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열린우리당 존속' 지시
천정배-김근태-정동영 '당 해체파' 질타, 민주당과 통합 반대
노무현 대통령이 연초 탈당한 민생정치모임 등과 4.25 재보선후 당 해체를 주장하는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측에 직격탄을 날리며 열린우리당 존속을 주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과정에 4.25 재보선에서의 민주당-국민중심당 승리를 지역주의의 산물로 규정하고 민주당과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김대중 전대통령 진영과의 향후 한판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盧 "4.25 재보선, 패한 곳은 한나라당 아닌 열린우리당이다"
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브리핑>에 띄운 '정당, 가치와 노선이 중요합니다'란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청와대 브리핑>은 노대통령의 이 글이 재보선 직후인 지난달 27일 작성해 비서실에 검토지시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글의 서두에서 "최근의 우리 정치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기본도 없고, 원칙도 없고, 대의도 없는 듯이 보인다"며 "오로지 대선 승리와 국회의원 선거만을 계산한 얄팍한 처신이 정치판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정치가 다시 불신과 증오의 늪에 빠져 퇴행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의 생각을 말하자고 한다"고 글을 쓴 배경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선 4.25 재보선 결과와 관련, 이를 한나라당이 아닌 열린우리당의 패배로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왜 한나라당의 참패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세 곳 중 지역성이 강한 두 곳에서는 각기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승리하고, 지역성이 강하지 않은 곳에서는 한나라당이 이겼다"며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의 대전서을 당선과 김홍업 민주당후보의 전남 무안-부안 당선을 지역주의 탓으로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화살을 열린우리당 지도부로 돌려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사실상 패배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며 "우리당은 경기도 화성에서 졌다. 다른 지역에선 쌍방간의 합의에 근거한 연대인지 일방적인 연대인지 알 수 없지만, 연대를 한다며 후보도 내지 않았다. 더구나 막상 당선된 사람들은 열린우리당을 우습게 대하니 그야말로 쓰라린 패배를 맛 본 것이다. 대의도 없고 실속도 없는 연대를 한 것이 선거에서 참패한 것보다 정치적으로 더 큰 패배일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국중당 등과 연대를 추진한 열린당 지도부에 대한 질타다.
盧 "탈당한 세력과 탈당 명분 찾고 있는 세력도 책임있어"
노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정세균 지도부에 대해선 "당 지도부는 곤경에 빠진 정당을 수습하기 위해 억지로 짐을 진 사람들"이라며 "게다가 당 한쪽에서는 통합 아니면 당을 나가겠다고 하는 마당에 일방적인 연대라도 안할 수 없었을 것이니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양해를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연초 탈당한 민생모임 등과 당 해체를 주장하는 김근태-정동영 전의장에게 화살을 돌려 "책임을 따진다면 이미 당을 깨고 나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을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지 말지 저울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는 "1년 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이번에는 아예 당을 깨자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었다"며 "말로는 통합을 내세웠으나 실은 당을 깨고 정치구도를 지역으로 재편하여 살길을 찾자는 주장이었다. 대선 승리를 위한 것이라고 내세웠으나 대선이 목적이라면 당을 합치지 않고도 후보 간 연대가 가능한 일이니 굳이 당을 깨자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통합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없이 당부터 깨자고 한 것을 보면 각자 살길을 찾자는 속셈이 아니었는가 싶다"고 거듭 이들을 비난했다.
盧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정치는 실패"
노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기본을 바로잡고 다질 때"라며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 정치의 기본은 원칙과 대의다. 정치에서 후보보다 중요한 게 정당"이라며 열린당 해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정치는 상생과 통합이 아니라 대결과 분열의 정치이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책임있는 행동보다 당부터 깨고 보자는 것은 창조의 정치가 아니라 파괴의 정치"라며 "가치와 노선보다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정치는 선거에서도 역사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글을 끝맺었다.
