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구속수감된 김승연 한화그룹회장이 영장실질심사때 쇠파이프 등을 휘두른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는 김 회장이 쇠파이프뿐 아니라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했다고 적시돼 있어 앞으로 재판과정에 치열한 진실게임을 예고하고 있다.

12일 김 회장에게 발부된 구속영장에 따르면, 김 회장은 3월 8일 오후 10시께 경기도 성남시 청계산 빌라 신축공사장에서 피해자들을 무릎을 꿇려 놓고 30여분간 감금한 상태에서 조모씨와 김모씨의 머리와 목에 전기봉으로 각 1회씩 전기 충격을 가했다.

김 회장은 또 "네가 내 아들을 때렸냐"며 주먹과 발로 얼굴 등 조씨의 온 몸을 수회 때리고 150㎝ 길이의 쇠파이프(금속성 건축자재)로 등을 1회 때렸으며 김씨와 정모씨, 다른 조모씨 등 피해자들의 얼굴을 주먹과 발로 10여회 이상 때렸다고 영장에 적시돼 있다.

또한 영장에 따르면, 김 회장은 청담동 G주점에서 피해자들을 만난 뒤 일행들에게 `태워'라며 피해자들을 차에 태워 청계산으로 이동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또한 청계산에서 북창동 S클럽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내 아들을 때린 놈을 잡아야 되니까 종업원들 한명도 빠짐없이 집합시켜"라고 S클럽 조모(41)사장에게 명령했으며, 아들을 때린 윤모(33)씨를 찾아낸 뒤에는 아들에게 "(네가 맞은 만큼) 너도 한번 때려 봐라"라고 지시했다. 김 회장의 지시를 받은 차남은 윤씨의 왼쪽 눈을 주먹으로 1회 때린 뒤 계속해서 주먹과 발로 약 15회 이상 얼굴과 무릎을 폭행했다.

또 영장에는 김 회장이 아들의 피해사실을 보고 받은 뒤 직접 보복하기로 마음먹고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모(54)씨와 G주점 실질적 사장인 권투선수 출신 장모씨 등과 직간접적으로 범행계획과 역할분담을 모의했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영장 적시 사실에 대해 김 회장은 11일 영장 실질심사에서 청담동 술집과 청계산에 자신이 있었음은 뒤늦게 시인했으나, 손으로 몇대 때렸을 뿐 쇠파이프 등 흉기 등은 사용한 적이 없고 조폭을 동원한 사실도 없다고 강력부인하고 있어 향후 법정에서의 치열한 진실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청담동이나 청계산에 있었던 사실은 경찰의 휴대폰 위치 추적 등을 통해 김회장이 부인할 수 없어 시인했으나, 전기충격기나 쇠파이프 사용 등은 피해자 진술만 있을 뿐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김회장측이 흉기를 사용하고 조폭을 동원했을 경우에는 김회장의 형량이 가중돼 최소 3년형 이상을 살아야 하기에 김회장측은 이같은 혐의를 극구 부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