한 불만은 과반을 훌쩍 넘어 80~90 된데이"라며 "직원들 말 새겨들어야 산데이, 정신 바짝 챙기래이"라고 경고했다.
이 글에는 "공감이 가서 너무 슬프다", "모두 다 팩트라서 소름 돋았다",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슬프지만 100프로 공감. 상대적 박탈감이 괴롭네요", "좋아졌으면 좋겠다...그냥" 등의 댓글이 줄줄이 붙었다.
지난 20일은 고 구본무 회장 타계 1주기였다. LG그룹은 '구광모 체제' 출범 1년만에 그룹의 전투력이 높아졌다고 자평한다. 삼성전자, SK 등 앞선 경쟁자들과 정면승부, 법정소송 등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아직도 '상대적 박탈감'이 커보인다. 물론 박탈감 문제를 단기간에 해소하기란 힘들다. 근원적으로 사세가 크게 확장됐을 때에만 해소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 잃고 외양간 안고치고 소 기강 잡는다"는 불만이 안에서 터져나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소통 부재'가 심각하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젊은 구광모 회장(41)'이 풀어야 할 최우선 선결과제가 아닌가 싶다.
소송의 쟁점은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을 겨냥해 LG화학의 인력을 빼갔느냐는 것.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전 분야에 걸쳐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우리가 빼 온 것이 아니라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자 스스로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는 ITC 등이 이미 조사에 착수한만큼 머지 않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 문제는 LG화학에서의 '직원 이탈'이 이미 수년 전부터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돼 왔었다는 사실이다.
LG화학 CEO였던 박모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인력 유출의 심각성을 지적하자 "꼭 필요한 사람들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으나, 5월 소송 제기때는 LG화학이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고 주장해 이직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LG화학의 한 이직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소송의 내용은 마치 SK이노베이션과 이직자가 사전공모를 해 조직적으로 정보를 빼돌려 이용했다는 어감인데, 이직자들을 산업스파이로 묘사하는 부분은 모욕감을 넘어선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이 아닌 다른 회사까지 포함한다면 (이직자가) 수백명이 넘으리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퇴사하는지 먼저 본질을 바라봐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LG그룹 직원게시판에도 경영진이 '흔들리는 직원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LG화학의 한 현직 직원은 지난달말 그룹 최고 수뇌부를 향해 "정신 단디 차리래이...소 잃고 외양간 안고치고 소 기강 잡는다는 소리 말거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사람이 열받아 불타오르는 '인화' 같은 소리 입밖에 내지 말그래이...밖에서 친구 만나면 회사 자랑 한마디 못하고 술만 먹는데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에스케이 갈라꼬 화학아들 다 미친듯이 이력서 쓴데이. 전자아들은 모비우스 간다코 다 미친듯이 이력서 쓴데이...직원들이 느끼는 회사에 대한 불만은 과반을 훌쩍 넘어 80~90 된데이"라며 "직원들 말 새겨들어야 산데이, 정신 바짝 챙기래이"라고 경고했다.
이 글에는 "공감이 가서 너무 슬프다", "모두 다 팩트라서 소름 돋았다",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슬프지만 100프로 공감. 상대적 박탈감이 괴롭네요", "좋아졌으면 좋겠다...그냥" 등의 댓글이 줄줄이 붙었다.
지난 20일은 고 구본무 회장 타계 1주기였다. LG그룹은 '구광모 체제' 출범 1년만에 그룹의 전투력이 높아졌다고 자평한다. 삼성전자, SK 등 앞선 경쟁자들과 정면승부, 법정소송 등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아직도 '상대적 박탈감'이 커보인다. 물론 박탈감 문제를 단기간에 해소하기란 힘들다. 근원적으로 사세가 크게 확장됐을 때에만 해소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 잃고 외양간 안고치고 소 기강 잡는다"는 불만이 안에서 터져나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소통 부재'가 심각하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젊은 구광모 회장(41)'이 풀어야 할 최우선 선결과제가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