요컨대 민주당과의 통합 및 민주당 중심의 정계개편론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표명인 셈이다.
<정당, 가치와 노선이 중요합니다>
4·25 재·보궐 선거를 둘러싸고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와 해석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정치현상에 대한 개념규정이나 평가가 잘못되면 정치가 왜곡됩니다.
먼저, 왜 한나라당의 참패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세 곳 중 지역성이 강한 두 곳에서는 각기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승리하고, 지역성이 강하지 않은 곳에서는 한나라당이 이겼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후보, 그리고 지방선거의 무소속 당선자들은 한나라당과 전국적 차원의 경쟁구도를 형성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의 큰 판으로 보면 한나라당은 경기도 화성에서 이겼으니 참패한 선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전국 모든 선거를 석권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참패’라고 하는 것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한나라당이 ‘대한민국 유일당’이 되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전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걱정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사실상 패배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당은 경기도 화성에서 졌습니다. 다른 지역에선 쌍방간의 합의에 근거한 연대인지 일방적인 연대인지 알 수 없지만, 연대를 한다며 후보도 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막상 당선된 사람들은 열린우리당을 우습게 대하니 그야말로 쓰라린 패배를 맛 본 것입니다. 대의도 없고 실속도 없는 연대를 한 것이 선거에서 참패한 것보다 정치적으로 더 큰 패배일 것입니다.
선거 후유증을 겪는 한나라당 처지를 덮어주기 위해서이거나, 비껴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열린우리당 상황을 일방적으로 책망하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 정치권이 본질을 솔직하게 봐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그게 국민들 앞에 책임 있는 모습입니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4·25 재·보궐 선거의 책임을 물을 대상조차 모호한, 기이한 처지에 빠져 있습니다.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대통령은 이미 당에 없으니 대통령 책임을 들고 나오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당 지도부는 곤경에 빠진 정당을 수습하기 위해 억지로 짐을 진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당 한쪽에서는 통합 아니면 당을 나가겠다고 하는 마당에 일방적인 연대라도 안할 수 없었을 것이니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책임을 따진다면 이미 당을 깨고 나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을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지 말지 저울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책임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당장 당이 깨질 판이니, 책임 이야기는 꺼낼 형편도 아닙니다. 마치 솔로몬 재판에서 아기를 내 준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말을 아끼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정치, 참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비록 당적을 정리했지만, 열린우리당이 지금 처해 있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은 정치상황과 맞물려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각 정치세력이 기본을 갖춘 조직을 형성해 건전하게 맞서는 구도가 형성돼야 수준 높은 정책대결이 가능합니다. 그 이전에,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 개혁법안이 표류하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을 견제할 정치세력의 부재에서 기인한 측면이 큽니다. 그래서 드리는 제언입니다.
현재 당 상황이든 재·보궐 선거의 책임이든, 분석이 정확해야 합니다. 진단이 정확해야 적절한 처방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책입니다. 대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대책은 기본을 지키는 것입니다. 끈기 있게 기초체력과 기량을 연마하는 것입니다. 기본이 있어야 전략이 있습니다. 기본이 없으면 전략도 소용이 없습니다.
가장 나쁜 대책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싸우는 것입니다. 운동선수들은 한 번 졌다고 그대로 주저앉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합니다.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체력을 보강하고, 기량을 연마합니다. 그 중에서도 원인의 분석보다는 이후의 훈련에 주력합니다. 책임을 따지고 싸우는 일은 여간해서 하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잘못이 있고 더 좋은 대안이 있을 때에만 합니다.
