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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북한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협의

지난해 10월 베이징서, 권오홍 "안씨가 이해찬 방북 성사시켜"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인 안희정 씨가 지난해 10월 2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측 당국자를 비밀리에 만나 남북정상회담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안희정, 북측 요구로 지난해 10월 베이징서 북한 참사와 회동

<동아일보> 시사주간지 <주간동아>는 4월 3일자 커버스토리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출신의 권오홍(47) 씨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평양, 베이징을 오가며 기록한 비망록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비망록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해 10월 리호남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를 베이징에서 만나 “특사 교환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의향이 있다"며 "공식라인을 살려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망록은 또 지난해 12월 방북한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이 노 대통령의 뜻이라며 북측에 △12월 말이나 (2007년) 1월 초에 특사를 받고 이후 한 달 이내에 정상회담을 하자 △장소는 개성도 좋고 금강산도 좋다 △무엇을 토의하고 결정해도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주장했다.

비망록에 따르면 남북 접촉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해 9월 북측의 리호남 참사가 "노 대통령의 진짜 의중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 아래 남북관계 현안을 의제화해 토의해 보자고 권오홍씨에게 먼저 제안했으며, 노 대통령의 의중을 알고 있는 안 씨를 상대로 지목했다. 권 씨는 이에 북한이 10월 9일 핵실험을 강행한 뒤 이호철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자신에게 “안희정에게 빨리 진행하라고 연락하겠다. 좀 급하잖아요”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씨는 지난해 10월20일 친노직계인 이화영 열린당 의원과 함께 베이징에서 리호남 참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안 씨는 “특사를 파견하는 문제, 정상회담을 하는 문제, 이걸 의논하러 왔다. 이거 지금 다했으면 좋겠고 방법은 공식라인을 살려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북측은 ‘비선 접촉’을 주장했다.

이날 만남은 별다른 성과 없이 1시간이 채 안 돼 끝이 났고 리 참사는 11월 중순경 특사와 정상회담을 심도있게 협의할 ‘확정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비선을 통한 논의를 고집하는 북측에 부담을 느낀 안 씨가 확답을 주지 않아 2차 만남은 무산됐다는 것.

안희정씨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북한참사와 만나 남북정상회담 등을 협의했다는 그동안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안희정, 이해찬 방북 성사시켜

비망록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리 참사는 권 씨에게 안 씨의 평양 방문을 전격 제안했고, 안 씨는 이해찬 전 총리가 특사로 평양에 들어가는 방안이 어떻겠느냐며 역제안을 했다.

이 과정에 북한은 안 씨의 평양 방문 고사로 체면이 깎였으니 성의를 보여 달라며 평양 ‘입장료’로 50만 달러를 요구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불법송금을 수사했던 참여정부였던만큼 현금 대신 현물 지원 의향을 표명했다. 결국 11월 26일 베이징을 방문한 이화영 의원은 북측에 1만 마리를 키울 수 있는 규모의 돼지농장을 지어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권오홍 씨는 1월 17일 베를린에서의 북-미 양자회동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풀리고 6자회담 ‘2·13합의’로 남북관계 복원의 기미를 보이고 3월7일 이해찬 전총리 방북이 성사되면서 자신은 ‘토사구팽’당했다고 주장했다.

KOTRA 출신의 권 씨는 KOTRA 재직시 북한, 몽골,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 공산권 미수교국가를 상대로 교역을 했고, 퇴직후에는 지난 2001년 이산가족이 북에 두고 온 가족에게 유언이나 묘비명을 남길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시스젠㈜ 대표로 있으면서 북한방문 승인신청을 하지 않고 북한을 다녀온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 검찰에 고발됐고, 업체는 남북협력 사업자 및 사업 승인이 취소됐다.

안희정 "쌀-비료 지원 요청해 대화 중단"

비망록이 공개되자 그동안 대북접촉 사실을 강력부인해온 안 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측에서 나를 보고 싶어한다고 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만나본 것일뿐”이라고 접촉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정상회담이나 특사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안씨는 "북측이 공식라인에서 해야 할 쌀과 비료 지원재개 문제를 꺼내 대화가 30분만에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당시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로 유엔의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마당에 독자적인 대북 쌀-비료 지원은 불가능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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