5년 전 민주당은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패배감에 빠진 당의 주류라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원칙을 팽개치고 정체성도 가능성도 모호한 다른 후보와 접촉하면서 자기들이 선출한 당의 후보를 흔들었습니다. 승리에 급급하여 한 일이겠지만 자칫 그 때문에 승리를 놓칠 뻔 했습니다. 분석도 대책도 다 잘못되었던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은 2년 전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결과에 대한 책임을 놓고 당이 시끄러웠습니다. 대통령이 공격을 당하고 지도부가 교체되었습니다. 1년 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그랬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당을 깨자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었습니다. 말로는 통합을 내세웠으나 실은 당을 깨고 정치구도를 지역으로 재편하여 살길을 찾자는 주장이었습니다. 대선 승리를 위한 것이라고 내세웠으나 대선이 목적이라면 당을 합치지 않고도 후보 간 연대가 가능한 일이니 굳이 당을 깨자고 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통합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없이 당부터 깨자고 한 것을 보면 각자 살길을 찾자는 속셈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어떻든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된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포기한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지역 간 대결을 극복하고 전국에서 경쟁이 있는 정치를 하자는 뜻으로 세운 정당입니다. 지역 간 대결만 있는 국회는 정책에 의한 정치를 불가능하게 하고, 정당 간 경쟁 없이 안방에서 손쉽게 당선되는 선거는 정치를 부패와 독선에 빠뜨리기 때문입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창당시의 대의와 결단에 비추어 보면 너무나 참담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열린우리당의 연이은 패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당이 책임을 놓고 그렇게 싸우지만 않았더라면, 어렵더라도 신념을 가지고 끈기 있게 국민을 설득해 왔더라면, 비록 선거에서 이기지는 못했을지라도 당의 존립 자체가 표류하는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또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의 결과입니다. 기본을 소홀히 한 결과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기본을 바로잡고 다질 때입니다.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정치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의 기본은 원칙과 대의입니다. 정치에서 후보보다 중요한 게 정당입니다. 정당은 정체성과 가치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신념으로 뭉친 집단입니다. 정당은 원칙과 대의에 따라 행동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쌓아갈 수 있습니다.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정치는 상생과 통합이 아니라 대결과 분열의 정치이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킵니다.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책임있는 행동보다 당부터 깨고 보자는 것은 창조의 정치가 아니라 파괴의 정치입니다. 가치와 노선보다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정치는 선거에서도 역사에서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 과정에 4.25 재보선에서의 민주당-국민중심당 승리를 지역주의의 산물로 규정하고 민주당과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김대중 전대통령 진영과의 향후 한판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盧 "4.25 재보선, 패한 곳은 한나라당 아닌 열린우리당이다"
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브리핑>에 띄운 '정당, 가치와 노선이 중요합니다'란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청와대 브리핑>은 노대통령의 이 글이 재보선 직후인 지난달 27일 작성해 비서실에 검토지시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글의 서두에서 "최근의 우리 정치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기본도 없고, 원칙도 없고, 대의도 없는 듯이 보인다"며 "오로지 대선 승리와 국회의원 선거만을 계산한 얄팍한 처신이 정치판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정치가 다시 불신과 증오의 늪에 빠져 퇴행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의 생각을 말하자고 한다"고 글을 쓴 배경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선 4.25 재보선 결과와 관련, 이를 한나라당이 아닌 열린우리당의 패배로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왜 한나라당의 참패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세 곳 중 지역성이 강한 두 곳에서는 각기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승리하고, 지역성이 강하지 않은 곳에서는 한나라당이 이겼다"며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의 대전서을 당선과 김홍업 민주당후보의 전남 무안-부안 당선을 지역주의 탓으로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화살을 열린우리당 지도부로 돌려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사실상 패배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며 "우리당은 경기도 화성에서 졌다. 다른 지역에선 쌍방간의 합의에 근거한 연대인지 일방적인 연대인지 알 수 없지만, 연대를 한다며 후보도 내지 않았다. 더구나 막상 당선된 사람들은 열린우리당을 우습게 대하니 그야말로 쓰라린 패배를 맛 본 것이다. 대의도 없고 실속도 없는 연대를 한 것이 선거에서 참패한 것보다 정치적으로 더 큰 패배일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국중당 등과 연대를 추진한 열린당 지도부에 대한 질타다.
盧 "탈당한 세력과 탈당 명분 찾고 있는 세력도 책임있어"
노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정세균 지도부에 대해선 "당 지도부는 곤경에 빠진 정당을 수습하기 위해 억지로 짐을 진 사람들"이라며 "게다가 당 한쪽에서는 통합 아니면 당을 나가겠다고 하는 마당에 일방적인 연대라도 안할 수 없었을 것이니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양해를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연초 탈당한 민생모임 등과 당 해체를 주장하는 김근태-정동영 전의장에게 화살을 돌려 "책임을 따진다면 이미 당을 깨고 나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을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지 말지 저울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는 "1년 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이번에는 아예 당을 깨자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었다"며 "말로는 통합을 내세웠으나 실은 당을 깨고 정치구도를 지역으로 재편하여 살길을 찾자는 주장이었다. 대선 승리를 위한 것이라고 내세웠으나 대선이 목적이라면 당을 합치지 않고도 후보 간 연대가 가능한 일이니 굳이 당을 깨자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통합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없이 당부터 깨자고 한 것을 보면 각자 살길을 찾자는 속셈이 아니었는가 싶다"고 거듭 이들을 비난했다.
盧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정치는 실패"
노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기본을 바로잡고 다질 때"라며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 정치의 기본은 원칙과 대의다. 정치에서 후보보다 중요한 게 정당"이라며 열린당 해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정치는 상생과 통합이 아니라 대결과 분열의 정치이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책임있는 행동보다 당부터 깨고 보자는 것은 창조의 정치가 아니라 파괴의 정치"라며 "가치와 노선보다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정치는 선거에서도 역사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글을 끝맺었다.
요컨대 민주당과의 통합 및 민주당 중심의 정계개편론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표명인 셈이다.
<정당, 가치와 노선이 중요합니다>
4·25 재·보궐 선거를 둘러싸고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와 해석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정치현상에 대한 개념규정이나 평가가 잘못되면 정치가 왜곡됩니다.
먼저, 왜 한나라당의 참패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세 곳 중 지역성이 강한 두 곳에서는 각기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승리하고, 지역성이 강하지 않은 곳에서는 한나라당이 이겼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후보, 그리고 지방선거의 무소속 당선자들은 한나라당과 전국적 차원의 경쟁구도를 형성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의 큰 판으로 보면 한나라당은 경기도 화성에서 이겼으니 참패한 선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전국 모든 선거를 석권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참패’라고 하는 것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한나라당이 ‘대한민국 유일당’이 되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전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걱정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사실상 패배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당은 경기도 화성에서 졌습니다. 다른 지역에선 쌍방간의 합의에 근거한 연대인지 일방적인 연대인지 알 수 없지만, 연대를 한다며 후보도 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막상 당선된 사람들은 열린우리당을 우습게 대하니 그야말로 쓰라린 패배를 맛 본 것입니다. 대의도 없고 실속도 없는 연대를 한 것이 선거에서 참패한 것보다 정치적으로 더 큰 패배일 것입니다.
선거 후유증을 겪는 한나라당 처지를 덮어주기 위해서이거나, 비껴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열린우리당 상황을 일방적으로 책망하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 정치권이 본질을 솔직하게 봐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그게 국민들 앞에 책임 있는 모습입니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4·25 재·보궐 선거의 책임을 물을 대상조차 모호한, 기이한 처지에 빠져 있습니다.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대통령은 이미 당에 없으니 대통령 책임을 들고 나오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당 지도부는 곤경에 빠진 정당을 수습하기 위해 억지로 짐을 진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당 한쪽에서는 통합 아니면 당을 나가겠다고 하는 마당에 일방적인 연대라도 안할 수 없었을 것이니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책임을 따진다면 이미 당을 깨고 나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을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지 말지 저울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책임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당장 당이 깨질 판이니, 책임 이야기는 꺼낼 형편도 아닙니다. 마치 솔로몬 재판에서 아기를 내 준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말을 아끼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정치, 참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비록 당적을 정리했지만, 열린우리당이 지금 처해 있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은 정치상황과 맞물려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각 정치세력이 기본을 갖춘 조직을 형성해 건전하게 맞서는 구도가 형성돼야 수준 높은 정책대결이 가능합니다. 그 이전에,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 개혁법안이 표류하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을 견제할 정치세력의 부재에서 기인한 측면이 큽니다. 그래서 드리는 제언입니다.
현재 당 상황이든 재·보궐 선거의 책임이든, 분석이 정확해야 합니다. 진단이 정확해야 적절한 처방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책입니다. 대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대책은 기본을 지키는 것입니다. 끈기 있게 기초체력과 기량을 연마하는 것입니다. 기본이 있어야 전략이 있습니다. 기본이 없으면 전략도 소용이 없습니다.
가장 나쁜 대책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싸우는 것입니다. 운동선수들은 한 번 졌다고 그대로 주저앉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합니다.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체력을 보강하고, 기량을 연마합니다. 그 중에서도 원인의 분석보다는 이후의 훈련에 주력합니다. 책임을 따지고 싸우는 일은 여간해서 하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잘못이 있고 더 좋은 대안이 있을 때에만 합니다.
5년 전 민주당은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패배감에 빠진 당의 주류라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원칙을 팽개치고 정체성도 가능성도 모호한 다른 후보와 접촉하면서 자기들이 선출한 당의 후보를 흔들었습니다. 승리에 급급하여 한 일이겠지만 자칫 그 때문에 승리를 놓칠 뻔 했습니다. 분석도 대책도 다 잘못되었던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은 2년 전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결과에 대한 책임을 놓고 당이 시끄러웠습니다. 대통령이 공격을 당하고 지도부가 교체되었습니다. 1년 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그랬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당을 깨자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었습니다. 말로는 통합을 내세웠으나 실은 당을 깨고 정치구도를 지역으로 재편하여 살길을 찾자는 주장이었습니다. 대선 승리를 위한 것이라고 내세웠으나 대선이 목적이라면 당을 합치지 않고도 후보 간 연대가 가능한 일이니 굳이 당을 깨자고 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통합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없이 당부터 깨자고 한 것을 보면 각자 살길을 찾자는 속셈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어떻든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된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포기한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지역 간 대결을 극복하고 전국에서 경쟁이 있는 정치를 하자는 뜻으로 세운 정당입니다. 지역 간 대결만 있는 국회는 정책에 의한 정치를 불가능하게 하고, 정당 간 경쟁 없이 안방에서 손쉽게 당선되는 선거는 정치를 부패와 독선에 빠뜨리기 때문입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창당시의 대의와 결단에 비추어 보면 너무나 참담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열린우리당의 연이은 패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당이 책임을 놓고 그렇게 싸우지만 않았더라면, 어렵더라도 신념을 가지고 끈기 있게 국민을 설득해 왔더라면, 비록 선거에서 이기지는 못했을지라도 당의 존립 자체가 표류하는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 또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의 결과입니다. 기본을 소홀히 한 결과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기본을 바로잡고 다질 때입니다.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정치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의 기본은 원칙과 대의입니다. 정치에서 후보보다 중요한 게 정당입니다. 정당은 정체성과 가치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신념으로 뭉친 집단입니다. 정당은 원칙과 대의에 따라 행동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쌓아갈 수 있습니다.
지역주의에 기대려는 정치는 상생과 통합이 아니라 대결과 분열의 정치이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킵니다.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책임있는 행동보다 당부터 깨고 보자는 것은 창조의 정치가 아니라 파괴의 정치입니다. 가치와 노선보다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정치는 선거에서도 역사에서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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